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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평생 제일 맛없었던 샌드위치 - 스위스 루가노 가바니 상점의 시금치 샌드위치 본문

외국 돌아다니기/2017.10 Italy, Swiss & France

내 평생 제일 맛없었던 샌드위치 - 스위스 루가노 가바니 상점의 시금치 샌드위치

mooncake 2018. 12. 5. 23:05


며칠 전, 이탈리아 시에나에서 먹은 멧돼지 파스타 이야기를 쓰고 났더니

이번엔 내 평생 제일 맛없었던 샌드위치  이야기를 쓰고 싶어졌다.

 

떄는 작년 10월

정말 끝내주게 날씨가 좋았던 스위스 루가노의 아름다운 토요일 오후

나는 불행하게도 내 인생 최악의 샌드위치를 만났다ㅎ


 

여행 준비를 하지 않고 무작정 기차표만 끊어 루가노에 갔지만,

루가노에서 가바니(Gabbani)씨 상점이 유명하다는 건 알고 있었다.



명성에 비해 상점은 작은 편이었지만

다양한 식재료를 구경하다보니 여기서 점심을 먹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골랐다,

지중해 샌드위치.


당시 가바니씨의 상점엔

3종류의 샌드위치가 있었는데 

햄을 별로 안좋아하고 치즈를 엄청 좋아하는 나는

고민없이 지중해 샌드위치를 골랐다

(사진 왼편, mediterraneo)

내용물은 시금치Spinaci와 브리치즈Brie.



샌드위치와 함꼐 생수도 한병 같이 사들고

가바니씨 상점역 스탠딩 테이블로 갔다.


*잠깐 딴 얘기. 샌드위치는 7 스위스프랑, 생수는 3 스위스프랑인줄 알고

10 스위스프랑을 내밀었더니 

10.5 스위스프랑이라고 한다.

유로화랑 섞일까봐 스위스프랑은 은행에서 환전할때 내 준 종이봉투째로 들고 다녔는데

10.5 스위스프랑이라길래

가방에서 주섬주섬 종이봉투를 찾아서 돈을 추가로 더 꺼내려고 하니깐

갑자기 내가 너무 없어보였는지;;;;;;

됐다며 그냥 10 스위스프랑만 받으셨음.

그....

뭐랄까.... 고맙긴 한데

왠지 화끈거리는 기억임ㅠ.ㅠ


생각해보니까 은근

유럽여행 중에 사람들이 돈을 덜 받거나 뭘 공짜로 준 적이 좀 있음

파리 레스토랑에선 물을 공짜로 받고(심지어 물 갖다준 직원분이 내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주고 감;;;)

런던 히드로공항에선 남은 동전을 털어내려고 동전+카드로 뭘 사려고 했더니 차액 카드 결제는 됐다고 동전만 받은 적도 있고

네덜란드에선 외딴 마을에서 같이 버스를 기다렸던 아주머니가 버스 요금을 내주려고 한 적도 있고

내가...

정말...

없어 보이는 건 맞는 듯 ㅠ.ㅠ


다시 샌드위치 이야기로 돌아가서

이 사진을 찍을떄만 하더라도

시금치도 좋아하고 브리치즈도 좋아하니깐 당연히 맛있을 줄 알았는데,


이건 뭐...

딱히 간도 되지 않은 시금치가 너무 많이 들어있어서

브리치즈의 맛은 느껴지지도 않는다.

빵과 치즈의 존재감은 0. 오로지 풀맛만 났다ㅎㅎ



오죽 어이가 없었으면 먹다 말고 단면 사진을 찍었겠나

진짜

시금치밖에 없음

근데 간도 안된, 아무맛도 안나는 시금치임.

ㅠㅠ

시금치라고 안쓰여있었으면 시금치인 줄 몰랐을 듯

ㅠㅠ



물론 내가 살면서 맛없는 샌드위치를 한두번 만난 건 아니다.

빌라 아드리아나 카노포 연못 앞에서 먹었던 치킨치즈샌드위치.

로마 뽄떼 맘몰로역 카페에서 사갔는데

빵이 너무 딱딱하고 질긴 나머지

살기 위해 억지로 씹는 기분이 들긴 했지만,

그래도 끝까지 다 먹기는 했다.



로마 뗴르미니역 카페에서 구입해서

오르비에또 가는 길에 먹었던 그란 카프레제 샌드위치는 또 어땠구...

그래두 루가노 가바니 상점의 시금치 샌드위치에 비하면 양반이었다.



그리고

예전 후쿠오카 여행기에서 맛없다고 흉봤던

후쿠오카-인천 구간의 아시아나 기내식 샌드위치

가바나 상점의 시금치 브리치즈 샌드위치에 비하면 맛있는 샌드위치였던 거였다.

흑흑...


나는 정말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이 아니다.

그리고 여행 중에 식사는 대충 때우는 일이 잦아서, 

특히 유럽 여행 중에는 샌드위치로 밥 먹는 일이 많은데

이렇게 역대급으로 맛없는 샌드위치는 정말 처음이었다.

흑흑...


결국 최선을 다했지만 나는 시금치 샌드위치를 끝까지 먹지 못했다ㅋㅋ

하하하;;;;



그렇게 시금치 샌드위치와의 전쟁에서 패배(???)하고

가바니씨 상점을 다시 한번 둘러보는 데 맛있어 보이는 게 참 많더라...

새우 때깔 좀 보세요



올리브와 카르쵸피니는 또 어떻구...



흑흑흑흑

다음에 루가노에 가면 그때는 꼭 다 사먹을테야


근데, 스위스 루가노에 언제 또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직 제네바 취리히 베른 그린델발트 등등등도 못가봤는데 루가노에 또 가는 날이 올까나...


하지만, 사람 앞 일은 알 수 없는 거니까....

나에겐 세상에서 제일 맛없었던 샌드위치 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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