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돌아다니기/2018 목포

목포여행 (2) - 경동성당, 항동시장, 목포 야간시티투어, 바다밥상의 전복비빔밥

mooncake 2018. 6. 3. 13:30


추위와 강풍이 좀 누그러들지 않을까라는 헛된 기대를 가지고 행복이 가득한 집 카페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다, 결국 밖으로 나왔다. 꽃샘추위는 그렇다치고, 목포도 바닷가라는 사실을 망각한 탓에 강풍이 부니 서울보다 오히려 더 체감온도가 더 낮아 4월 초에 패딩을 입고도 덜덜 떨었다. 물론 계절이 계절이다보니 한겨울에 입는 본격 패딩은 아니었던지라, 롱패딩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어찌나 부럽던지. 


정신없이 부는 바람 탓에 지도앱 들여다보기도 쉽지 않아서, 발걸음 닿는대로 걷다보니 나타난 경동성당.



소박한 본당 내부가 인상적이었다.


경동성당에서 나와 다시 정처없이 골목골목을 걷다 게살비빔밥으로 유명한 "장터"를 마주쳤는데, 행복이 가득한 집 카페에서 이것저것 먹었더니 배가 불러 패스. 하지만 아무리 배가 불렀어도 이때 장터에 갔어야 했다. 흑흑...



발길 닿는대로 걷다 마주한 목포항동시장.



바람이 워낙 많이 불어서 시장에도 사람이 거의 없고, 닫을 준비를 하는 가게들이 많아 분위기가 썰렁.

항동시장 옆쪽으로 항구가 보이길래 항구 쪽으로 걸어갔다올까 생각했으나 너무 심하게 부는 바람 탓에 포기.



거리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옛날 건물들이 인상적.

그리고 서울에서는 볼 수 없는 "선구점"을 보니까 아 역시 항구도시에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옛 화신백화점 목포지점 건물이 근처에 있다길래 찾아갔다. 김영자화실로 바뀌었다가 지금은 그마저도 운영을 하지 않고 방치되고 있는 듯.

화신백화점이 서울에만 있었는 줄 알았는데, 전국 곳곳에 지점이 있었다고 한다. 물론 서울처럼 백화점까지는 아니고, 보이다시피 그 규모는 작았지만. 

아무쪼록 지금이라도 관리가 잘 되면 좋겠는데 좀 아쉽다. 



목포도 군산과 마찬가지로 곳곳에서 옛날 건물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걷기 좋은 길은 아니였는데, 인도랄 게 별로 없고 갓길로 걸어야하는데 수시로 차들이 다니고 거기에 사정없이 부는 바람이 더하니 신경이 자꾸만 곤두섰다.


이날 저녁의 일정은 목포 야간시티투어였다. 추위와 바람에 지친 우리는 시간보다 일찍 목포역에 도착해서 대합실에서 잠시 쉬다가 목포역 앞에서 출발하는 투어 버스를 타러갔다. 헌데... 가이드분의 말씀으로는 강풍 때문에 오늘은 원활한 시티투어 진행이 쉽지 않을 것 같단다...ㅠ 배편도 운행이 중단되었고, 갓바위 해상보행로도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고. 그러면서 오늘 바람이 많이 심한 편이긴 하지만, 원래도 우리나라에서 제주 다음으로 바람이 세게 부는 곳이 목포라고 덧붙이신다.



여튼 야간시티투어 출발.



바람과의 사투...ㅎㅎ



바람과 싸워가며 야경 촬영.

바람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여기가 어딘지 모른다는 것이 함정.



숙소 근처인 유달산 노적봉 앞에도 잠시 들렸는데, 바람이 어찌나 세던지 계단에서 바람에 밀려 넘어졌다. 다행히 계단에 앉듯 넘어져서 다치진 않았는데, 내가 여간해선 바람에 밀릴 체격이 아닌데 어찌나 황당하던지...ㅎㅎ 바람이 너무 세서, 아 그냥 여기서 투어 포기하고 숙소로 들어가야하는 게 아닌가 진지하게 고민했을 정도다.



그래도 어쨌든 목포 루미나리에도 보러 가고. (=근데 어차피 여기가 다 숙소 근처임ㅋㅋ)






바다분수도 보러갔는데, 여기에서야말로 더이상 바람을 견딜 수 없어 바로 차량으로 복귀했다.



원랜 훨씬 더 다양한 코스가 준비되어 있고, 시간도 3시간 정도가 걸리는데, 강풍때문에 폐쇄되거나 운영을 하지 않아 전부 패스했더니 1시간 반여만에 투어가 끝났다ㅠ 그래도 워낙 추위와 바람에 지쳐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잘됐다 싶어, 목포역에서 내려 저녁을 먹으러 갔는데 금요일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문 연 식당이 별로 없다. 목포역 주변이면 번화가라 식당은 잔뜩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안일한 생각이었다. 그렇다고 목포까지 와서 짜장면이나 부대찌개를 먹기도 뭐해서 고민하는데 나타난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식당 관계자로 보이는 분들만 식사를 하고 계셔서, 영업이 끝났나 했더니, 아니란다. 참으로 다행이었다. 전복뚝배기와 전복비빔밥을 주문했다. 



바다밥상의 밑반찬들. 



전복뚝배기.



전복비빔밥.



밥에도 해초가 들어있다.



맛있게 비벼서 냠냠. 


식당 직원분들이 하필이면 이렇게 안좋은 날 여행을 와서 어쩌냐고 위로의 말도 건네고, 음식에 대한 설명도 친절히 해주셔서 좋았다. 밥도 맛났고, 엄청 훈훈한 식당이었음ㅎㅎ



바다밥상 앞 눈길을 끌었던 카페, 마인 게터.



인적은 드문데, 거리거리마다 루미나리에가 환히 켜져 있어 묘한 기분이 들었다.



조금 아쉬움이 남긴 했지만 더이상은 바람을 감당할 수 없어 모든 것을 뒤로하고 숙소로 오르는 길.



하얀풍차 게스트하우스에서 바라다보이는 목포 시내 야경. 숙소가 높이 있어 조금 불편하기도 했지만 대신 목포 시내가 보이는 점은 좋았다 : )

숙소에 와 씻고, 티비를 보며, 내일은 좀 바람이 덜하길 기원하며 잠을 청했다. 하지만 밤새 강풍 소리가 너무 심해 계속 잠을 설쳤다...


전국적으로 꽃샘추위+강력 황사가 찾아왔던 날이었는데, 일기예보를 보고도 목포는 서울보다 따듯할 거라고 믿었던 것이 나의 크나큰 실수였다. 친한 후배가 레이싱 취미가 있어 영암 F1 경주장에 자주 다니는데, 2월부터 "목포는 벌써 봄이야"라고 하길래 아무리 기온이 낮아도 이렇게 추울줄은 몰랐지. 칫! 그래도 뭐, 그 당시엔 감기에 걸릴까봐 걱정을 많이 했는데 시간이 지나보니 이 요상했던 날씨와 바람도 다 추억으로 남는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