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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여행의 아주 사소한 조각들 본문

외국 돌아다니기/2015.09 Finland & Tallinn

핀란드 여행의 아주 사소한 조각들

mooncake 2016. 3. 3. 23:00


사진첩을 뒤지다 우연히 예전 핀란드 여행 사진을 보니 그리움이 밀려든다. 여행 경험이 누적되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설레임보다는 피곤함과 지루함이 앞서는 일이 많아지는데, 헬싱키에 가는 길 역시 그랬다. 하지만 반타 공항에 내려 창밖의 파란 하늘과 구름을 보는 순간 다시 내 마음은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아드레날린과 엔돌핀이 샘솟기라도 하는 건지 불현듯 발걸음이 가벼워지고 눈빛이 반짝거리는 순간이다.


비행기에서 내려 짐을 찾으러 가던 길. 미로같은 복도를 한참 걸어갔다. 헬싱키 반타공항 곳곳에 깔려있던 나무바닥은 신선하면서도 친근했다. 어린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는 뭔가가 있달까... 반타공항에 대한 호감도를 높인 주요 요소 중 하나.


여행 깨나 다니면 눈치로 현지 교통티켓 발권하는 것 쯤은 전혀 어려움이 없게 되건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헬싱키에 도착하자마자 나를 잠시 당황시킨 헬싱키의 교통 티켓ㅋ 이 표 한장으로 정해진 기간 동안 지하철, 트램, 버스 그리고 심지어 페리까지 자유자재로 이용할 수 있는데, 문제는 너무 얇고 작은 종이 쪼가리라 혹시 영수증만 나온 게 아닌가 싶어 2초 정도 티켓 머신 앞에서 고민했다(실제로 티켓을 구입하면 티켓과 함께 영수증이 같이 나오는 나라도 많기 때문에...) 게다가 티켓에 영어라곤 없고 오로지 핀란드어와 스웨덴어 뿐. 털썩... 까막눈은 싫어요. 허접한 독일어 실력으로 아주 간단한 네덜란드어까지는 살짝 유추할 수 있는데 스웨덴어는 난이도가... (근데 지금 와서 보니 biljett을 못알아본 게 좀 아쉽긴 하다. 프랑스어, 독일어의 표 billet와 유사한데 정신이 없었는지)

헬싱키 교통 티켓은 1회용도 아닌데 티켓이 너무 얇아서 여행 내내 바람이라도 불면 훅 날라갈뻔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게다가 지갑에 수납하기도 좀 애매했다. 다만, 4박5일간 교외지역인 누크시오 숲에 갈때를 빼곤 티켓 제시를 요구받은 적은 단 한번도 없어 실제로 자주 넣다 뺐다 해야하는 건 아니였지만...​​


공항열차를 타고 드디어 도착한 헬싱키 시내. 헬싱키의 첫인상은 듣던대로 살짝 우중충하고 사람들의 표정은 무뚝뚝했다.
​(헬싱키도 호불호가 꽤 갈리는 도시인데 - 라고 쓰고보니 호불호 안갈리는 도시가 과연 있기는 할까 싶긴 하지만서도 - 나의 경우는 "호"에 가까웠다. 어딜가나 한적했고, 또한 역설적으로 "볼거리가 많지 않아" 좋았다. 런던이나 파리 로마 같은 곳에 가면 볼거리가 너무너무너무너무 많아서 아무리 여유있게 다니자고 마음을 먹어도 마음이 급해지기 마련인데 헬싱키에선 비교적 여유있는 일정을 즐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볼 게 없다는 것도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개념이지, 어느 도시든 보고자하면 볼 거리는 무궁무진하다...)

 


헬싱키 중앙역에서 약 7-8분 거리인 호텔까지 찾아가는데 거의 1시간(은 살짝 오바지만 어쨌든 체감소요시간은 1시간 이상)이 걸려 길치로써의 정체성을 아낌없이 발휘하였다^^ (구글맵도 도움이 안되었다. 막혀있는 기찻길을 건너가라고 알려주면 어쩔건데!!)

라고 쓰고 보니 다른 사람들이 보면 전혀 추억이라고 생각하지 않을만큼 너무나 사소한 내용이거나 오히려 고생한 내용일텐데, 당사자인 나에겐 시간이 흐르면 이렇게 여행의 작은 조각 조각 그리고 작은 순간 순간들마져도 진한 그리움으로 느껴지는 때가 종종 있다. 늘 말하지만 이건 분명 매우 강력한 여행뽕이리라...ㅋ

여행가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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