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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생각해도 비비안 마이어의 노년은 너무 슬프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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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생각해도 비비안 마이어의 노년은 너무 슬프다.

mooncake 2015. 11. 2. 12:30

 

비록 비비안 마이어 사진전도 못갔고 비비안 마이어 영화도 보러가지 못했지만

(영화야 그렇다치는데 몇달 내내 집에서 멀지도 않은 성곡미술관 사진전에 못간 건... 게으름 탓. 반성해야지ㅠㅠ)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을 참 좋아한다. 그리고 보면 볼수록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과 삶이 경이롭다는 생각을 한다.

 

여기서 잠깐 비비안 마이어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을 하자면,

비비안 마이어는 1926년에 태어나 2009년에 사망한 미국의 사진가로, 보모/간병인 등으로 일하며 평생 15만장 이상의 사진을 찍었다.

생전 자신의 작품을 타인에게 공개하지 않은 그녀가 그 당시 필름카메라로 15만장 이상의 사진을 찍었다는 것은 정말로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렇지만 수입을 전부 사진에 투자한 탓일까, 노년이 되어 더이상 일자리를 찾을 수 없었던 그녀는 결국 자신의 사진작품이 보관되어 있는 창고의 임대료를 내지 못하게 되었고 2007년, 그녀의 작품들은 경매를 통해 3명의 사진 수집가들에게 헐값에 팔리게 된다. 일각에서는 그녀가 자신의 작품들을 잃은 후 삶의 의지를 놓아버린 게 아닐까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그녀의 많은 나이를 감안하더라도 충분히 일리있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평생을 쏟은 작업의 결과물을 모두 잃어버리게 된 비비안 마이어의 비참한 노년을 생각해보면, 그녀가 그렇게 사진에 몰두하지 않고 자신의 노년을 위해 돈을 비축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이 드는데, 하지만 그랬다면 오늘날 우리가 볼 수 있는 그런 근사한 사진들은 대부분 존재하지 않았을테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그리고 그녀가 평생 자신의 사진을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결국 그 사진들로 큰 경제적 이득을 보는 건 헐값에 필름을 낙찰받은 수집가들이라는 사실 또한 굉장히 안타까운 기분이 든다. 물론 그 수집가들 덕분에 그녀의 작품이 영원히 묻히지 않고 사후에라도 빛을 보는 건 참으로 다행이지만 말이다.

 

아직도 그녀의 삶의 대부분은 베일에 가려져 있고 그녀에 대해 알려져 있는 이야기들은 주변의 증언에 의한 것이 대부분이므로, 그녀가 무슨 생각들로 계속 사진 작업을 해왔는지, 노년에 더이상 일자리를 찾을 수 없게 되었을때 어떤 심정이었을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런 것들이 정말 궁금하다. 인화한 사진들, 아직 현상조차 하지 않은 네거티브 필름들, 영화 필름들, 그녀가 사진을 찍은 사람들과의 대화를 기록한 오디오테이프 등 엄청난 자료를 창고에 보관한 그녀가 일기나 사진작업에 대한 기록은 왜 남기지 않았는지도 궁금하고(혹은 남겼지만 폐기되어서 경매에 같이 넘어오지 않은 것일수도 있겠다).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 작품들을 볼때마다 감탄하면서도, 난 아무래도 비비안 마이어의 노년은 너무 슬프다고 생각한다. 노년은 누구에게나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일정 부분에선 슬플 수 밖에 없는 일이지만, 그녀가 좀 더 풍성하고 따듯한 노년을 보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예를 들면, 진작 자신의 작품들을 공개하여 그 작품들로 사회적 명성도 얻고 어느 정도의 부도 얻었더라면, 하는 생각.(물론 그녀가 한참 작품 활동을 하던 시절 작품을 공개했다고 해서 꼭 결과가 좋았을지는 알 수 없다. 종종 많은 천재들은 당대가 아닌 사후에서야 높은 평가를 받곤 하니까.)

 

그리고 비비안 마이어에 비견할 수는 없지만, 내가 "쥐꼬리만한 월급을 주는 댓가로 나의 체력과 영혼의 에너지를 싸그리 흡수해가는 회사"를 때려치지 못하고 계속 다니는 것도 결국은 "노년과 질병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젊을때야 돈이 없어도, 하던 일이 잘 안풀려도, 어떻게든 새로운 일을 시작해서 벌면 되지만, 나이가 들면 일자리를 구하기도 어려워지거니와 일을 하기 어려운 몸 상태가 되어버리니까. 질병과 노화로 내가 내 몸을 컨트롤할 수 없는 상황, 그런데 거기에 최소한의 돈마저 없다면 얼마나 비참한 상황이 될지는 불보듯 뻔하다. 더욱이 우리나라처럼 노인복지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나라에서 말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세계여행의 꿈"을 버리고 묵묵히 회사에 출근해서 일을 한다. 하긴 세계여행을 완수해낸 어떤 분이 그랬던가. "세계여행을 인생의 목표로 삼아선 안돼요. 그냥 버킷 리스트 중 하나로 생각해야지, 여행 그 자체가 인생이 될 수는 없습니다." 알듯도 하고 모를듯도 한 말이다. 그렇다. 아직도 어떻게 살아야할지 영 감을 못잡고 있지만 적어도 비비안 마이어의 삶과 사진을 보며 내가 생각하는 건 "사진을 열심히 찍어야지"라는 다짐. 디지털 카메라가 없던 시절의 어마어마한 필름+현상 비용을 생각해보면, 요즘처럼 사진 찍기 좋은 시절이 또 어디 있겠나... 그래서말인데... 라이카 큐를 질러버릴까?^^ (기승전지름뽐뿌;;;)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 몇장

 

 

 

 

 

 

 

 

 

 

 

 

 

 

 

 

 

비비안 마이어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으신 분은 위키피디아 링크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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