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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봄 도쿄 여행 소회. 본문

외국 돌아다니기/2009.04 Tokyo

2009 봄 도쿄 여행 소회.

mooncake 2009. 4. 8. 22:15

- 이번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은 벚꽃 벚꽃 벚꽃!
그러나, 예년보다 추웠던 날씨로 인해 도착하던 날 (4월 2일)에도 벚꽃이 만개하지 않았다. 나리타공항에 내려, 넥스를 타고 도심으로 이동하면서 꽃이 필락말락한 나무들을 보며 마음을 졸였다. 다음날 방문한 우에노공원엔 제법 꽃이 피어 있어 다행이었지만. 그렇게도 속을 끓이던 벚꽃은 떠나오던 날(4월 5일)에서야 절정을 이뤘다.
하루가 다르게 피어나는 꽃들을 보는 것도 물론 즐거웠지만 나와 내 친구가 바랬던 건 꽃잎이 눈처럼 흩날리는 길을 산책 - 마치 영화 4월 이야기처럼 - 하는 것이었으므로 아쉽기 그지 없었다. 딱 이틀만 더 있었으면, 돗자리와 도시락 싸들고 벚꽃 밑으로 소풍도 가고 나카메구로의 강에도 갈 수 있었을텐데. 그리고 벚꽃이 날리는 길을 거닐 수도 있었을텐데.

- 환율의 압박으로 소비심리도 얼어버린 듯. 이번 여행에선 별로 산 게 없다. 며칠 지난 지금 아, 그거 살껄. 아 저것 좀 더 사올껄. 아 누구누구의 선물 사왔어야 하는데 어쩌지. 등등 쇼핑의 아쉬움이 진해지고 있다. 뭐 생각해보면 단순히 환율의 압박 때문이라기 보다는 컨디션이 안좋아 멍-했던 탓도 있는 것 같다. 몸이 힘들다보니 지갑을 꺼내는 것도 귀찮고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아 이걸 사야 할지 말아야 할지 판단이 안되는 거다. 그러다보면 아예 구입 자체를 포기. 특히 우에노 갔던 날은 지금 생각해보니 오후 3시경부터 약 세시간여동안 리빙 데드 상태였던 것 같다. 정신은 어디론가 날아간채 몸만 움직이며 멍하니 벚꽃을 구경하고 야끼소바를 먹고 장난감 가게를 돌아다녔다. 머리속엔 그저 자고 싶은 마음 뿐! 나중에 도쿄돔시티의 무민 베이커리&까페에 도착하여 아이스 까페라떼를 들이킨 다음에서야 좀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 몸 상태가 이렇게 된 건, 여행 가기 전 며칠동안 계속 잠을 잘 못잤기 때문이다. 원래 하루에 적어도 8시간은 자야 하는 것을, 3시간, 5시간, 이런 식으로 밖에 못자서 체력이 바닥으로 떨어져 있었다. 여행 가던 날도 아침 8시 비행기를 타느라 새벽부터 잠을 설쳤고 - 못일어날까봐 너무 긴장한 탓인지 밤 12시 반에 눈을 붙였는데 새벽 3시에 깼다 - 여행지에 가서도 계속 잠을 잘 못잤다. 이런 상태가 지속됐기 때문에 여행 내내 많이 힘들었다. 그래도, 그런 몸 상태였는데도 여행이 즐거웠던 걸 보면 참 신기하다^-^ 여행할땐 확실히 초인적인 힘이 나오는 것 같다.ㅋㅋ

- 스이카 넥스, 정말 좋다^-^ 스이카와 넥스(나리타 익스프레스) 티켓을 같이 구입하면, 넥스를 1500엔에 탈 수 있다. 공항에서 숙소가 있는 신쥬쿠까지 편한 의자에 앉아 한번에 오니 완전 좋았다. 다만 이 할인은 공항에서 도심으로 들어갈때만 적용되므로 돌아가는 날은 예전처럼 케이세이를 탔는데,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우에노로 갔다가 다시 케이세이로 갈아타려니 많이 힘들었다. 환율만 좀 협조해주면 앞으론 주구장창 넥스만 타게 될 지도 모르겠다.
스이카 역시 일일이 표를 구입하는 수고를 덜어줘, 시간 절약도 되고 아주 좋았다. 대부분의 편의점이나 자판기에서도 사용가능하고. 간사이 쓰루패스처럼 일정 기한 동안 무제한 탑승 가능한 카드는 아니지만, 어차피 많이 돌아다니는 타입은 아니라서 상관없었다. 그래서 이번 3박 4일동안 도쿄에서 사용한 총 교통비는, 스이카 1430엔+넥스 1500엔+요꼬하마 1일권 840엔+마지막날 우에노까지 190엔+케이세이 스카이라이너 1920엔. 당시 환전해간 환율 (14.2)를 적용하면 83,496원. 아 근데 왜 이런 걸 일일이 적고 있는거지-_-?

- 이번에 묵은 호텔은 신쥬쿠 역 서쪽의 니시신쥬쿠 호텔(그래서 호텔이름도 니시西신쥬쿠ㅋ). 워낙 호텔에 대한 기대치가 낮은 탓인지 꽤 잘 지내다 왔다. 내가 이렇게 된 건 2007년도 파리에서 묵었던 Grand Hotel Nouveau opera 이후인 것 같다. [물론 Grand Hotel Nouveau opera는 스스로도 가격대비 탁월한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TripAdvisor.com의 후기들을 열심히 읽은 보람이 있었다며 뿌듯해했지. 가격대비 위치 끝내주고 -바스티유 지역인데, 파리 한복판은 아니지만 중심가와 가깝고, 호텔 근처에 두 개의 지하철 역이 있고, 호텔 바로 앞에 버스정류장이 있어 교통이 굉장히 편했다. 호텔 근처에 저렴하고 맛있는 식당들, 초콜렛 가게, 빵집, 장난감 가게 같은 게 엄청나게 많이 있고, 빨래방도 있고, 모노프리 같은 대형마트도 여러개 있고, 밤에는 주택가라 조용하고. 등등. 지금 생각해도 위치나 주위 편의시설은 정말 최고-직원들도 친절하고. 청결도도 괜찮았다. 하지만 아무래도 오래되다 보니 좀 후질근하고, 더블침대는 너무 작아서 숙면을 취하기가 어려웠고. 샤워부스는 얼마나 좁은지 덩치 큰 서양애들이 정말 여기서 샤워를 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물론 비슷한 등급, 비슷한 가격대의 파리 호텔은 전부 다 비슷하다. 어쩔 수 없지. 그래도 그 경험은 나의 호텔 기대치를 바닥으로 떨어트려줬다^^;]

다시 니시신쥬쿠 호텔 얘기로 돌아와서, 이 호텔은 방이 너무 작아서 짐을 풀러놓을 공간이 없었던 것. 그리고 호텔 복도에 종이컵과 제빙기가 없었던 것 정도만 빼면 뭐 괜찮았다. 가격대비 교통 편하고 깨끗하면 일단 합격점이고, 추가적으로 밤에 시끄럽지 않으며 주위 편의시설이 어느 정도 갖춰진 곳이라면 그 외 부수적인 요인들은 용인할 수 있다. 그래도, 언젠가는 비지니스 호텔을 벗어날 수 있겠지...ㅠ

- 고쿠리(산토리의 자몽주스)는 언제나 옳다. 고쿠리 고쿠리 고쿠리♡ 작년 오사카에선 어찌된 일인지 보이지 않아 아쉬웠는데, 이번 도쿄여행에선 가는데마다 고쿠리가 있고 크게 고쿠리 광고판도 붙어 있어 좋았다. 아 또 먹고 싶다..

- 그리고 아주 맛있는 푸딩을 발견했다. MEGMILK의 커피젤리♡ 도쿄돔시티의 마트에서 300엔 주고 산 커피푸딩보다 호텔 앞 패밀리마트에서 105엔 주고 산 이 녀석이 훨씬 더 맛있었다. 내 입맛이 좀 저렴한가-_-?? 맛이 아주 새롭다기 보다는 음.. 예전에 어디선가 맛본 듯한 그런 그리운 향취가 있다. (홈페이지 들어가보니 1976년부터 판매되고 있는 제품이라고 한다. 어쩐지^^;)

- 일본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그런 점이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없어져버린,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게 하는 것들이 아직 일본에는 남아 있다는 것. 그것이 무엇인지 하나하나 찝어서 말하기엔 힘들지만, 행복한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어떤 것들을 종종 마주치게 된다. 아마 그당시에 일본의 영향을 받았거나 아니면 아예 일본에서 그대로 들여온 것이었겠지. 그것이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사라졌는데 일본에는 계속 남아 있는 것이다. 대여섯살 무렵의 아련한 기억, 때로는 자신도 잊고 있던 그 기억들을 되살리게 해주는 일본의 풍경이 고맙다.

- 이번 여행에선 꽤 많이 헤맸다. 역에서 호텔 찾아갈때도 좀 헤맸고(흑흑)// 키치죠지에서 카렐 차펙 찾을때도// 또 신쥬쿠중앙공원에서 벼룩시장 보고 방향을 잘못 들어 전혀 예정에 없던 메이지진구까지 걸어갔다. 다리가 얼마나 아프던지.. 수술받은 부위가 잘못될까봐 좀 마음을 졸였다. 나나 친구나 엄청난 방향치에, 일어도 거의 못하니 그런 부분은 살짝 괴로웠다. 다음 일본 여행엔 꼭 나침반을 휴대하고, 또 공부도 좀 해가야겠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일어를 못해서 놓치는 부분들이 필경 엄청나게 많을 거다.
하지만, 비록 엄청나게 헤맸어도 그게 나름대로 재미였고 또 우연히 가게 된 메이지진구가 생각보다 괜찮아서 좋았다. 또, 바람이 미친듯이 불던 날 어두운 저녁에 카렐 차펙 찾아 헤맬땐, 내가 친구 입장이였다면 한번이라도 짜증을 냈을 법도 한데 친구는 전혀 그런 내색이 없었다. 새삼 고맙다^^

- 그렇게 즐거운 여행을 하고 왔지만, 막상 지금 나는 좀 심각한 우울감을 겪고 있다 (우울증인가ㅠㅠ) 어째서일까...

- 어쨌든 다시 여행 가고 싶은 마음 뿐이다. 새벽같이 일어나 공항버스 타는 것과 무거운 짐 끌고 다니는 것만 빼면 여행은 어제나 참 좋다♡ 다음번엔 조금이라도 편하게 김포-하네다 구간을 이용하고 싶다! 역시 가격이 문제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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