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다닌 기록

(지금은 없어진) 카페베네 청량리역점 - 세상에서 가장 우울한 카페

mooncake 2025. 3. 9. 22:30

작년 9월에 갔던 카페베네 청량리역점.

너무 우울한 장소였다. 일이 있어서 갔는데, 이 곳에서 만나자고 한 사람한테 약간 화가 났을 정도ㅎㅎ
당시 세상에서 가장 우울한 카페라고 글을 쓰려다 아무리 그래도 영업 중인 카페에 악평을 하는 건 아닌 것 같아 참았는데, 지금은 폐업한 것으로 보인다.

그토록 매장 관리가 안되고 있었던 이유를 알 것 같기도.



작년 9월의 카페베네 청량리역점은 약 15년 전으로 타임워프를 한 듯한 공간이었다. 아니 막 다른 카페베네 지점들에서의 옛 추억이 새록새록 돋잖아ㅋㅋㅋㅋ 아마도 초창기 이후로 인테리어를 한번도 바꾸지 않은 듯.
사진 속 저 멀리 큰 시계가 보이는 곳은 흡연실이다.



만나기로 한 분이 늦는대서 먼저 음료를 시켰는데, 내 기억 속 카페베네는 커피가 썩 맛있던 곳은 아니라 커피 빙수를 주문했다. 근데 빙수 비주얼을 보고 적잖이 당황함ㅎㅎ


메뉴판의 빙수는 대략 이런 형태였기 때문에.




가게 인테리어는 2010년대 초반이라면
빙수 비주얼은 1990년대…? 혹은 그 이전…?
레트로 그 잡채



사실 비주얼이 중요한 건 아니고 맛만 있으면 되는 건데
맛도 없었다ㅠ 정체 불명의 동글동글한 과자 같은 것들은 너무 딱딱해서 이가 상할까봐 도저히 먹을 수 없었고.



오래돼서 푹 꺼진 의자들
우울한 표정의 직원
맛없는 빙수
자꾸 오가는 모기들 (결국 두 곳이나 물림)
오래된 인테리어의 우중충함
그냥 앉아 있는 것 만으로도 우울한 장소였는데

나중에 다시 생각해보니까, 유럽의 몇백년된 카페들은 좋다고 하면서 불과 십몇년된 인테리어를 후졌다고 생각하한 나도 문제인 것 같았다. 하도 우리나라 카페들이 유행에 민감하고 인테리어도 자주 바꾸니 나도 모르게 익숙해진걸까.

이젠 카페베네 매장이 몇개나 남아있을까? 전성기 때도 딱히 좋아한 체인은 아니지만 또 이렇게 하나하나 사라져가는 걸 보니 씁쓸하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