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의 커피들
불과 몇일 있었지만
한국에 돌아와서, 제일 그리웠던 게 스웨덴의 커피였다. 진짜로 그리웠음.
남들이 보면 스웨덴에 몇 년 살다 온 줄ㅋㅋㅋㅋ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덴마크와 스웨덴의 카페 커피 문화는 좀 다르고, 스웨덴과 핀란드가 매우 유사해보였다.
(물론 세 나라 합쳐서 총 2~3주 체류한 것이 전부이니 매우 제한적인 경험이고, 반박시 당신의 말이 다 옮습니다.)
예전에 핀란드에 갔을 때 좋았던 게 특히 핀란드의 드립커피였는데 스웨덴 역시, 커피를 주문하면 커피잔만 내어준다. 내가 알아서 커피를 따라 먹고, 리필도 무료이고, 커피팟 옆에는 취향에 따라 첨가해 먹을 수 있도록 다양한 밀크와 감미료가 준비된, 스웨덴의 "진한 드립커피"가 헤비 커피 드링커인 내 취향에 아주아주 딱 맞았다.
그래서 스웨덴에서 마셨던 커피를 순서대로 나열해보자면
1. 스웨덴 말뫼에서 스톡홀름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마셨던 커피
덴마크로 떠나기 하루 전, 기차 탑승으로부터는 5일 전에 예약한 코펜하겐-스톡홀름의 구간의 기차.
스웨덴 역시 다른 많은 유럽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탑승일이 가까워질 수록 기차 가격이 오른다.
내가 예약할때는 1등석이 13만3천원이었고, 2등석이 오히려 더 비쌌다. 그래서 1등석을 예약할 수 밖에 없었다. 기차 가격이 싯가도 아니고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다. 여행을 일찍일찍 준비하는 사람들에겐 좋겠지만 급여행 전문인 나는 늘 비싼 가격을 내고 기차를 타게 된다. (※ 지금 이 글을 쓰면서 2025년 3월 6일 목요일 같은 시간대의 기차표를 검색해보니 1등석은 9만3천원, 2등석은 5만9천원 정도한다. 덴마크와 스웨덴의 무시무시한 물가를 생각해보면, 예약 시기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저렴한 편)
선택의 여지 없이 타게 된 1등석이지만 막상 타보니까 좌석도 널찍하니 편안하고, 커피와 차, 과일, 칼 파제르 초콜렛도 잔뜩 있어서 좋았다! 사진엔 없지만 초콜렛도 밀크초콜렛, 민트초콜렛 두 종류, 커피나 차에 넣을 우유도 일반 우유와 귀리 우유 두 종류)
저녁시간이니까, 커피는 안마시는 게 좋았겠지만 맛만 본다며 조금 따라왔는데 맛있어서 결국 늦은 저녁 시간이지만 1.5잔을 마셨다.
사과랑 배도 맛있게 먹었다.
한가지 충격은 사과에 상표 스티커가 제거 안되어 있었던 것, 즉 세척 안한 상태?!
하지만 현지인들은 다들 아무렇지 않게 먹고 있길래 나도 대충 휴지로 슥슥 닦아 먹었다.
2. Central Hotel Stockholm 로비의 커피
스톡홀름에서 4박을 머문 센트럴 호텔 스톡홀름 로비엔 항상 커피와 차, 그리고 과일이 준비되어 있었다. 과일을 담아갈 수 있는 종이봉투까지 마련해놓은 센스.
몇년전에 "스웨덴 게이트 (스웨덴은 손님에게 밥을 주지 않는다는. 심지어 아이의 친구에게도)"가 엄청 이슈가 되었기 때문인지 지인이 "스웨덴 여행은 잘 하고 있냐 거긴 놀러온 애 친구한테 밥도 안줄만큼 각박하다며"라고 물어왔는데 난 "다른 건 몰라도 커피 인심은 엄청 후하다"고 답함 ㅋㅋㅋㅋ
덴마크에서는 평범한 체인점 라떼도 한잔에 만원 가까이 하는데, 스웨덴은 3천~5천원 정도만 내면 드립커피를 마음껏 마실 수 있어서 마음이 푸근했다! (물론 그렇다고 막 몇시간 죽치면서 세잔 네잔씩 마신 건 아닙니다 ㅋㅋㅋ) 가난한 사람도 차는 마음껏 마실 수 있어야 한다며, 다른 건 다 비싸도 차값은 저렴한 영국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3. 감라스탄 “카페 슈바이쳐”의 아이스라뗴
스웨덴에서 유일하게 마신 에스프레소 베이스의 아이스라떼.
덥고 목이 말랐는데도 그리 맛있지 않았다.
관광지이니까 가격도 좀 비쌌다 (8~9천원 정도?) 그래도 카페 분위기는 괜찮았다.
4. 스칸센 안의 Kafé Petissan
가게가 너무 예쁘고! 직원들도 친절하고! 덥고 지친 상태로 들어갔는데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다만 시원한 음료를 마시느라 여기서는 커피를 마시지 못했는데 굳이 사진을 올린 이유는, 여기는 커피잔도 직접 골라서 커피를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갖고 있는 잔도 있어서 더 반가웠다. 커피도 마시고 갈까 고민하다가 시간이 여유롭지 않아 그냥 일어섰는데 좀 아쉽긴 하다.
참고로 이 가게에선 샌드위치랑 홈메이드 라즈베리 주스를 먹었다.
5. 노르딕 박물관 카페에서 마신 드립커피
스칸센에서 나와 트램 타고 할윌 뮤지엄으로 가다가 충동적으로 노르딕 박물관 앞에서 내렸고, 시간이 없어서 노르딕 박물관은 구경 안하고 박물관 카페에서 커피만 마시고 왔다. 드립 커피와 다양한 종류의 커피에 넣는 우유들(일반 우유, 오트 밀크 등등)과 감미료들!
이날따라 날이 굉장히 더웠는데
뜨거운 커피를 마시니 이열치열 뭐 그런 느낌이었지만 ㅎㅎ 여튼 여기서도 커피를 또 굉장히 맛있게 마셨다. 카페 인테리어도 마음에 들었다.
6. 웁살라 대성당 카페에서 마신 커피
웁살라에 가니까 확실히 스톡홀름보다 물가가 저렴했고, 대성당 카페가 정말 괜찮았다. 다만 한 여름에도 5시까지만 영업하니 참고하시길.
커피랑 작은 케이크 가격이 11,000원 정도. 한국이랑 비슷하다. 다음에 다시 사진 올리겠지만 여기도 카페 건물이 멋있고 한적하고, 샌드위치도 맛있어 보였다. 시간을 오래 보내고 싶었는데 SL+UL 교통카드 시간이 만료되기 전에 조금 떨어진 미술관으로 가는 버스를 타느라 후다닥 일어나야해서 아쉬웠다.
7. 웁살라 보태니컬 가든 안의 카페 빅토리아
웁살라에서 점심을 먹은 곳. 여기도 기본적으로는 커피잔을 내주면 내가 알아서 커피를 따라 먹는 시스템인데, 내가 처음 커피와 샌드위치를 주문하고 음식을 받았을 때는 워낙 매장 안이 붐비고 있었던지라 커피가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는지 직원분이 커피를 따라주셨다. (이 사진은 나중에 찍었다)
대부분의 샌드위치와 수프도 품절이었고, 야외 테이블도 좀 불편하고, 그래서 여유를 즐기지 못했던 식사. 여기는 딱히 커피가 맛있었던 기억이 없는데 정신없는 상황 탓이 더 컸을 듯. 매장이 번잡해 커피에 우유도 넣지 못했고.
8. 스웨덴 국립미술관 카페에서 먹은 점심식사와 커피
공항 라운지 제외, 스웨덴에서의 마지막 커피.
커피도 맛있고 빵도 맛있고 윕드버터도 맛있고 카페 분위기도 근사했다. 내가 주문한 요리도 너무 귀여웠다. 대만족. 스톡홀름에 다시 가게 된다면 스웨덴 국립 미술관 카페는 두번 가야지 ㅎㅎ
스톡홀름과 웁살라에서 마신 드립커피들은 다 진해서 좋았다. 그래서 우유나 오트밀크를 타도 잘 어울림!! 우리나라도 진한 드립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가 많았으면 좋겠다. 무료 리필 무료 우유는 안바랩니다. 예전에 커피빈 스타벅스에 있던 컨디먼트바도 다 없어진 판국에. 우리나라는 뭐가 문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