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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생각없는 말"에 대한 불평글이므로 썩 보기 좋지 않아 접어놨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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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팔자 좋아 여행 다니는 거 아님
휴가 내기 쉽거나 돈이 많거나 체력이 돼서 여행 다니는 거 아니다. 여행이 너무 좋아서 억지로 쥐어 짜내 다니는 거임.
여행 갈때마다 회사에서 맘 고생+몸 고생이 장난 아니며(그래서 요즘 자꾸 여행 전에 병이 나는 건지도), 남들 누리는 거 포기해가며 그 돈으로 여행 다니는 거다.
뭐, 그래, 휴가나 돈 까진 그렇다치자, 근데 정말 힘든 건 체력 문제다.
심장, 폐에 문제가 있고(심장 판막에선 피가 줄줄 새고 폐는 정상인의 7-80% 크기다) 20대 초반에 뼈랑 연골이 망가지는 원인 불명의 병을 앓아서 멀쩡한 관절이 하나도 없다. 발목 연골이 죽어 나가면 무릎 연골을 빼내서 메꾸는 수술을 받으며 살았다. (하이힐은 아예 발가락도 못대봤다;;) 기본적으로 면역력이 낮은데다가 어릴때부터 온갖 자잘한 지병을 줄줄줄 달고 사는 중이다. 그러니 여행 가서 몸이 멀쩡할리가 있겠는가. 정말 죽을 맛이다.
이렇게 힘든데도 왜 꾸역꾸역 여행을 다니냐면, "그래도 다니고 싶기 때문"이다. "여행? 가면 좋지" 정도의 마음이 아니라 "여행이 세상에서 제일 좋기 때문"이다. 맨날 아프다고 골골거리면서 여행은 어떻게 다니는지 모르겠다고? 여행 가서도 똑같이 골골거린다. 아니 더 힘들지. 특히 지난 5월 여행에선 정말 어찌나 몸이 힘들던지 여행이 즐겁지 않은 순간도 몇번 있었다ㅠㅠ 이젠 여행의 힘겨움이 여행의 즐거움을 압도해버리는 건가 싶어 얼마나 우울했는지 모른다.
아 그러니깐 제발, 팔자 좋아 여행 다닌다는 식으로 비꼬지 말길. 그대들도 포기할 거 포기하면 나 이상으로 많이 다닐 수 있을 거라네. 또한 그런 비꼴 여력이 있는 그대들은 대부분 나보다 건강하니 훨씬 더 즐겁게 다닐 수 있을 거라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만큼 여행을 다니지 않는 이유는 다른 것들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이잖아? 좋은 아파트, 좋은 차, 좋은 가방 그런 것들이 결국 여행보다 더 좋은 거잖아. 제발 좀, 타인의 취향 존중 좀...!!!
게다가 사족을 좀 덧붙이자면, 어린 시절에 고비를 두어번 넘겨서인지 "언제 죽을지 모른다, 언제 다시 아예 못돌아다닐 정도로 아파질지 모른다"는 의식이 있고 그래서 여행을 언제나 최우선순위로 두는 편이다. 지난 5월 여행을 팀장이 취소하면 좋겠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강행한 이유 역시, "내가 갑자기 죽는다면 둘 중에 뭘 더 후회할까?"라는 판단 하에서였다. 죽는 순간에 회사일 더 못한 걸 후회하는 사람은 정말 없을 걸?
<2> 혼자 여행 가는 거 나쁘지 않다고요!
혼자 여행 다니는 게 부럽다는 사람도 많지만 불쌍하게 보거나 같이 갈 사람 없어서 혼자 가는 게 싫은데도 혼자 거 아니냐 이런 식으로 보는 사람들도 가끔 있다. 혼자 가는 여행, 동행이 있는 여행 각각의 장단점이 있고 둘다 좋아하는데 요즘은 아무래도 친구들의 대부분이 결혼생활을 하다보니 혼자 가게 되는 일이 잦아졌지만, 혼자 가는 여행도 좋아하므로 나쁘지 않다...고 설명해줘도 "그래도 뭔 재미로 혼자 다니냐"며 기껏 설명한 사람을 기운 빠지게 만든다.
사실 이 이슈에 대해서는 아무리 설명해봤자 "혼자 다니는 여행은 노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이해시킬 수가 없더라. 뭐 그래, 자기랑 워낙 다르니 이해 못할 수는 있지. 근데 왜 남을 불쌍하게 보는지 그건 정말 이해가 안된다.
<3> 내가 독일어를 배우든 포르투갈어를 배우든 인도네시아어를 배우든 그게 당신이랑 무슨 상관인가
나도 다 안다. 먹고 사는데 쓸일 없다는 거. 근데 먹고 사는데 쓰려고 독일어 배우는 거 아니라고. 그냥 흥미있어서 배우는 거라고! 돈 대주는 것도 아니면서 대체 왜들 그렇게 참견인지... 제2외국어 전망 어쩌구 운운하는 소리는 더 듣기 싫다. 자기가 아는 건 남들도 대개 다 안다는 사실을 왜 망각하는지 모르겠다. 난 한자랑 중국어를 극혐하는 사람이라 돈 주고 배우래도 중국어는 배우기 싫다. 그런 나한테 쓸데없는 독일어를 왜 배우냐 전망있는 중국어 학원을 다녀라 이런 말을 "반복적으로" 하는 사람들은 정말 싫다.
먹고 사는데 필요한 공부는 이미 다들 충분히 하지 않았나?(뭐 난 학생때도 공부를 안하긴 했지만ㅋㅋ) 대체 왜 모든 사람들이 평~생~ 먹고 사는 데 필요한 공부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지...?
PS 근데 이미 명동 가로수길 이대앞 등등에 한자가 그득하고, 세계 경제의 패권이 중국으로 넘어간 걸 보면 2-30년뒤엔 한자를 모르는 사람은 한국에서도 살아가기 힘든 "나 개인만의 디스토피아"가 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좀 있다 ㅠㅠ
암튼 저를 포함해서 우리 모두 타인의 취향과 각자의 가치관을 존중합시다. 남한테 피해 안주고 도덕적으로 문제없으면 되는 거 아닌가요.
그래요, 설혹 제가 계속 지금처럼 살아서(=영리하게 자기 앞가림을 못해서) 나중에 후회한들 뭐 어쩌겠어요. 제 팔자인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