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성찰여행잡담-요즘 나는
디테일은 조금씩 달랐어도
몇년간 블로그에 반복해서 쓰고 있는 이야기가
"여행을 가고 싶은데 가고 싶지 않아서 고민"인 것 같다.
지난주, 이런저런 스케쥴이 잘 맞아떨어져 1.5일 정도의 휴가로
5.5일을 연속해서 쉴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예전같으면 놓치지 않고 여행을 떠났을 것이다.
여행을 안 갈 이유가 없었다!
시간 가능
(어려움 없이 휴가를 낼 수 있으니까)
체력 가능
(추운 계절이라 조금 걱정이 되긴 했지만, 옛날에 비하면 뭐)
돈 가능
(비수기라 비행기가 매우 저렴했다)
예전엔 시간만 된다거나
아님 돈만 된다거나
즉, 장애물이 있는 상태여도 일단 떠나고 봤는데
모처럼 시간 체력 돈이 다 되는데 안가는 게 말이 되나?
근데 안갔다.
아무리 여행이 귀찮은 상태라도 이건 아닌 것 같길래
이번주 토일월화 여행이라도 갈까,했는데
회사 업무상 화요일 휴가가 불가능해져서 포기
(역시 기회는 있을때 잡아야 한다ㅠㅠ)
요 몇달간 여행을 가지 않으니
휴가를 계속 허무하게 보내버리고 있는데
(집에서 뒹굴...)
나에게 연차란
- 외국에 놀러가던지
- 너무너무 아프던지
이 두 경우에만 쓰는 것이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몹시 어색하다.
그리고, 더이상 여행이 인생의 최우선순위가 아니라는 것도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ㅠ.ㅠ
남이 변한 것보다
내 자신이 변한 것이 훨씬 더 적응하기 어려울 줄이야.
원래 이런건가?
아무튼 여행이 가기 귀찮으면 당분간 여행 생각은 안했으면 좋겠는데
여행 가기 귀찮다면서도
여전히 습관적으로 시간만 나면
비행기표를 검색해보고 어디갈까 궁리를 하고 있으니
나란 인간은 뭐가 문제일까...?;;
실컷 머리속에서 여행계획을 짜놓으면
다른 한구석에서 "아냐 다 귀찮아, 피곤해"라는 생각이 들어 자꾸만 무산되니까,
왜 이렇게 비생산적인 시간낭비와 에너지낭비를 반복하는지 모르겠다.
나도 나를 이해할 수가 없다.
한때 내렸던 결론은 내가 너무 지쳐있다는 거였다.
그래서 회사를 한동안 쉬는 걸 고려하기도 했는데
막상 휴직 신청을 하려니까 또 왜 이렇게 걸리는 게 많냐...
여행갈 때 호텔 하나 놓고도 며칠씩 고민하는 결정장애이니
휴직 같은 중요한 결정은 오죽하련만
해도해도 심하다.
결국은 결단을 내리지 못해서 당분간은 회사를 더 다닐 예정인데
이러다 갑자기 폭발하듯 회사를 뛰쳐나올지도...?
뭐가 됐든 망설이고 고민하는 건 이제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
여행도
여행 갈까?란 생각이 들어서 비행기표며 호텔이며 알아봤다면
그냥 좀 떠났으면 좋겠고;;;
애초에 안 갈 마음이 더 크다면 아예 시작을 안했으면 좋겠고.
지금 현재 내 방에 쌓인 물건이 너무 많은 것처럼
내 머리 속에도 쌓인 생각, 무산된 계획이 너무 많다.
나의 베프는 최근 "머리 속을 새로운 지식으로 채울 시간이 필요하다며" 회사생활을 중단하기로 하였는데
나는 "머리 속과 주변을 비우기 위하여" 쉬어가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이게 정답인지는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