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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nderlust

이탈리아에서 먹은 독특한 파스타 두가지 - 민물생선 파스타와 피초케리 본문

외국 돌아다니기/2017.10 Italy, Swiss & France

이탈리아에서 먹은 독특한 파스타 두가지 - 민물생선 파스타와 피초케리

mooncake 2017.12.19 23:15


​첫번째. 이탈리아 시르미오네에서 가르다 호수와 알프스 풍경을 바라보며 먹은 "가르다 호수에서 잡은 민물생선 탈리올리니"

무난한 메뉴 대신 민물생선 파스타를 먹게 된 것은 순전히 친오래비 탓이다. 가르다 호수의 아름다운 풍경이 담긴 사진을 카톡으로 보냈더니, 다른 단톡방의 사람들은 전부 멋지다는 얘기를 하는데 유독 친오래비만 "그 호수에서 맛난 물고기도 잡힌다니????"라고 답하는 게 아닌가. 그렇다. 우리 오빠로 말하자면 "먹기 위해 여행하는 사람". 평소엔 먹는 걸 엄청 좋아하지만 여행 중엔 먹는 것이 우선순위에서 한참 뒤로 밀리는 나와는 정반대 타입이다.

그리하여, 처음엔 해물리조또나 먹을까 싶어 들어간 레스토랑 메뉴판 밑바닥에서 "이 호수에서 잡힌 생선을 넣은 파스타"를 발견한 순간, 큰 고민없이 점심 메뉴를 결정하게 되었다.

그런데 주문을 마치고 나니까 약간의 불안감이 몰려왔다. 해산물은 가리는 것 없이 거의 다 좋아하지만 민물생선은 별로 접해본 적이 없다보니, 한국도 아닌 유럽의 민물생선 파스타가 과연 어떤 맛일지 걱정이 되었던 것. 게다가 파스타 비주얼도 뭔가 심상치 않았는데, 다행히 가르다 호수의 민물생선 탈리올리니는 맛이 꽤 괜찮았다. 생선은 우리나라의 송어와 비슷한 종류인듯하고, 생선살에 가시가 조금씩 남아 있어 당황했던 것만 빼면, 제법 만족스럽게 식사를 마쳤다. 오빠 덕에 이탈리아 민물생선 파스타를 다 먹어봤다며, 감사인사도 전했다.


​두번째. 스위스 로카르노 락페스티벌 로카르노 온 뮤직 행사장에서 먹은 메밀파스타 "피초케리"

제목은 "이탈리아에서 먹은"인데 왜 스위스에서 먹은 파스타를 들이미는가. 그것은 스위스 로카르노가 19세기까지 이탈리아에 속해 있었고 지금도 이탈리아어를 쓰며 사실상 스위스라기보단 이탈리아에 가까운 문화권이기 때문이다, 라기보다는 스위스까지 쓰기엔 제목이 너무 번잡해지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굳이 이유를 더 들자면 밀라노에서 당일치기로 다녀온 동네이기도 하고. 또 이 피초케리는 이탈리아 롬바르디아지역의 전통 파스타이기도 하니까.

피초케리Pizzoccheri를 먹게 된데에도 사연이 좀 있다. 로카르노에서 기차를 한 대 놓친 나는 어쩔 수 없이 저녁 6시부터 8시경까지 두 시간을 때워야하는 처지가 되었는데, 비수기인 10월, 토요일 저녁의 로카르노는 영 재미 없는 도시였다. 시내 중심가인데도 이미 가게들은 죄다 문을 닫고, 하다못해 Coop마트마져도 문을 닫고, 카페와 식당도 영업을 정리하는 분위기인데다가 그란데 광장 주변 올드타운을 쏘다녀봤지만 딱히 흥미로운 것은 보이지 않았다. 이 썰렁한 풍경에 "내가 뭣땜에 여기까지 와서 이러고 있는지" 회의가 몰려올때쯤 그란데 광장에서 로카르노 온 뮤직이라는 락페스티벌이 시작됐길래 - 그러나 규모와 관람객은 사실상 동네 잔치 수준 - 주변 푸드트럭을 구경하다 발견한 것이 바로 이 피쪼께리였다.

처음 보는 음식인지라 한참을 머뭇거렸지만, 푸드 트럭 옆에 피쪼께리가 무엇인지 자세히 설명되어있고 또 가족 전통 레시피라며 가족 사진들까지 붙어 있어 왠지 믿음이 갔다.

한낮엔 반팔을 입을 정도로 햇볕이 따가웠어도 저녁이 되니 찬바람이 불고, 유일한 동양인으로써 그것도 "동행없이 혼자" 공연장 테이블에 앉아 파스타를 먹는 일은 상당히 뻘쭘한 일이었다. 그러나 모든 걸 다 내려놓고 즐기기로 마음 먹은 순간, 모든 일이 다 재밌게 느껴졌다. 존재 자체도 알지 못했던 "로카르노 온 뮤직"에 와 있는 일이라던지, 좀 춥고, 밀라노까지 다시 돌아갈 일이 고되게 느껴지긴 해도 그란데광장에서 노킹 온 헤븐스 도어 라이브를 들으며 피초케리를 먹는 일, 전부 다 나쁘지 않게 느껴졌다. 인생이 대개 그렇듯 여행도 사실 별 거 없다. 멋진 곳을 찾으려는 노력보다는 현재를 즐기려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

그렇다면 피초케리의 맛은 어땠는가. 처음 먹는데도 매우 익숙한 맛이었다. 심지어 동서양 요리법의 차이, 그리고 식재료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뭔가 토속적인 맛, 한국에도 왠지 비슷한 요리가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랄까? (메밀이 주재료라 그런지 왠지 강원도에 메밀범벅같은 비슷한 요리가 있을 것 같다는 엉뚱한 상상을 했다.) 무슨 맛인지 전혀 감이 안올 분들을 위해 위키백과의 설명을 첨부한다.

피초케리는 탈리아텔레의 일종으로서 메밀가루와 밀가루를 8:2에서 2:1정도의 비율로 섞어 만드는 평평한 모양의 파스타이다. 푸른 채소, 감자와 함께 요리한다. 후에는 세이지와 마늘, 치즈를 함께 버무리며 버터를 두른 팬에 살짝 데워서 먹는다. 피초케리는 상당히 손으로 만들기 쉽다. 롬바르디아 주의 일부 지방에서는 피초케리로 축제를 열기도 한다

위키백과

먹다보니 조금 느끼하긴 했지만 - 옆 자리에서 맥주 먹는 양인들이 참 부러웠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술을 자제하고 있는지라 ㅠㅠ - ​그래도 나름 맛있게, 그리고 재미있게 먹었던 메밀파스타였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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