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잔과 오래된 물건

옛날 레코드판과 옛날 책

mooncake 2019. 9. 3. 17:00

​우리집엔 음반이 좀 많다.

내가 사모은 음반도 적지 않지만, 할아버지의 유성기판(축음기판)과 레코드판도 굉장히 많이 있다.

집에 턴테이블은 있지만, 할아버지의 판들은 현대의 바이닐 플레이어로는 재생이 불가능해서, 몇십년동안 지하실에 잠들어 있는 상태였다.


할아버지의 음반은 크게 두 종류다. 

현재의 LP판보다 작고, 한 면에 딱 한 곡씩 들어있는 판. 

또다른 종류는 크기는 현재의 LP판과 거의 같지만, 두께가 굵은 판. (이게 78rpm인가?)

음악 종류도 재즈, 클래식, 그리고 1940~50년대의 한국가요 등으로 다양한 편이다.


간만에 꺼내본 할아버지의 음반 중 하나, 슈만의 첼로 협주곡 (첼리스트 Ludwig Hoelsher, 지휘자 Joseph Keilberth)

천으로 씌어진 레코드판 케이스의 무늬가 참 고풍스럽고 아름답다. 

나 태어나기 한참 전에 돌아가셔서 얼굴도 뵌 적 없는 분인데, 내 음악 취향은 할아버지로부터 온 거였나부다. 

첼로를 배운 게 우연이 아니였을지도ㅎㅎ


이 음반은 현대에 씨디로 복각되어 발매된 것도 없고, 당연히 유튜브에도 없어서 들어볼 수 없는 점이 참 아쉽다. 

그나마 같은 첼리스트, 같은 지휘자의 드보르작 첼로 협주곡은 씨디도 있고 유튜브에도 올려져 있다. 아마 슈만 첼로협주곡도 비슷한 시기에 녹음되었을텐데, 드보르작 첼로 협주곡만 전해지는 것이 많이 아쉽다.


Dvorak Cello Concerto 

Ludwig Hoelscher/Joseph Keilberth

(연주가 굉장히 훌륭하니 한번 들어보시라!)


인터넷에도 자료가 거의 없다보니, 몇년도 녹음인지 찾지 못했다.

대략 1950년대, 적어도 60년 전 이상인 것으로 추정중일 뿐.


현재는 들을 수도 없는 대량의 음반을 고인이 아끼던 유품이라는 이유만으로 갖고 있는 것도 쉬운 노릇은 아니지만, 막상 정리하려니 마음이 무거워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적어도 목록은 만들어놔야할 듯. 


할머니가 즐겨 보시던 책도 지하실에서 찾았다.

뿌리깊은나무에서 발간된 "한국의 발견" 시리즈. 보관 상태가 그리 좋지는 못하다.


어릴때 할머니가 뿌리 깊은 나무와 샘이 깊은 물 잡지를 즐겨보시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내용이 상당히 흥미롭다. 그냥 버리기엔 아깝다.

이미 어마어마한 양의 책을 처분해 버린 사람이 할말은 아니지만. (책 팔아치울때마다 지성을 저버리는 느낌이랄까 ㅠㅠ)



80년대 초에 찍은 하얏트호텔 사진을 보니 묘한 기분이 든다.


아참, 지하실에서 사상계 전권과 1958년 사조 창간호도 찾았다. 

사상계와 사조가 지닌 내용의 우수성과 역사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현재 중고책 시장에서 사상계와 사조는 그리 값이 안나간다고 한다. 왜냐하면 훌륭한 책이라고 생각해서 버리지 않고 고이 보관한 사람들이 워낙 많기 때문이라고. 사물의 경제적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그 물건 자체의 질적 가치보다는 희소성이라는 것, 당연한 얘기인데도 뭔가 조금은 기운이 빠진다. 


아무튼 우리집은 빈티지 전시장같은 느낌인데 (애초에 집 자체가 빈티지다ㅎㅎ),

앞으로는 어찌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