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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하 오디오(TSX-B232) CDP 고장 그리고 1983년산 CD

mooncake 2015. 1. 18. 23:54


12월 초, 야마하 오디오(TSX-B232 구입후기 클릭)의 씨디 플레이어가 고장났다. 아직 산지 두달도 안됐는데 이게 뭔 변괴인고.

산지 1~2주 밖에 안됐을때도 간혹 CDP에서 CD를 꺼내는 게 원활하지 않을때가 있긴 했는데 이번엔 아예 CD를 인식도 못하고 eject 버튼을 아무리 눌러도 뱉어내지도 않고. 혹시나 CD가 충분히 안들어갔나 싶어서 또다른 CD로 밀어넣어보려던 찰나, 또다른 CD 하나도 낼롬 삼켜버렸다. CDP가 CD 두개를 삼키다니! 멘붕.

 

예전에 쓰던 오디오도 맨날 CDP가 말썽이었기 때문에 신경이 살짝 곤두서서, 출근하자마자 AS 센터로 전화했더니 당일 오후에 바로 기사님을 보내주셨다.(오! 훌륭하다)

 

회사에 있으면서 전화를 통해 들은 기사님 말씀은

- 오래된 CD를 넣을때는 닦아서 넣어주세요. CD가 오래돼서 그렇습니다. 가급적이면 오래된 CD는 안쓰는게 좋습니다.

- 그리고 집이 너무 춥네요. 온도 차이가 심하면 기계에도 부담이 많이 갑니다. 아침에 나갈때 천이라도 덮어주세요.

 

"제 CD 대부분이 다 오래됐는데요, 오래된 CD를 쓰면 안된다고요?"라고 대답하니

"쓰면 안되는 건 아니지만, 만져보시면 최근에 나온 CD와 오래된 CD의 질감 차이가 확실히 있어요.  최근에 나온 CD보다 조금 덜 매끈하다 싶으면 꼭 닦아서 넣어주세요. 일단 부품교체는 했으니 더 사용해보시고 또 이상하면 연락주세요"라고 하셨다.

 

이거 얼마나 난감한지. 아무래도 2000년대 중반 이후로는 CD 구매량이 확 줄었으니 내 CD의 대부분이 오래되었는데, 오래된 CD는 가급적 안쓰는 게 좋다니 좀 충격이었다.

 

그래서 저녁때 집에 가서 "아니 대체 언제 나온 씨디길래 오래 됐다고 한거지?"하면서 그 씨디를 들여다봤더니

made in W.Germany가 똭.



웨스트 저머니? 서독? 내가 빈티지 그릇 구경할때나 가끔씩 마주치는 그 "서독"?

그래서 자세히 봤더니 무려 1983년에 만들어진 CD였다.

기사님이 오래됐다고 하실만 했다 하하하하하ㅠㅠㅠㅠㅠㅠㅠㅠ

 

최초로 상업적인 CD 음반이 발매된 것이 82년 10월이라고 하니깐 이 83년산 CD 역시 조상신급! 두둥.

지금보다 CD 만드는 기술도 덜 안정화됐을 것이고 또 CD 수명자체가 영구적이진 않다보니 뭔가 녹아나오면서 재생에 지장을 주고 데이터도 손실되고 그러는 모양이다. 내가 막 굴리지만 않으면 적어도 5~60년 정도는 재생하는데 문제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니 상당히 충격이었다. 초창기에 만들어진 CD 중 이미 재생불가 상태에 빠진 게 꽤 있다고 하니, 컴퓨터로 미리미리 음원을 따놔야 하는건가 고민 중. CD의 수명이 다하는 광경을 눈 앞에서 목도하다니, 새삼 내가 오래 살았구나, 그리고 또 다른 한 시대가 끝나가는구나(end of an era)라는 생각이 들어서 뭔가 씁쓸했다. 더군다나 이젠 CD 재생할때마다 일일이 제작년도 확인하고 닦아서 넣을 생각을 하니 참 귀찮다; 앞으로 CD는 더욱더 안사게 될 것 같다ㅠㅠ 내가 어릴땐 늘 CD를 사느라 가산을 탕진했는데 그게 다 헛짓이었다니...흑흑

 

그 와중에도 야마하에서 신속+친절하게 AS해주셔서 그건 좀 감동이었다.



이건 AS를 마친 뒤 선물로 주고 가셨다는 야마하 컵!

집에 워낙 컵이 많아서 사은품으로 주는 데데한 머그는 안반가울때가 더 많은데, 이 머그는 야마하 로고가 박혀서 그런지 아님 AS 기사님이 친절하셔서 그랬는지 마음에 들었다♡



야마하 머그 뒷면엔 "감동을 함께 만듭니다"라고 쓰여 있다. 

확실히 감동적인 AS였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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