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돌아다니기/2015.09 Finland & Tallinn

자이언트 머랭과 나 (헬싱키 카우파토리 마켓홀의 로버트 커피)

mooncake 2016. 3. 18. 12:30

 

나는 머랭을 굉장히 좋아해서 어딜 가든 머랭을 보면, 그 중에서도 특히 자이언트 머랭을 보면 쉽사리 지나치질 못하곤 한다.

하지만 자이언트 머랭이 그렇게 먹기 편한 음식은 아니라서 - 들고 다니기 먹기 어렵고, 잘 부스러져서 갖고 다니기도 부담스럽고 등등 - 그렇게 자주 사먹지는 못했다. 작년에도 피렌체와 베네치아, 그리고 브뤼셀 등지에서 자이언트 머랭 파는 가게를 여러번 보았지만 기회가 잘 닿지 않았다.  

그래서 헬싱키 카우파토리 마켓홀의 로버트 커피(Robert's Coffee)에서 자이언트 머랭을 보았을때 나는, 사실은 저녁을 먹어야 하는 시간이었지만, "그래 이거야!"라고 외쳤다.


자이언트 머랭에 도전한 건 헬싱키가 처음은 아니다. 예전에 런던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엄의 카페에서도 아메리카노와 함께 자이언트 머랭을 주문했는데, 굉장히 노력했지만 절반 이상을 남기고 물러섰던  슬픈 과거가 있다. 물론 핑계는 있었다. 근처 교회의 파이프오르간 연주를 보러 가기 위해 자이언트 머랭을 해치울 시간이 촉박했다는 것. 그래서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엄에서 다 먹지 못한 자이언트 머랭을 떠올리며 "이번 자이언트 머랭은 기필코 다 먹을거다! 이것은 자이언트 머랭과 나와의 싸움!"이라며 의지를 다졌다.(고 쓰고 보니 난 왜 이렇게 사소한 일에서 의지를 다지는 걸까ㅋㅋ)
​​

 

하지만

이번엔 시간이 넉넉했음에도

나의 완패.

 

분명히 처음 한입, 두입 먹을땐 "오 생각보다 별로 안 단데? 다 먹을 수 있겠는데?"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절반도 채 먹기 전에 도저히 못먹겠네...라는 단계에 돌입했다. 그러나 나는 나의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굳이 남은 자이언트 머랭을 포장해달라고 요청했다. (정말 없어보였을 듯;;) 그리고 꼭 다 먹어치우고 헬싱키를 떠날 거라는 의지를 불태웠다.

하지만, 헬싱키에서 머무는 4박5일 동안 머랭을 담은 종이봉투는 계속 호텔 냉장고에 얌전히 들어 있었고 - 심지어 머랭을 저녁으로 먹은 다음날 새벽 배가 고파 잠이 깼지만 어쩐지 머랭은 먹고 싶지 않았다 - 결국 마지막날 아침 쓸쓸한 표정으로 머랭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왔다. 이번에도 내가 패배했다. (ㅠㅠ)

 

이제서야 말이지만 어쩌면 자이언트 머랭은 원래 절대 혼자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닌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히 난 다음에도 또 자이언트 머랭 혼자 다 먹기에 도전하고 있을 것 같다ㅋㅋ

다음 자이언트 머랭에 도전하는 도시는 어디가 될까?

(라고 썼지만 올해 유럽여행일정은 불투명, 너무나 불투명... 회사 업무일정이랑 뭐 이래 걸리는 게 많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