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리타 도자기 드리퍼와 티팟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내릴 때 드립 서버와 세트인 플라스틱 드리퍼를 쓰다가, 새 드리퍼를 샀다. 고온에서 사용 가능한 플라스틱이라고는 하지만 펄펄 끓는 물을 부어서 쓰니까 계속 마음에 걸렸다. 원래는 종이필터를 쓰지 않는 스텐 드리퍼를 사려고 했는데, 마침 내가 사려던 스텐 드리퍼가 사용하다보면 타공이 막혀서 커피가 잘 내려지지 않는 문제가 있다고 해서 조금 더 알아보고 사기로 하고, 일단 칼리타의 도자기 드리퍼 102 LD(3~4인용)을 샀다.
그런데말입니다
드리퍼 받고 신나서 룰루랄라 커피를 내리려고 봤더니 원래 사용하던 커피 서버(유리 주전자)랑 칼리타 드리퍼 3~4인용의 크기가 미묘하게 맞지 않는다. 커피 서버가 살짝 더 지름이 커서, 칼리타 드리퍼가 아슬아슬하게 올라간다. 균형을 잘 맞추면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유리+도자기+뜨거운 물의 조합은 조금만 삐끗해도 대참사가 날 수 있기에 사용 포기. 그래서 일단은 머그컵 위에 올려놓고 커피를 내렸다. 하지만 보통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내릴 땐 2~3잔 분량으로 넉넉히 내려서 부모님과 나눠 마시니깐, 계속 머그컵 용으로 쓰기는 좀 그렇다. 이럴 줄 알았으면 칼리타 서버랑 세트로 구입할 걸 그랬다.
다만, 예전 내 소비패턴은 뭐든지 "새로 사고 보는 것"이었는데 요즘은 "일단 갖고 있는 것에서 활용할 수 있는지 먼저 찾아보기"로 생활습관을 바꾸었기 때문에....
그래서말입니다
새 서버를 구입하기 전에, 오래전에 구입해놓고 사용하지 않았던 티팟을 꺼내보았다. 귀엽죠. 네, 그리고 이것은 티팟입니다. 커피팟이 아닙니다ㅋㅋ 그치만 티팟에 커피를 내리면 안된다는 법이 있는 건 아니니까 제가 한번 시도해보겠습니다ㅎㅎ
칼리타 드리퍼랑 합체해 보았다. 뚜둔! 귀엽다. 물론 커피가 얼마나 내려졌나 알 수 없는 답답함이 있으므로 계속 이걸 쓸 수는 없겠지만, 마음에 드는 핸드드립 서버를 고를때까지는 충분히 제 역할을 할 듯 하다.
오랜만에 도자기 주전자에서 커피를 따라보니깐, 도자기 주전자 특유의 커피 따르는 소리가 예쁘고 맛있게 들린다. 대만족! 이 넓은 세상에 분명 나 말고도 티팟에 커피 내려마시는 사람 있겠지... ㅋㅋ 커피도 물론 맛있었고, 안쓰던 물건을 꺼내 활용했다는 점에서 굉장히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칼리타 드리퍼 사면서 해당 커피 쇼핑몰에서 자체 제작한 종이필터랑 계량스푼도 같이 구입했다. 10g 한 스푼이 보통 한잔 분량인데 나는 진한 커피를 좋아해서 2~3g 정도 더 넣는 편. 종이필터도 가격이 저렴한데 품질이 어떨지 몰라 일단 40장만 사봤는데 나쁘지 않아서, 앞으로도 이걸 계속 쓸 것 같다.
P.S. 드리퍼를 새로 사려고 알아보다 보니깐, 각종 재질의 드리퍼마다 각각의 장단점이 있어서... 역시 뭐든 "산 좋고 물 좋고 정자 좋은 곳은 없다"가 진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옛날엔 열심히 검색하고 연구하다보면 최적의 조합을 찾을 수 있었던 것 같은데 내 착각이었던 걸까, 요즘은 뭐하나 그렇게 똑 떨어지는 게 없다. 이 얘기를 굳이 여기에 왜 쓰냐면… “그니깐 뭐든 적당히 고르자”는 말을 나에게 하고 싶어서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