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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잡담 - 스크류바젤리처럼 쫄깃하고 짜릿한 본문

Trivia : 일상의 조각들

일상잡담 - 스크류바젤리처럼 쫄깃하고 짜릿한

mooncake 2017. 4. 10. 17:00

 

*스크류바젤리같은휴일

지난주 목요일 밤, 밤 늦은 귀가길 집 앞 편의점에서 요즘 즐겨먹는 스크류바젤리를 사갖고 왔는데 - 트위즐러 짝퉁이지만 걍 봐줍시다ㅋ - 다음날부터 주말 이틀을 포함하여 회사를 안가도 된다고 생각하니 너무나 행복했다. 마치 손에 들고 있는 스크류바젤리처럼 쫄깃하고 짜릿한 그런 기분.

물론 금요일은 휴가는 아니고 외부 교육이라 회사일의 연장이긴 했지만 그래도 회사에 가는 것보단 좀 더 여유있게 집에서 나갈 수 있고, 한 주 동안의 빡센 일정에서 드디어 놓여났다고 생각하니 엄청난 해방감이 몸과 마음을 감쌌다.

 

그랬다. 일요일 새벽 마카오에서 한국으로 돌아와(물론 일요일 하루종일 자기는 했지만 그걸로는 역부족), 여독이 풀리지 않은 상태로 출근하여, 빡세게 일을 하고, 여행의 여파로 허리 통증이 다시 심해지고, 피곤함에 몸을 가눌 수 없었던데다가 수요일에는 회식까지 있어, 정말 힘든 한주였다. 그 한주를 무사히 견뎌냈다는 것만으로 안도감과 해방감이 동시에 들었다. 물론 금,토도 나에겐 나름 빡센 일정이었던지라 결국 일요일에서야 하루종일 뒹굴거리며 쉬는 것으로 몸과 마음을 달랠 수 있었지만.

 

아무튼 힘든 한주였지만, 허리디스크가 도진 뒤로 사람들을 거의 만나지 못하고, 회식에도 불참해 왔었는데, 1차 뿐이긴해도 간만에 회식에도 참석하고, 금요일과 토요일엔 그동안 밀린 만남을 가져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좋았던 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었던 어제. 벚꽃이 만개한 집앞 공원을 운동삼아 걸은 것 외에는 계속 뒹굴거리며 잠을 자고 음악을 들었다. 최고로 행복한 순간이었다.

 

나는 벚꽃에 약간 집착하는 증상이 있어, 매년 벚꽃 구경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곤 했는데, 작년 도쿄에서 벚꽃이 질 무렵 벚꽃비를 원없이 맞고 온 덕분인지, 이번엔 집앞 공원의 벚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워, 다른 곳에 굳이 갈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내 기준의 안분지족같은 느낌이랄까.

 

*드디어미용실

작년 8월부터 본의아니게 긴머리를 유지해왔다. 일단 8월에 갔던 미용실에서 머리를 너무 망치고+상해놔서 어느 정도 회복될때까지 걍 기다리고 있었는데 작년 연말부터 허리디스크가 도져서 적어도 3~4시간 걸리는 펌을 다시 하러 갈 엄두가 안났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머리 감고 말리는 게 너무 힘들어 드디어 머리를 하러 갔는데! 이게 또 문제였다. 마음에 쏙 들었던 집 근처 미용실 원장님이 우리집과 매우 먼 곳에 분점을 내고 그곳 원장으로 갔는데, 거기까지 찾아가자니 너무 멀고, 새로 동네에 미용실을 뚫으려다가 작년 8월에 일단 한번 망했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또다시 새로운 미용실을 발굴해보겠다며 집 근처 체인점 미용실을 방문했는데 음, 이번엔 그럭저럭. 미디움 기장의 매직C컬펌 기본 가격이 16만원이고, 여기에 5~7만원 정도 하는 클리닉을 받으랬는데 걍 2만원짜리만 받아서 총 18만원에 머리를 새로 했다. 가격도 보통, 펌도 보통. 하지만 내 머리가 워낙 얇고 숱이 작아 원래 스타일이 잘 안나오는 머리라 그렇지, 펌 잘 나오는 머리라면 꽤 예쁘게 나올수도. 아무튼 가격이나 실력이나 적당한 것 같아서 앞으론 이쪽을 단골삼아볼까 함. 근데 비싼 클리닉 안받았다고 디자이너가 나 싫어할지도.

 

일단 스타일을 떠나 머리를 잘랐더니 머리 감을때 허리가 한결 덜 아파서 다행이다. 스타일 자체는 긴머리가 더 잘어울리는 것 같아 아쉽지만 허리가 더 소중하니까.

 

*책-짝사랑은시계태엽처럼(유즈키아사코)

이삼주전쯤 읽은 소설인데, 장난감기획자인 주인공이 짝사랑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담은 가볍고 명랑한 소설로, 내가 좋아하는 도쿄 아사쿠사가 배경이라 소설을 읽는 내내 도쿄와 아사쿠사에 대한 그리움에 목이 말랐다. 위에서 가볍고 명랑한 소설이라고 썼지만, 사실은 은근히 어둡고 무거운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데도 문체 자체가 워낙 청량하달까, 책을 읽는 내내 오월의 피크닉을 나간 기분이 들었다. 또 소설 속에서 다루는 도쿄의 동네들이나, 카페, 레스토랑, 음식들, 의상, 또 주인공이 좋아하는 물건들이 전부 다 내 취향이고 심지어 주인공은 장난감기획자이기까지해서 꼭 작가가 내 머리속에 들어왔다나간 것 같았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책이라 당장 구입하고 싶었지만, 책 안에 오타와 편집 오류가 너무 많아 몇판 더 나온 다음에, 오타와 편집 오류가 수정됐는지 확인하고 살까 생각 중. 근데 증쇄 안되면 어떡하지 나도 몰라.

 

*그래서아마도올해여행은

장거리비행기표를 끊기 전에 앞서 마카오를 시험삼아 다녀와봤지만 4시간짜리 비행에도 허리가 너무 아파서, 올해는 아니 적어도 상반기 중에는 장거리여행은 무리라는 결론. 또 망설이는 사이 착한 가격의 항공권은 모두 사라지기도 했고...

 

하지만 장거리여행을 포기하려니 (가본적도 없는) 폴란드 포츠난과 그단스크의 풍경이 눈앞에 아릿아릿ㅜㅜ

 

*맛없는닭강정과나시고렝

어제 저녁엔 닭강정을 실패, 오늘 점심엔 나시고렝을 실패해서 기분이 좋지 않다. 오늘 저녁엔 꼭 맛있는 걸 먹어야지...ㅜㅜ

아니 어떻게 닭강정과 나시고렝이 맛이 없을수가 있죠. 흥칫뿡.

 

*아파트값은왜안떨어지나

울집 근처 아파트값이 그새 또 1억이 올랐다. 작년에 전세끼고 사둘까하다 관뒀는데 속이 쓰리다. 다들 재테크를 열심히 하는데 나는 여행 생각밖에 없구나. 사실 일을 쉴 생각을 계속 하고 있었기에 더더욱 아파트를 살 수 없기도 했다. 1년 정도 세계여행을 하게 되면 어마어마한 돈을 탕진할 예정이므로 섣불리 가진 돈을 아파트에 밀어넣을 수 없었으니. 하지만 이런 저런 사정으로 여전히 회사에 다니고 있고 그 사이 아파트값은 쭉쭉 오르고... 일생의 과업인 1년치 세계여행(내지는 어학연수를 빙자한 현지체류)를 해치우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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