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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플랫화이트와 두바이 스타벅스 잔혹사 본문

외국 돌아다니기/여행계획&잡담

아이스플랫화이트와 두바이 스타벅스 잔혹사

mooncake 2017. 8. 27. 18:20


카페에서 아이스플랫화이트를 마실때마다 떠오르는 것은 4년전 여름 두바이 스타벅스에서 사마신 "뜨거운 플랫화이트"의 추억.

2013년 8월의 두바이는 이른 아침인데도 43도가 넘는 뜨거운 날씨였다. 거기에 라마단 기간이라 해가 떠있는 동안 음식물의 섭취가 금지되어 있었는데, 다만 외국인들에게는 아량을 베풀어, 눈 가리고 아웅식으로 비밀리에 영업하는 가게가 몇 곳 있었다. 내가 갔던 두바이 마디나 주메이라의 스타벅스도 그 중 한 곳이었다. 덥디 더운 날씨에 지쳐 있던 나는 큰 사이즈의 프라푸치노 같은 걸 사서 흡입할 요량이었지만 막상 스타벅스 매장에서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플랫화이트". 당시 우리나라 스타벅스엔 없던 메뉴(아마 지금도 없는 듯)로, 플랫화이트 주세여, 아이스로요,라고 주문을 하자 플랫화이트는 뜨겁게만 된다는 것이다. 두바이의 뜨거운 날씨를 생각하면(*라마단 기간이므로 에어컨이 나오는 실내매장에 앉아 먹을 수도 없었다.) 다른 메뉴로 바꿨어야 하는데, 대체 내가 왜 그랬는지. 잠시 뒤 뜨거운 두바이의 햇살 아래, 펄펄 끓는(느낌은 확실히 그랬다) 종이봉지 속 플랫화이트를 손에 들고 후회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일행들도 의아한 표정, 아니 대체 이 더위에 왜 뜨거운 커피를 산 거에요?? - 아니 그게, 한국 스벅엔 없는 메뉴라서요. / 플랫화이트가 대체 뭔데요? - 이러쿵저러쿵 설명을 하자 / 그럼 그냥 우유가 덜 들어간 좀 진한 라떼인거잖아요 - 네, 결과적으론 그렇죠;;;

태연한 척 했지만 그 살인적인 더위엔 뜨거운 커피를 쥐고 걷는 것 자체가 고문이었다. 게다가 목이 타는 듯이 마른데 커피가 뜨거워 마실 수도 없고, 난생 처음 본 사람들과 시티투어 중인데, 다시 새 커피를 사러 스타벅스로 돌아가잘 수도 없고. 아이스 커피를 주문하지 않은 것이 그렇게 후회될 수가 없고, 일행들의 손에 들인 아이스커피가 그리 부러울 수가 없었다.

하지만 고난의 시간도 결국 지나가기 마련이고, 시간이 지난 지금엔 다 그저 여행의 추억일 뿐이다^^
다만, 어느 순간부터 국내 카페들에 "아이스 플랫화이트"가 추가된 걸 처음 봤을때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아이스 플랫화이트가 있는 매장에선 꼭 아이스 플랫화이트를 주문해먹곤 한다. 물론 이 "아이스 플랫화이트"에 대해서는 업계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좀 의견이 갈리는 듯 하다. 그냥 진한 아이스라떼일 뿐인데 말장난일뿐이다, 라던가. 그래도 한여름의 두바이, 그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생고생했던 나에겐 언제나 반가운 메뉴다. 아이스 플랫화이트여 영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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