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행방은
올해는 정말 한 일이 없다. 딱히 많은 과업을 성취한 해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전업환자"였던 시절을 빼고 이렇게 한 일이 없는 해가 또 있었던가. 이 허무함은 올해 장거리 여행이 번번이 무산된 탓이 크다.
그래도 9월 중순의 늦은 여름휴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부서내 합의가 이루어진 상태인데 문제는, 적당한 비행기표가 없다... 출발이 십여일 밖에 남지 않았는데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다.
현재 나의 경제력과 건강상태를 모두 만족시킬 비행기표를 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와 같다. 300만원짜리 비즈니스 티켓을 확 질러버려?라고 생각했다가도 한두번 간 게 아닌 유럽을 굳이 이 돈 들여 가야하나 싶어 깨갱하고, 다시 좀 저렴한 이코노미 티켓을 보며 "절반 정도 서서 가기로 각오하면 9시간 비행은 견딜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하다보면 그래도 그건 아니지 싶어 깨갱... 이 과정을 반복하다보니 내 삶 자체가 구차하게 느껴진다. 또 왜 이리 업무는 쏟아지는지, 마음은 급한데 시간은 없고, 샥신은 쑤시고, 머리속이 혼란스럽다.
그래서 지금 나에게 가능한 옵션은
1. 에어 아스타나 타고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2. 호이안에 가서 뒹굴뒹굴
3. 도쿄에서 덕질
정도가 되시겠다. 어째 딱 이거다 싶은 옵션은 하나도 없지만.
거기에 10.2이 공휴일로 지정된 것도 별로 안반갑다. 쉬는 건 좋지만 건강 때문에 여행이 쉽지 않은 처지인 나는, 하필이면 이렇게 역사적 황금연휴가 두번이나 있는 올해에 허리디스크가 악화된 것이 억울하다. 나빼고 다 멀리 여행가는 걸 보며 괜히 심통부리는 중... 하지만 이러면 안되겠지? 아무리 마음이 꼬이더라도 심보는 곱게 써야지.
뭔가 딱 이거다 싶은 비행기표가 나와주면 좋겠지만 이젠 시간이 너무 늦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