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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kind of travel - 게으름과 방랑욕구 사이 본문

외국 돌아다니기/여행계획&잡담

My kind of travel - 게으름과 방랑욕구 사이

mooncake 2017. 5. 4. 11:25

(사진은 마카오에서 만난, 길고 늘씬한 다리를 지닌 길고양이^^)



황금연휴 도쿄 여행을 취소하고 당분간 여행 생각은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그것은 거짓말, 나는 오늘도 습관적으로 비행기표를 검색 중이다.


5월말에 루마니아 여행을 갈까 생각 중인데, 루마니아는 항상 여행루트를 짜기가 쉽지 않다. 어딜 돌아다니던, 결국 끝에는 부쿠레슈티로 돌아와야 하는 점도 불만이다. (티미쇼아라, 시비우 같은 다른 도시에서 비행기를 탈 수 없는 건 아니지만 비행일정이 좋지 않고, 가격도 훨씬 비싸져, 결국은 부쿠레슈티 in, out으로 발권하는 게 제일 낫겠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나처럼 게으르고, 미리 일정 정하는 걸 좋아하지 않고, 짐 싸들고 도시 이동하는 걸 싫어하는 사람에겐 작년 여름 네덜란드 여행이 딱이었다. 

암스테르담의 한 호텔에서 8연박. 그리고 비행기도 간만의 직항.

한국에서 미리 정해간 일정은 공연 두개와 안네의 집 관람시간 예약 정도. 

나머지는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 움직였다. "휴가"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여행이었다. 물론, 일정을 짜가지 않았기에 현지에서 치열하게 다음 일정을 고민한 순간도 꽤 많긴 하지만ㅋ 이렇게 널럴하고 헐렁한 여행을 다닐 수 있었던 건, 전적으로 덜란드라 가능했던 일이다. 네덜란드 안의 왠만한 도시는 당일치기가 가능해서 숙소를 옮기지 않아도 되고, 또 기차표 사전 예약도 필요치 않았기 때문에.


반대로 제작년 이탈리아/벨기에 여행은 숙소를 네번이나 옮겼고(로마, 피렌체, 베니스, 브뤼셀), 로마->피렌체, 피렌체->베니스, 베니스->브뤼셀 구간의 기차와 비행기표를 사전에 예약해야 하는 등, 이동이 많고 미리 준비해야 하는 것이 많은 빡센 일정이었다. 여행의 후반부인 브뤼셀에 도착하여 호텔 체크인을 마치고서야 나는 크게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점점 미리 여행 준비하는 것이 너무 귀찮게 여겨져서 - 그런데 돌이켜보면 10년 전에도 5년 전에도 준비 없이 훌쩍 떠나는 건 비슷했다 - 내 마음은 작년 암스테르담 여행과도 같은 여유넘치고 편안한 여행을 추종하는데, 여행이 거듭될수록 한도시에 쭉~ 머물 수 있는 도시도 점점 줄어들고 있고(예컨대, 파리라던가 런던이라던가 뉴욕이라던가) 또 그럴 마음으로 한 도시를 선정하더라도 결국은 욕심이 커져 기왕 가는 김에 저 동네도 가봐야하는 게 아닐까,싶어 일정이 복잡해지게 된다. 굳이 따지자면 루마니아 여행도 부쿠레슈티와 브라쇼브 정도에만 머물고 온다면 분명히 덜 복잡하게 여행을 할 수는 있는데, 기왕 가는 김에 시비우도 보고 싶고, 흑해 연안의 콘스탄짜도 보고 싶으니 일정이 정해지지 않는 것. 


방랑욕구, 새로운 세상을 탐험하고 싶은 욕구 때문에 여행을 꿈꾸고 떠나게 되는데 막상 여행지에선 바쁘게 도시 이동하는 걸 좋아하지 않으니, 역시 나라는 인간은 모순 덩어리. 


다시 여행을 떠나기엔 내 몸과 마음에 쌓인 게 너무 많은 것 같다. 건강이 안좋은 건 둘째치고, 그간 여행가며 회사에서 눈치 본 것, 중요한 업무 일정과 겹쳐 곤란했던 것, 현지에서 몸이 아팠던 것, 급여행 떠나느라 본 금적전 낭비와 손해들, 여행 중 돌발상황 때문에 고생했던 것, 돌아와 시차 적응도 안됐는데 밀린 일 하느라 죽을 것 같이 힘들었던 것 등등등... 힘들고 힘들었던 일들이 마음속에 맺혀 쉽사리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것 같다. 


과연 올해, 몸과 마음의 모든 장애물을 극복하고 나는 장거리 여행을 떠나게 될지... 

사실 모든 건 내 손에 달렸는데 말이지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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