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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겐트의 길거리 첼리스트 본문

외국 돌아다니기/2015.05 Italy & Belgium

벨기에 겐트의 길거리 첼리스트

mooncake 2016. 4. 24. 16:58



토요일의 겐트Gent.

어마어마한 인파를 피해 잠시 번화가 옆으로 빠져나와 만난 것은 방금 전의 광경이 믿기지 않을 만큼 한적한 풍경, 그리고 작은 광장을 가득 메워 울리고 있던 첼로소리.

(사진의 왼쪽 하단, 건물 아래쪽을 보면 첼리스트의 모습이 보인다.)



아무도 멈춰서서 들어주는 이 없지만, 연주를 계속하고 있던 길거리 첼리스트.

나는 한참을 아주 한참을 떠나지 못하고 그 곳을 뱅뱅 돌며, 그의 연주를 계속 들었다.


예전에 첼로를 하다 포기한 것이 후회된다고 블로그에서 글을 쓴 적이 있는데, 

겐트에서 이 길거리 첼리스트를 만나기 전까지 첼로를 포기한 건 순전히 나의 게으름과 능력 부족이라고 이유를 들어왔었지만

들어주는 이 없어도, 이 바람 부는 휑한 장소에서 꿋꿋이 연주를 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사실은 그저, 편하게 먹고 살기를 바랬던 내 마음이 가장 문제였음을 깨달았다.


돈이 안벌리면 어떠나, 인정 못받으면 어떠나, 내가 연주를 하고 싶으면, 어딘가라도 가서 들어주는 이 없어도 나 홀로 연주를 하면 되는데,

난 왜 그럴 생각은 하지 못했을까. 

뒤늦은 회한과 아쉬움이 몰려왔다. 마음이 절절히 아프다 못해 큰 구멍이 훵하니 뚫려버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마침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해 더욱더 기분이 스산해진 탓도 있을 것이다. 가끔은 이렇게, 정말 예상치 못한 곳에서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자신의 진짜 내면과 만나는 순간이 온다. 



......겐트의 첼리스트를 만난 이후로는 길거리 음악가들을 만나면 내 취향에 잘 안맞는 연주라 하더라도, 꼭 성의를 표시하는 습관이 생겼다. 아주 작은 돈이지만, 조금이라도 그들의 열정에 응원이 되어주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부디, 힘들지만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는 모든 분들에게 행운과 즐거움이 가득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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