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wanderlust

시르케지역과 여행자의 로망 본문

외국 돌아다니기/2012.08 Istanbul, Praha & Dresden

시르케지역과 여행자의 로망

mooncake 2014. 8. 1. 10:50

 

 

2012년 9월, 이스탄불 시르케지 기차역

 

오래전, 이스탄불 시르케지 기차역에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차에서 내리고 또 기차에 올라탔을까. 이제 오리엔트 익스프레스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지 오래이고 인적조차 드문 역이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시르케지역에서는 여전히 부카레스트(루마니아), 베오그라드(세르비아), 테살로니키(그리스)를 오가는 국제선이 발착 중이었다.

 

과거의 영광을 짐작케하는 몇몇 흔적만이 남은 한산한 시르케지 기차역 커피숍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쉬고 있다보니, 불현듯 국제선을 집어타고 낯선 곳으로 향하고 싶은 매우 강렬한 욕망이 들었다. 이틀 뒤엔 프라하행 비행기를 타야 하고, 이스탄불과 프라하 호텔 숙박비도 이미 다 지불되어 있는데, 뜬금없이 부카레스트나 베오그라드나 테살로니키에 가고 싶다니 얼마나 황당한 생각인가.

 

이때 정신이 확 나가서 세 곳 중 어느 한 곳에 갔더라도, 결국은 어떻게 해서든 프라하로 가서 한국행 비행기를 타고 일상으로 돌아왔겠지만, 아니 애초에 내가 아무리 즉흥적인 걸 좋아한다고는 해도 완전 대책없는 행동까지는 안하는 편이니 절대 그럴리는 없었겠지만서도, 만약 그때 시르케지역에서 국제선을 탔더라면 왠지 지금까지 계속 전세계를 방랑하고 있었을 것만 같은 그런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이스탄불 시르케지역 안에는 분위기 좋은 커피집도 있고, 자그마한 박물관도 있고, 귀여운 고양이도 있고, 또 밤에는 수피교도들의 세마의식 공연도 있어 정말 정말 마음에 드는 장소였지만, 그런 것들이 없다할지라도 그냥 그 자체만으로도 먼 옛날 여행자의 로망-여행이 훨씬 불편했던 시절에도 여행에 대한 욕구를 버릴 수 없어 용감하게 길을 떠났던 사람들, 그리고 지금보다 이국적인 풍경이 주는 감동이 훨씬 더 컸을 그 시절-에 대해 떠올릴 수 있어 참 근사한 장소였다.

 

실제로 시르케지역에서 국외로 이동하는 것은 시간&비용 면에서 효율적인 방법이 아니라 거의 이용을 안한다고 듣긴 하였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훗날 다시 이스탄불에 가게 되면 그땐 꼭 시르케지역에서 다른 나라로 가는 기차를 타볼 계획이다^-^ 히힛!

 

P.S.

혹시나하고 검색해봤더니 2013년 5월부터 더이상 시르케지역에서 국제선이 발착하지 않는다고...

또르르...

하긴 저가항공이 엄청나게 많아졌는데 누가 열몇시간씩 기차타구 가겠음? T.T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