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잔과 오래된 물건

수집에 관하여

mooncake 2019. 8. 16.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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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최소) 101년 된 독일 OSCAR SCHALLER & Co의 찻잔.


약 180년 된 영국 Ridgway의 찻잔




​요즘 수집한 물건들을 정리하고 있는데, 더위와 먼지 속에서 대략 “3한숨 1즐거움”이 반복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건이 너무 많아 힘든데 그 와중에 마음에 쏙 드는 물건들을 보면 또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

사람들에게 “우리집에 백년 넘은 찻잔이 여러개 있어요. 한개는 거의 이백년이 되어감!” 이라고 말하면 우와 되게 비싸겠다!!고 화답해주시는데 사실, 가격은 비싸지 않다. 위에 올린 찻잔들 역시 저렴한 가격에 샀다. 신품 웨지우드 찻잔보다 싸다. 하지만 가격과 상관없이 내 마음에 즐거움을 주니 그것으로 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씩 마음 한구석이 허전해질때가 있다. 아래와 같은 글을 읽을때가 그렇다.


박영택 교수의 “앤티크 수집 미학” 서문이다. 야나기 무네요시가 추구하는 수집과 내가 수행하는 수집은 백만광년 정도 거리가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내 물건들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컬렉션도 아니고 재테크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도 아니며 단지 좋아하는 물건들을 사서 모았을 뿐이지만, 나를 제외한 상당수의 사람들은 남들에게도 자랑스레 내세울 만하고 경제적으로도 가치가 훌륭한 수집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수집 품목의 종류을 떠나 이런 글을 읽거나 멋진 컬렉션을 지닌 사람을 보면 내 자신이 초라해질 때가 있다.

내가 “객관적으로 근사한 수집”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1.자금 부족
2.마이너한 취향

근데 둘다 어쩔 수 없는 문제이지 않은가? 내 마음에 들지도 않는데 “소장가치 있는 것”만 골라 살수도 없는 일. 돈도 있고 취향도 뛰어나서 “소장가치 있고 희귀하고 비싸고 좋은 거 = 내 마음에 쏙 드는 거”면 정말 좋겠지만 둘다 아니라면 “내 컬렉션은 원래 후져”라고 인정하고 그냥 이렇게 사는 수 밖에. (*그리고 편의상 컬렉션이라고 썼는데 내 물건들은 컬렉션이라고 붙이기도 좀 글타. 걍 잡동사니들이지ㅎㅎ)

암튼 세상엔 알아도 안되는 것들이 부지기수이고, 나에겐 수집조차 그렇다. 그리고 이런 일기장에나 쓸만한 글을 굳이 블로그에 구구절절하게 쓰는 이유는 (1)오늘 위에서 언급한 책을 읽다 마음이 씁쓸해졌고 (2)물건 좀 정리하려고 했더니 내가 전에 모은 바비는 프리미엄이 붙기는 커녕 가격이 오히려 떨어져 있어서 (3)다른 분의 기깔나게 멋진 앤틱 찻잔 컬렉션을 구경하고는 부러워서...

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