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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여행기(18)로마 - 로마 밤 산책 (포폴로 광장과 나보나 광장) 본문

외국 돌아다니기/2015.05 Italy & Belgium

이탈리아 여행기(18)로마 - 로마 밤 산책 (포폴로 광장과 나보나 광장)

mooncake 2016. 6. 17. 17:00

 

▷ 포폴로 광장 저녁 풍경


로마 근교도시 오르비에또에 다녀온 것만으로도 이미 많이 지쳐버린 나는, 스페인 광장 주변을 한바퀴 돌고 난 후엔 더욱더 견딜 수 없이 피곤해져 있었다. 이 상황에서 가장 좋은 선택지는 숙소가 있는 떼르미니역 근처로 돌아가 근사한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여유있게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이었을테지만, 로마에서의 마지막 밤이라는 생각에 나는 언제나 그랬듯 과도한 욕심을 부려 발걸음이 닿는 대로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그렇다, 그 당시 나는 가고 싶은 곳이 여러 곳 있었지만, 어느 한 곳을 고르기보다는 그저 마음이 끌리는 방향으로 그냥 걸었다. 내키는 대로 걷지만 마치 내가 가장 원하는 장소가 나와줄 것만 같은 마음을 가진 채로 말이다. 비싼 돈 내고 데이터로밍을 해가도 막상 구글맵을 잘 들여다보지 않는 나를 보면, 가끔 길치는 본인이 길치이기를 선택하는 게 아닐까,란 생각도 든다.  

 

해가 져가는 로마의 골목길을 한참 걸어 도착한 장소는 포폴로 광장이었다. 광장에 막 도착하자마자 하늘로 풍선이 가득 날아올르는 모습에 급하게 카메라 셔터를 눌렀으나, 나의 오래된 똑딱이로는 제대로 된 장면을 포착해 낼 수는 없었다. 포폴로 광장에서 풍선을 날린 이유는 음악 공연이 벌어지고 있었기 때문인데, 공연을 보며 신나하던 사람들이 어느 순간 사람들이 서로의 손을 잡고 원형으로 빙빙 돌기 시작했고, 중간엔 신부님과 수녀님도 합세하여 다들 더욱더 신이 났다.

 

포폴로 광장에서 잠시 방황하다가 배도 고프고 목도 말라 광장 주변의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을까 잠시 고민했으나, 이미 시간이 많이 늦었고 숙소 쪽으로 돌아가는 교통편도 마땅치 않아 나보나 광장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징그러울 정도로 인파가 가득했던 스페인 광장의 풍경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구글맵에서 알려준 뒷길은 깜깜하고, 인적이 매우 드물었다. 여행 중에는 상당히 대담한 편이지만, 로마의 어두운 밤길을 한참동안 혼자 걸어갈 때는 살짝 겁이 났다가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할 때에서야 마음이 놓였다.  


 

▷ 밤의 나보나 광장


나보나 광장에 도착했을 때는 너무 어두워진 후라 나보나 광장의 아름다움을 느끼기는 쉽지 않아 허무했다. 블로그 이웃 나실이님에게 추천받은 젤라또집 Grom이 보여 반색했으나, 줄이 길어 포기. (이 글에 첨부된 사진을 보면 별로 어둡지 않은데?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사진이 밝게 나온 덕이고, 실제로는 정말 어두워 눈에 보이는 게 없었다ㅠㅠ)

 

근처 판테온도 구경할 생각이었지만 너무 피곤한데다 구글맵이 알려준 길은 아까보다 더욱더 어두워서 결국 포기하고 나보나 광장 근처 버스 정류장 Rinascimento에서 떼르미니역 쪽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렸다. 일요일 밤 늦은 시간이라 대부분의 버스가 운행이 종료되어 3~40분을 기다려서야 간신히 콜로세움행 버스를 탈 수 있었다. 나는 이미 너무 지쳐 깜깜한 로마의 밤거리를 걸어 숙소까지 돌아갈 엄두가 나지 않는데, 버스는 오지 않고, 밤은 점점 더 깊어져 매우 막막한 기분이 들었다. 설상가상으로 버스 정류장에는 담배 피는 사람이 가득하여 고난의 시간을 보냈다. 콜로세움에서 내려 콜로세움 야경을 두세장 찍자마자 떼르미니행 버스가 도착하여 바로 잡아탔는데, 하필이면 빙 돌아가는 노선이라 결국 떼르미니 앞에 도착한 것은 밤 1015. 코나드 수퍼에서 저녁거리를 사고 호텔방으로 돌아갔는데, 이때 또 사연이 발생ㅠ.ㅠ 그 사연은 다음편에서ㅋ


 

 

▷ 스페인 광장에서 포폴로 광장으로 가던 길



▷ 포폴로 광장의 풍선들



▷ 포폴로 광장 저녁 풍경.


 

▷ 5월말이라 해가 길었다.




 


▷ 포폴로 광장 감성사진






▷ 포폴로 광장에서 강강수월래 하던 사람들ㅎㅎ



▷ 포폴로 광장에서 나보나 광장으로 가던 길



▷ 잠시 식사 할까 망설였던 포폴로 광장의 레스토랑
사실 나보나 광장에 간 것 보다는

그냥 여기서 밥 먹고, 택시 타고 호텔로 돌아가는 게 훨씬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ㅋ



▷ 나보나 광장으로 가던 길. 그래도 여긴 사람이 좀 있었는데



▷ 점점 인적이 드물어졌고, 사진은 밝게 나왔지만 실제로는 깜깜했다.



▷ 가는 곳마다 인파로 붐비던 로마였는데, 뒷골목은 개미 한마리 안보인다



▷ 한참을 혼자 걸어가다가



▷ 앞쪽의 관광객을 보고 그나마 조금 안심



▷ 드디어 밤의 나보나 광장에 도착.
일요일 밤이었지만 꽤 사람이 많았다. 그리고 어두워서 뭐가 잘 안보였다.

사진이 훨씬 밝게 나온 것.



▷ 인기 많은 젤라또집 GROM.
지점이 여러곳 있다는데 작년 이탈리아 여행에서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 밤에 도착하는 바람에 뭔가 허무했던 나보나 광장 ㅎㅎ



 



▷ 배가 고파서 그랬는지 식당 사진을 여러개 찍었다;;;






▷ 한참만에 버스를 잡아타고 도착한 밤의 콜로세움


 

(얼마만에 이어 쓰는 이탈리아 여행기인지...ㅋ 올해 가기 전에 이탈리아/벨기에 여행 다 쓰는 소박한 소망을 품어본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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