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ivia : 일상의 조각들

연휴 끝/ 납작복숭아화과자/ 칠성사이다플레이모빌/ 잡화점 비옥/ 제비꽃과 사철나무와 배롱나무/ 무계원과 단독주택

mooncake 2025. 5. 7. 15:00

사람 마음 참 간사하다.
연휴가 시작될 땐 딱히 기대되는 마음도 없었는데 막상 연휴가 끝나가니 그렇게 심란할 수 없었다. 오늘 아침 출근길 기분은 엿같았다. 괜히 다른 사람들도 기분이 안좋아보였다ㅋㅋ (물론 알고 있다. 출근하고 싶은데 출근할 곳 없는 상황이 백배는 엿같다는 것을.)

아무튼 기대 없는 연휴 였지만, 또 때때로 비가 오고 좀 춥기는 했으나 공기가 깨끗해서 좋았다. 하루에 한개씩이었던 스케쥴들도 무리 없어 좋았다. 하지만 결혼식 한 개를 가지 않아 기분이 찝찝하다. 나란 인간이 이렇다.
 
대체적으로 만사가 귀찮고 의욕없고 우울한 날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휴 며칠전, 바쁜 회사일을 뒤로 하고 카시코이에 가서 먹은 납작복숭아 화과자는 좋았다. 평범한 인생은 원래 그런 걸지도 모른다. 90%의 우울과 10%의 즐거운 일들로 짜여진 우중충한 색상의 원단 한 자루. 

 

 
칠성사이다 플레이모빌 71312
이제서야 샀다.
 
사이다 10병을 끼워주는 코스트코 버젼 구매대행으로, 37,490원을 지불했다. 참고로 코스트코에서 직접 사면 2만원 중반대라는 것 같다. 예전에 ssg.com에서 각종 할인 적용해서 3만원 초반대에 살 수 있었는데 기회를 놓쳤다. 아무튼 정가는 68,600원이니 코스트코 구매대행료를 냈더라도 나쁘지 않다. 
장난감도 주식과 같다. 소신을 가지고 이 정도 가격이면 괜찮다 싶으면, 사야함 ㅋㅋㅋ
리멘트 원더랜드 티파티랑 만월당을 놓쳤는데 가격이 출시때보다 많이 올라 있어 속쓰린 1인의 푸념 ㅠ.ㅠ 왜 알면서도 떄를 놓치는 걸까.
 
 

 
얼마전에 잠시 들렸던 홍대입구역 근처의 잡화점 비옥
여러가지 이유에서 일부러 잘 구경안했었는데 간만에 잡화점 구경하니까 개꿀
 
 

 
- 이 그릇 너무 귀여웠고
- 해수향당의 "몽상"이라는 향수가 처음 뿌렸을땐 계피 냄새 때문에 모기기피제 같다고 생각했는데, 잔향이 꽤 맘에 듬
- 어릴 때 갖고 놀던 판박이 스티커가 영어로는 Rub on sticker라는 것을 알게 됨 ㅎㅎ
 
 

 
오빠가 얼마전에 우리집 지하실로 가는 길에 파쇄석을 새로 깔았는데
불과 며칠만에 제비꽃이 나와 있는 것을 보고는 감격해서 "오빠 꽃 너무 예뻐"라고 사진을 보냈는데
"곧 제초제 뿌릴건데?!"라는 답변이 돌아옴
흑흑
 
다만 내가 꽃이 예쁘다고 해서였는지
아직은 오빠가 제초제를 뿌리지 않았다. 게으름 탓일 수도 있지만 ㅋㅋ
 
 
우리집이 2층 양옥집이던 시절 우리집 마당은 제법 다양한 종류의 나무가 있었다.
집을 헐고 다시 짓게 되면서 나무들은 모두 베어졌다. 애기때부터 같이 자란 나무들도 많았는데 상당히 가슴 아픈 일이었다. 다른 곳에 옮겨 심을 수 없을까 궁리도 했지만 수령이 오래된, 딱히 잘 관리되지 않은 나무를 받아갈 곳을 찾지 못했다. 그래도 건축사님이 나무 두개는 남겨주겠다고 약속했는데, 저녁에 퇴근하고 가보니 모든 나무가 사라져 있었다. 
 
우리집은 규모가 작아 조경이 의무는 아니었지만 시공사에서 건물 뒷편 공간에 사철나무와 배롱나무 등을 심어주었는데, 새로 심겨진 나무에게는 관심을 주고 싶지 않았다. 또 정이 들었다가 상처 받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완전히 외면할 수 없어서 배롱나무에는 겨울이 되면 보온재를 감아주기는 했다. 그리고 사철나무. 나는 원래 사철나무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왜 그렇게 우리나라 건물들이 사철나무를 즐겨 심는지 알게 되었다. 관리해주지 않아도 변화무쌍한 한국의 사계절을 잘 견뎌내는 튼튼한 사철나무. 든든하고 고마웠다. 그러나 그 사철나무는 안타깝게도 얼마전 전부 제거되었다. 사철나무와 그 사철나무를 감싸고 번식한 생태계교란종 "가시박" 때문에 건물 집수정에 과도하게 낙엽이 쌓여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우리집 사철나무는 집주인의 무관심과 혹독하게 추운 겨울과 가시박의 횡포까지 이겨냈는데 결국 허무하게 전부 베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가시박 때문에 고통 받은 건 사철나무 (그리고 그 뒤에 있던 나무들. 잘 안보여서 무슨 종류인지도 모름ㅠㅠ) 뿐만이 아니다. 가시박을 제거하느라 나도 고통받았고 (자랑은 아니지만 이 나이까지 집안일조차 안하고 곱게 산 내가!ㅋㅋㅋ) 무엇보다 배롱나무가 큰 피해를 입었다.
 
가시박 때문에 워낙 상태가 안좋아져서 지난 겨울 배롱나무에 보온재를 입혀주기는 했지만 어쩌면 죽었나... 싶었는데
 

 

 
너무 다행히도 새싹이 움트고 있다. 
물론 이 위의 가지들은 전부 죽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인 셈이다. 
올해는 사철나무가 없으니 가시박이 전처럼 번성하긴 어려울테고, 그래도 배롱나무를 감싸고 올라 괴롭힐지는 모르겠으나 작년, 재작년보다 더 빨리 가시박의 동태를 파악해서 제거해줘야겠다. 살아줘서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그리고 이래서 내가, 다시 나무에게 정을 주고 싶지 않았는데.
 
 
 

 
얼마전 갔었던 부암동 무계원.
부암동 참 자주 갔는데 무계원의 존재를 최근에서야 알았다. 인생 또 헛 산 기분 ㅎㅎ
무계원도 좋았는데 무계원 주변의 단독주택이 또 그렇게 부럽더라.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 때문에 좀 시끄럽거나 거슬릴 수는 있겠는데 대신 건물 뷰는 사실상 영구조망 아니겠는가. 무계원도 영원하리란 보장은 없지만 적어도 내가 죽을때까진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