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ivia : 일상의 조각들

소고기 알러지

mooncake 2025. 2. 24. 18:30

작년 10월 알러지 검사를 새로 받았다.
그런데 예상 외의 결과가 나왔다. 그건 바로 소고기 알러지.
 
- 어릴 때 더 높은 단계의 심각한 알러지 항원들이 있었으므로 무시되었거나
- 살면서 새로 생겼거나
둘 중 하나일텐데
나는 어차피 육류를 별로 좋아하지 않으므로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괜찮은 게 아니였다.
일단 한식 중에 소고기로 국물을 내는 음식이 꽤 많다는 것, 조미료 다시다에도 소고기가 들어간다는 것, 하다못해 컵라면에도 소고기 성분이 들어간다는 것. 게다가 알약 캡슐도 젤라틴으로 만들어지고, 젤리도 젤라틴으로 만든다는 것. (그래서 요즘은 영양제도 가급적 캡슐보다는 태블릿 형태로 사려고 하고, 젤리도 한천이나 카라기난으로 만들었는지 보고 먹는다.)
 
여태까지 소고기 알러지를 모르고 살았던 건 원래 고기류를 별로 안좋아해서 육회를 한번도 먹은 적이 없고, 설렁탕, 갈비탕 같은 음식도 먹지 않고, 먹어봤자 햄버거나 스테이크 종류만 약간씩 먹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이제서야 미스테리가 풀린 게, 회사 근처 소고기 샤브샤브집만 다녀오면 꼭 설사를 해서 수상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원인은 식당이 아니라 나의 소고기 알러지였던 것 같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 소고기 알러지와 우유 알러지가 같이 있는 사람이 많다는 데 난 우유 알러지는 없다는 점. 우유 알러지가 있으면 카페라떼도 못먹고 치즈도 못먹고 아이스크림도 못먹고 요거트도 못먹는 거 아닌가. 정말 큰일날 뻔....
- 굳이 따지자면 해산물 알러지보다는 소고기 알러지가 나은 것 같다. 좋아하는 해산물들에 알러지 있었으면 정말 좌절했을 듯. (근데 애초에 해산물 알러지는 모를 수 없었을 것이다. 많이 먹으니까ㅋㅋ)
- 또 다행히 소고기 알러지가 5단계는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면 정말 세상 살기 힘들었을텐데 조금 먹는 정도는 괜찮다. 먹어서 좋을 건 없겠지만
- 이제 편식하네 뭐하네 그런 소리 안듣고 당당하게 갈비탕 설렁탕 곰국 등등을 못먹는다고 말할 수 있다. 오히려 먹으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이 세상 나쁜 사람이 됨 ㅎㅎ 어쩐지 소고기를 푹 우려낸 음식이라던지 육회라던지 레어로 구운 스테이크 등등을 보면 본능적인 거부감이 느껴지곤 했었는데(덜 익힐수록 알러지 반응은 더 심하다고 한다) 무의식은 이미 알고 있었던 게 아닐지.



알러지 검사결과 나오고 얼마 안돼서 먹으러 갔던 코스요리 중의 스테이크. 맛만 조금 보고 일행에게 뺐겼(?!)는데 "넌 소고기 알러지 때문에 못먹잖아"하는 게 좀 얄밉더라 ㅋㅋ 타인의 불행이 너의 기쁨은 아니잖니
 


작년 12월 김포발 도쿄행 아시아나 항공 기내식. 당일 아침에 마일리지 항공권 발권하고 비행기 타러 간거라 기내식을 바꿀 시간이 없었다. 일본-도쿄 구간은 아시아나, 대한항공 모두 식사 선택이 안되고, 소고기를 활용한 메뉴가 많은 것 같아서 기내식 못먹을 각오하고 탔는데 쿵파오치킨이 나와서 굉장히 기뻤다ㅎㅎ
(조금 먹는 건 상관없다 했지만, 평소에 알러지로 귀, 코,목 안좋음 => 비행기만 타면 항공성 중이염 오는 사람으로써 비행 중엔 알러지 유발할 수 있는 음식은 최대한 피하고 싶은 마음)


 

 
작년 12월 도쿄발 김포행 대한항공 기내식 중 서양채식. 돌아오는 편은 식사를 바꿀 수 있는 여유가 있었고, 알러지 발생 물질을 빼달라고 하는 건 전화로 해야되는데 여행 중 항공사에 전화하기 귀찮아서, 앱에서 신청할 수 있는 서양채식으로 바꿨다. 서양채식도 일반 채식과 엄격한 채식 두 종류가 있는데, 나는 일반채식으로 선택! 예전에 과일식으로 기내식을 바꿔본 적은 있지만 채식을 선택해본 건 처음인데 의외로 맛있어서 감동. 샐러드, 판나코타, 파스타 모두 맛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