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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via : 일상의 조각들

독일어 잡담

mooncake 2014. 12. 4. 10:01

(1) 일주일에 1시간 30분씩 두번, 5개월간 배운 독일어. 학원 꼬박 다니는 게 굉장히 힘들었는데, 따져보면 기껏해야 60시간이다.

예습복습도 거의 안햇으니, 당연한 결과로 아직 한마디도 제대로 못하는 독일어ㅎㅎ 아직 갈 길이 먼데 겨울이 되면서 컨디션도 많이 안좋아져서, 학원 다니는 게 엄청난 부담이 되기 시작했다. 날이 따듯해질때까지 학원을 쉴까 고민도 많이 했지만 내가 절대 독학으로는 공부를 할리가 없으니 학원을 안다니면 독어 공부도 끝이다ㅠㅠㅠㅠ

 

그래서 고민고민 끝에 이번달엔 원래 듣던 수업보다 이른 시간대로 바꿨다.

회사에서 땡하고 나가도 5분 정도는 늦을 각오를 해야 하는, 그런데 땡하고 나가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얼마나 더 늦을지 모르는 그런 시간대로 바꿨다. 좋은 선택은 아니지만 그래도 야근하다 수업듣고 밤늦게 집에 가는 것보단 훨씬 덜 힘들 것같고, 송년회다 모임이다 다들 바쁜 틈을 타서 일주일에 두번 정도는 칼퇴를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에 차있는 중.

 

수업 시간대를 바꾸게 되면서 어쩔 수 없이 커리큘럼도 변경하게 되어서, 문법반에서 회화반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화요일날 첫 수업을 들었는데 험난한 길이 예상된다. 거의 한마디도 못함ㅋㅋㅋㅋ

외국어를 못해서 본인의 의지와는 다르게 과묵해진다는 것이 이런거구나,하고 느꼈다ㅎㅎ 

예를 들어 예전에 독일 여행갔던 얘기를 하면서 "소세지가 맛있었다"고 해야 하는데 그 간단한 말도 제대로 못해서

- 선생님, 부어스트(Wurst, 소세지)의 성이 뭐죠?

=> 여성이에요

- 아, 그랬지. 디 부어스트 바...(Die Wurst war..., 그 소세지는....였다) 어... 맛있다가 독일어로 뭐였죠?

=> lecker

- 아 맞다. 디 부어스트 바 렉커(Die Wurst war lecker, 그 소세지는 맛있었다)

뭐 이런 식으로 간신히 대화를 이어갔으니 얼마나 한심한 수준이었는지는...

내가 너무 못하니까 아무래도 지금 단계에선 별로 도움이 안되는 수업일 것 같은데 그래도 아예 안다니는 것보단 낫겠지.

 

그런데 또다른 장벽이 하나 더 있다.

연말이라, 벌써부터 각종 모임날짜들과 충돌 중. 현재 확인된 것만 2건... 큽. 12월은 학원 다니기가 정말 쉽지 않을 것 같다.

 

(2) 독일어로 경영학Betriebswirtschaftslehre라는 걸 알고 새삼 충공깽. 물론 얘네들도 BWL(베베엘)이라고 줄여부른다고는 하지만. 참고로 경제학은 VWL(Volkswirtschaftslehre)이다. 내가 독일어를 배워야겠다고 생각한 이유 중에 하나가 이 장난아닌 길이의 단어들이 어떻게 나온건지 궁금해서이기도 했지만(배워보니 별거 없.. 그냥 붙이면 되는 거.. 가끔 s 정도나 첨가하고..) 그래도 참 대.다.나.다.

 

(3) 온갖 어려움들과 체력적 부담과 본인의 한심한 독일어 수준에서 오는 스트레스(;;;)에도 불구하고 독일어 학습이 나에게 주는 효익은 참 많다. 예를 들자면...

 

 

얼마전 책상 옆 책꽃이를 보다가 새삼 깨달은 사실!

소나타곡 악보집의 Sonaten이 "소나타의 독일어 Sonate의 복수형"이라는 거!

꼬꼬마 시절부터 피아노를 쳤으니 Sonaten을 평생 보고 살아왔는데 이게 독일어로 소나타의 복수형이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음. 어느 나라 말인지 궁금해하지도 않았고. 어릴때 왜 Sonata를 Sonaten이라고 쓸까? 이런 생각은 잠시 했던 것 같은데 딱히 찾아보거나 물어보거나 하지 않았음. 이렇게 글로 써놓고 보니 참 별거 아니게 들리지만, 뭐랄까,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문맹으로 살다 글자를 깨우친 느낌?ㅋㅋ

 

 

그러니까, 이렇게 씨디 한장을 펼치기만 해도 독일어가 수두룩 빽빽인데 그동안은 독일어를 모르면서 어떻게 음악 듣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ㅋㅋㅋㅋ 진짜 새로운 눈을 뜨게 된 느낌이다.

엄마한테 "내 주위를 둘러싼 독일어가 엄청 많은데 그동안은 어떻게 전혀 불편한 줄 모르고 살 수 있었을까?"했더니 "그래서 문맹도 나름 다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하나보다"라고 하심. 아. 그런건가?ㅋ

 

(4) 워낙 공부를 안해서 그런거겠지만 여전히 독일어 텍스트는 눈이 편치 않다. 뜻을 다 이해하든 못하든 간에 프랑스어나 포르투갈어 텍스트를 볼땐 눈이 편한데, 독일어는 아까 그 경영학Betriebswirtschaftslehre 같은 단어가 나오면 아직도 어어쿠~하면서 당황하게 된다. 익숙해지면 오히려 리에종(Liaison, 연음)이 판치는 프랑스어보다 훨씬 쉽다고 하는데 난 아직도 긴 독일어 단어를 적절하게 끊어읽기가 너무 어렵다. (당연하지 그 각각의 단어들을 모르니까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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