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ivia : 일상의 조각들

소비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살 수 있을까

mooncake 2015. 11. 24. 21:12

 

적당히 벌어서 왠만큼 쓰고 살 것인가,

아님 적게 벌거나 짧게 벌어 최소한의 돈만 쓰며 살 것인가


일반적으로는 전자가 나은 길이겠지만

회사생활 때문에 죽을 것 같이 괴롭다보니 궁여지책으로 후자를 고려해보게 된다.

 

근데,

과연,

돈을 안쓰고 살 수 있을 것인가...

 

옷도 안사고 가방도 안사고 구두도 안사고

책도 안사고 음반도 안사고

영화도 안보고 전시회도 안가고 공연도 안가고

근사한 레스토랑도 안가고 비싼 커피도 안마시고

빈티지 찻잔도 안사고 장난감도 안사고 그 밖의 온갖 예쁜 쓰레기들도 안사고

필름카메라도 안쓰고 좋은 카메라 좋은 스마트폰도 포기하고

그렇게 다 포기한다쳐도 여행까지 포기할 수 있을까?

여행까지 포기하고 내가 살 수 있을까?

 

과연 어떤 게 더 괴로운 삶일까 매일매일 견주어보고 있는데, 둘다 괴롭다ㅋㅋ

어린시절부터 일관되게 꾸준히 소비지향적이었던 내가, 돈을 안쓰고 사는 삶이 즐거울리가 없다.

 

남들 다 하는 사회생활,

혼자만 맨날 뭐이렇게 괴롭다고 징징거릴까.

자식을 부양해야 하는 것도 아닌데. 대단한 직장에 다니는 것도 아닌데.

근데 진짜 힘들다 -_-

365일 중에 350일이 우울하다.

이러다 어느날 갑자기 죽으면 너무 억울할 것 같다.

그래서 최대한 안억울할라고ㅋㅋ 회사에서 찍히든 말든 틈틈이 여행을 다닌다.

 

블로그에 몇번 썼던 것 같은데

언젠가 내가 병과 수술로 죽음의 기로에 섰을 때, 내가 후회됐던 건 여행을 많이 못갔던 것, 그리고 가족에 대한 미안함,

그것 외에는 전혀 없었다. 다른 건 요만큼도 신경쓰이지 않았다.


그래서 요즘도 선택의 기로에 놓였을때, 내일 갑자기 죽는다면 뭘 더 후회할까?란 질문에 대한 답으로 결정을 내리곤 한다.

내일 당장 죽는다면 내가 후회할 것은 분명히, 승진을 못했다거나 좀 더 성공하지 못했다거나 좀 더 돈을 모으지 못했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이 놀지 못한 것, 더 많이 행복하지 못한 것, 더 많은 세상을 보지 못한 것일 테니까,

 

그런데 회사를 계속 다닐까 말까에 대한 답은 쉽게 결정내리기 어렵다.

때려치면 당장 며칠은 날아갈 듯 좋겠지만,

돈이 없으면 또 돈이 없는대로 매우 궁핍하고 불안하고 슬플 것이 뻔해서...

 

모든 건 마음에 달려있다고 생각하고 싶다.

아무리 주위에서 뭐라든, 아무리 사악한 사람들이 설치든 간에 그냥 모든 것에 초연해서

근무시간만큼만 나를 내어주고 그 댓가로 돈만 받으면 된다는, 그런 자세로 살고 싶은데 그게 참 잘 안된다.

 

이렇게까지 현재의 일이 싫고 죽고 싶은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면 확 그만두고 나와서 다른 일을 찾아봐야겠으나

딱히 자신있는 일도 없고 하고 싶은 일도 없다.

이럴때면 정말 답이 없는 것 같다.

아니 애초에 답이 없는 문제가 맞다. 내 마음의 문제니깐...

그러면 또 다시 "난 도대체 왜 이렇게 생겨먹었나"로 회귀한다 ㅋㅋ

역시 답이 없다.


P.S. 

이대로 끝까지 버텨서 블로그에 남긴 생생한 기록들을 바탕으로 "사회 부적응자"들에게 희망이 되어보는 건 어떨까ㅋ (여기서 사회 부적응자는 자기 자신이 느끼는 것 기준. 남들 평가나 남들 눈에 보여지는 것과는 무관. 남들 눈엔 그럭저럭 사회생활 잘 하는 사람이어도 본인의 속이 썩어들어가고 있고 스스로 괴롭다면 본인 기준에선 사회 부적응자인걸로) 

아님 회사를 박차고 나가 그럭저럭 성공한 생을 일궈 역시 사회 부적응자들에게 롤모델이 되어보는 건?

근데 둘다 아주 요원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