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돌아다니기/여행계획&잡담

현실도피성 연말 리스본 여행 고민하기

mooncake 2016. 12. 8. 17:35

 

9월초 네덜란드 여행을 다녀온 이후 올해의 네 번째 여행을 가기 위해 지속적으로 비행기표를 검색했지만(사실상 취미활동이라고 할 수 있음ㅋㅋ) 갑작스러운 컨디션 악화로 휴가를 어이없게 써버리기도 했고, 또 딱히 마음에 드는 행선지가 나타나지도 않아 결국 네 번째 여행을 떠나지 않은 채 12월을 맞았다. 

그러다가 어제오늘 갑자기 강렬한 리스본 여행 뽐뿌가 찾아왔다. 12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출발해서 1231일 한국에 돌아오는 일정. 적당한 비행 일정의 비즈니스 항공권은 이백오십만원 정도이고, 비행기를 두 번씩이나 갈아타고 가는 암울한 일정의 이코노미 항공권도 당연히 백만원이 넘는다. 왕복 각 1번만 경유하고 최소한의 인간적 존엄성을 확보할 수 있는 비행 스케쥴의 이코노미 항공권은 최소 백오십만원이라, 아무리 봐도 5일 리스본에 머무르자고 항공권+호텔+여행경비 최소 이백오십~사백여만원을 쓰는 건 좀 아닌 것 같다.

그렇지만 그럴수록 여행 뽐뿌는 더욱 불타오를 뿐. 이웃 블로거 좀좀이님이 다른 글에 달아주신 댓글 내용처럼 이 리스본 여행 뽐뿌야말로 진정한 현실도피가 분명한데, 그래서 더더욱 떠나고 싶다.

알파마 지구에 테라스가 딸린 방을 구해서 별달리 무언가 하지 않고 테라스에 멍하니 앉아 바깥 풍경을 내다보고 싶다. 테주 강변에서 하염없이 강을, 바다같이 넓고 넓은 강을 바라보고 싶다. 지난번 포르투갈 여행에서 좋았던 근교도시가 한트럭이지만 쉬러 가는 거니까 멀리 돌아다니지는 않을 작정이다. 하루는 아예 리스본도둑시장에 통째로 배정할테다. 알파마에 숙소를 구하면 중간중간 구입한 물건을 숙소에 가져다둘 수도 있을테니 더이상 좋을 수 없다. 지난번 여행때 맛있게 밥을 먹었던 식당들을 다시 방문하고, 지난번에 가지 못해 아쉬웠던 식당과 카페들도 가야겠다. 리스본의 특색있는 서점 중 한 곳인 Ler devagar(느리게 읽기), 지난번 여행 때 메일로 찾아가는 방법까지 문의하고도 짬이 나지 않아 못갔던 서점인데 이번에야말로 기필코 방문하리라.

하지만,

내 마음 속의 리스본은 6월초, 찬란한 햇살이 내려쬐던 시기로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막상 12월 마지막 주에 리스본에 가면 춥고 매일매일 비만 온다며 우울해할지도 모를 일이다. 리스본의 12월은 한국의 10월 말~11월 초 정도의 날씨로 많이 춥지는 않지만, 대신 겨울이 우기이기 때문에 수시로 비가 온다고 하니까. 게다가 크리스마스부터 연말까지 이어지는 기간은 가족과 보내는 시기이기 때문에, 문을 닫은 가게도 꽤 있을 거고(관광도시답게 도심의 가게들은 영업을 하겠지만), 말 그대로 연말연휴라는 기간의 특수성과 가족 단위로 돌아다니는 사람들 사이에서 엄청난 외로움을 느낄지도 모른다. 라고 구구절절이 적었지만 이것이야말로 여우의 신포도같은 이야기.

요즈음 나는 일을 쉴까, 아님 좀 더 참고 다니면서 그냥 연말에 짧게라도 여행을 다녀올까, 그런데 도대체 나는 왜 이 지독히도 안맞는 옷을 입은채로 살아야만 하는 걸까, 왜긴 왜야 먹고 살아야 하니까, 등등의 여러 가지 생각으로 계속 머리속이 복잡해서 어딘가 나사 하나가 풀려 있는 상태다. 그냥 이렇게 가지도 못할 여행 로망에 사로잡힌 채 나사 풀린 상태로 살다보면 어떻게든 시간은 흘러가려나... 아님 진짜로 리스본에 다녀올까? 아무리 봐도 돈지랄이지만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