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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츠야마 여행기(8) 우치코 마을에서 만난 일본 전통 가옥 본문

외국 돌아다니기/2016.06 Matsuyama

마츠야마 여행기(8) 우치코 마을에서 만난 일본 전통 가옥

mooncake 2016. 12. 5. 00:55


직전 여행기, 오즈 가류산장 편에서 나는 하나라도 더 보고 싶은 욕심과 체력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우치코에 들리지 않고 마츠야마로 바로 돌아가기로 하였다고 적었으나,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우치코역에 내려있는 상태였다. 이런 일은 처음이 아니라, 작년 핀란드 여행을 갔을때도 헬싱키 음악당에서 다이어리 앱에 "또이보 꿀라의 곡을 연주하는 공연을 너무 보고 싶긴 하지만 오늘은 너무 무리했어. 체력을 보존하기 위해 들어가서 쉬어야 해" 라고 적었는데, 약 10초 뒤에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티켓을 구입하고 있었던 적도 있으니...


해서, 나는 우치코 마을을 아주 조금만, 코빼기만 보고 돌아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허나, 오즈나 우치코는 마츠야마에서 급행 열차로 금방 도착한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주요 볼거리가 역에서 많이 떨어져 있고, 마땅한 대중교통 수단도 없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우치코 마을을 코빼기만 보려고 해도 제법 걸어가야만 했다. 그래도 한 10~15분 정도만 걸으면 되겠지 싶었는데, 이미 오즈에서 몸이 많이 지쳐있던 탓인지 걸어도 걸어도 볼거리는 나타나지 않고, 점점 힘들기만 했다. 



우치코 마을의 볼거리를 찾아가는 길에 위안이 되어주었던 표지판.



오즈 못지 않게 지루한 시골 동네를 지친 몸으로 걷다보니 난 누구인가 여긴 어딘가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고즈넉하고 조용한 옛날 동네, 하지만 나에게 큰 매력은 느껴지지 않는...





근처에 카페가 있다고 해서 찾아가봤으나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 패스.



우치코 뮤지엄도 별로 땡기지 않아 패스.



분명 우치코 마을이 참 좋았다는 후기를 여러번 본 듯 한데, 내 눈엔 전혀 매력이 느껴지지 않았다.

마츠야마 시내 일정을 일부분 포기하고 우치코 마을에 온 것이 후회되기 시작했다. 다리가 아프고 목도 말랐다. 어떻게든 우치코 마을에 온 의미를 찾아야했다.



그래서 나는 늦은 점심 또는 이른 저녁을 우치코 마을에서 먹기로 결심했다. 아주아주 맛난 걸 먹을 요량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 맛난 걸 먹으러 우치코에 온거야"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구글맵에서 검색한 음식점 1은 문을 닫았고



음식점 2는 영업 준비 중. 또르르...



분위기가 참 좋아보였는데



아쉽...






목이 말라 커다란 주스 모형이 있는 골목길로 갔지만, 주스를 팔고 있지 않았다ㅠ





이후로도 구글맵에 나온 몇개의 가게를 지나쳤지만, 전부 다 영업을 하고 있지 않았다. 대부분 월요일 휴업이라는 듯...

친구에게 목도 마르고 다리도 아픈데 가게가 다 문을 닫았어,라고 징징거렸더니 그럼 편의점이라도 가! 라는 답변이 돌아왔지만 편의점도 없는 걸 어째 ㅋㅋㅋ



그때 내 눈앞에 나타난 구원자.

정체는 잘 모르겠고 지키고 있는 직원도 없었지만 바깥에 화장실과 식수 표시가 되어 있고 자유롭게 이용하라고 되어 있어, 안으로 들어갔다.



건물을 통과해 안뜰로 나가면



사진 속의 오른쪽 건물이 화장실과 식수대가 있는 곳.

화장실은 다행히 잘 관리되고 있는 편이었다.



안뜰에서 바라다본 건물 본채 모습.



다시 본채로 들어와 내부를 구경하고, 마루에 앉아 아픈 다리를 쉬었다. 



얼핏 봐서는 한국 아궁이랑 비슷해 보이는 일본 전통 가옥의 아궁이.



그리고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이층에 올라가볼 수 있었던 것!

일본 여행 다니면서 집 내부에 들어가본 적은 많지만, 사진 속의 서랍장 겸 계단을 통해 이층으로 올라가본 적은 없었기 때문에 매우 신이 났다.



두근거리며 올라가본 이층. 

정작 그곳에선 무섭단 생각은 1도 안들었는데 사진 편집하다보니깐 왠지 사진이 좀 무서웠다ㅋㅋ



햇살이 비쳐 들어오던 기분 좋은 이층 방. 



이층 방 창문에서 내다본 풍경.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길.

일반 계단에 비해 좀 무서웠다ㅋ



계단 겸 서랍장이라니 실용적이다.

계단이 무서운 것만 빼면...



다시 일층 구경.



이 밥상이 참 마음에 들었는데 어두워서 사진이 잘 안나왔다.



다른 여행기에서도 여러번 말했지만 내가 남이 살던 집/ 남이 사는 집 구경하는 걸 참 좋아하는데

이 집을 마음껏 둘러본 것만으로도 우치코에 오길 잘했다고 생각해서ㅎㅎ

비록 맛있는 밥집에 가진 못했지만 바로 이곳에서 우치코까지 힘들게 꾸역꾸역 온 이유를 찾았다!!! 참 다행이었다.



참 그리고 1층에 비해 2층이 많이 좁다고 생각했더니만

2층의 일부는 이렇게 창고(광)이었기 때문.



좀 전의 그 일본 전통가옥에서 푹 쉬고 나와서인지

한결 가벼워진 몸으로, 그러나 역시 목은 많이 마른채로 나는 다시 우치코를 산책했다.



월요일이라 그런지 역시 사람이 거의 없다.

이러니 문닫은 가게가 많은 것도 이해는 가지만...



인상깊었던 집.

우치코를 돌아다니는 내내, 작년에 갔던 핀란드의 포르보( 뽀르보Porvo) 생각이 많이 났다.

하천을 끼고 있고, 한적하고, 목조가옥이 많다는 공통점 때문일까나






관광지라는 건 참 묘해서

사람이 많아도 짜증나지만 사람이 너무 없어도 뭔가 허전하다.

꼭 둘 중 하나를 골라야한다면 역시 후자 쪽이지만.




일반 가정집들도 아기자기 예쁘게 꾸며놓았다.



옥수수도 팔고 있고...^^



한가롭게 산책하기 나쁘지 않은 곳이었지만

역시 그래도 우치코가 교토보다 더 좋았다는 누군가의 말은 납득하기 어렵다. 아무리 취향 나름이라곤 해도.



이 곳 역시 일반 가정집인 것 같은데

소박하고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았다. 시계도 걸려있고ㅎㅎ 다양한 장식품이 있었는데



주인장의 취향이 참 다양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ㅎㅎ






영 일관성 없는 취향ㅋㅋㅋㅋ

아님 그저 집에 장식품이 생기면 전부 다 집 앞에 가져다놓으시는 걸까?ㅎㅎ

어쨌든 덕분에 즐거운 기분으로 한참 구경했다.



우치코의 풍경이 썩 재밌진 않았지만

우치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걸 보면 아직 내가 보지 못한 무언가가 있을 것 같은 마음에, 지친 발걸음을 끌고 계속 걸었다.





목마름을 해결할 수 있는 가게가 나와주지 않을까,라는 기대감도 같이...



그래서 과연 제가 우치코에서 목을 축일 수 있는 카페를 찾았을지 못찾았을지는

다음편에서 알려드립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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