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여행 (3) - 동본원사, 국립해양유물전시관, 갓바위와 해상보행교, 목포자연사박물관, 또다시 행복이 가득한집 카페
2018년 4월 7일 토요일.
밤새 강풍 소리에 잠을 설치고 아침을 맞았다.
하얀풍차게스트하우스 1층 식당에 아침식사를 먹으러 갔는데, 밥을 기다리는 사이 창밖으로 벚꽃잎이 마구마구 날리길래(*주변에 벚꽃나무가 많았음) 사진을 찍으러 잠시 건물 밖으로 나갔더니 카메라 렌즈에 물기가 묻는다. 벚꽃잎이 아니라 눈이었다. 눈.... 눈이었다.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4월의 목포. 어메이징....! 참고로 이날 목포 뿐만 아니라 광주랑 전주도 눈이 왔다고. 서울도 밤 체감온도가 0도에 가깝게 떨어진, 전국적으로 꽃샘추위가 심하게 온 날이었다.
4월의 눈에 얼떨덜해진 채로 아침 식사를 했다. 나는 한식을 별로 안좋아하는데다가, 특히나 아침엔 빵과 커피를 절대적으로 선호해서, 하얀풍차게스트하우스의 조식도 별로 기대가 되지는 않았는데, 그런 내 입맛에도 국이랑 밑반찬 맛이 다 괜찮았다. 특히 된장국이 맛있었는데, 평범한 비주얼과는 달리 개운한 맛의 국물에선 다양한 감칠맛이 났다. 이래서 전라도 음식이 맛있다고 하나보다 +_+
아침식사를 마치고 숙소 체크아웃을 했다. 하얀풍차게스트하우스엔 딱히 짐을 맡길 곳이 마땅치 않아 잠시 고민하다 그냥 짐을 갖고 돌아다니기로 했다. 1박 2일 여행이라 짐이 많지는 않았지만, 체크아웃 후 짐보관은 숙소의 기본이나 마찬가지인데, 아쉬운 부분이었다.
전날 추위와 강풍에 시달린데다가, 아침엔 눈보라까지 날리니 원래 생각해 온 일정대로 움직이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이 들어서, 기존 일정은 폐기하고ㅜ.ㅜ 실내에 있을 수 있는 박물관에서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하얀풍차게스트하우스에서 목포역으로 내려가는 길에 잠시 들린 동본원사. 1시간 전의 눈보라가 거짓말인 것 마냥 다시 날이 맑아져, 오늘은 날씨가 괜찮을 수도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다. 동본원사 건물은 현재 전시관으로 사용되고 있다는데, 너무 일찍 간 탓인지 문이 닫혀 있어 겉 모습만 보고 패스.
전날 제대로 구경을 못한 것 같아서 동본원사 옆 코롬방제과에도 다시 한번 들렸다가,
목포역에서 택시를 타고 국립해양유물전시관에 도착했다.
택시를 타고 오는 내내 하늘이 예뻐서 기분이 좋았다. 아 이제 날씨 풀리나봐~라고 신났던 순간.
한껏 업된 기분으로 목포 국립해양유물전시관 앞에 전시된 배 앞쪽으로 가서 사진을 찍는데,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들더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이어서 우박이 쏟아졌다.
그와 동시에 안개가 술렁이며 주위를 감싸는데, 글로는 어찌 표현이 안된다ㅠ,ㅠ 정말 난생 처음 겪는 이상한 날씨였다.
그리고 국립해양유물전시관은 계단을 한참 올라가야 입구가 나오기 때문에 (위에서 다섯번째 사진 참조) 계단을 올라가는 내내 우박을 맞았다...
우박을 잔뜩 맞고 정신이 나가서, 사진도 거의 못찍었음.
그렇게 얼떨떨한 상태로 고려선실 입실.
이때까지도 정신 못차림ㅎ
고려선실을 둘러보는 동안은 내내 혼이 나가있어 보는 둥 마는 둥 하는 상태로 나와 신안선실로 이동하는데, 중간의 휴게공간이 엄청나게 멋지다.
쫘잔. 전시물도 멋진데, 커다란 유리창으로 내다보이는 바다 전망도 이렇게 기가 막힘. 근데 심지어 입장료도 공짜임!!!!!!
*여러분 목포 가시면 해양유물전시관은 꼭 가세요. 저는 딱히 갈 생각 없었다가 악천후 때문에 가게 된 건데,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음.
신안선 전시실 입장.
신안선의 항로.
블로그에 올린 사진은 극히 일부분으로, 꼭 직접 가서 보세요. 신기한 것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았음.
이것은 바로 화물표.
오늘날의 택배 송장에 해당한다.
나 이거 보구 정말 감동했음ㅎㅎ
이 유물들의 상태를 보시라
1323년에 좌초된 배니까 그 해에 만들어졌다고 해도 거의 700년이 된 유물인데, 배가 침몰하는 충격을 받고 아주 오랫동안 바다물 속에 잠겨 있었는데도 큰 손상없이 보존된데다가,
이 엄청난 디테일 보소!!! 발가락 보고 엄청 감탄했다ㅎㅎ
내가 좋아하는 각종 도자기를 비롯, 볼거리가 정말 많아서 눈이 호강함.
거기다 정말 놀랐던 것은
전시물들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벽인 줄 알았던 빨간 자동문이 쓩 열리고
신안선이 등장함!! 전시물 자체가 워낙 대단하지만, 박물관 건물과 구성도 훌륭했다.
신안선의 크기는 사진 위쪽 사람들의 키와 비교해보세요.
진짜 엄청난 규모임.
배 아래 쪽에는 신안선에서 출토된 유물도 막 쌓여있는데,
이 어마어마한 유물과 옛날 돈을 보면서 마음이 복잡해졌음. 새삼 사는 게 얼마나 부질없나, 특히 물질적인 집착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신안선에서 출품된 그릇도 얼마나 많은지 막 이렇게 쌓여있음.
파손된 것 + 자연 분실된 것 + 도굴꾼들이 가져간 것을 빼고도 이렇게 많다니 진짜 어마어마한 양이 실려 있었던 것.
이렇게 쌓아둘 거면 하나만 나 좀 주면 안되나...는 헛소리입니다 물론 ㅋㅋ
암튼 정말 탐이 났다.
내가 갖고 있는 가장 오래된 찻잔이 1870년대산인가 그런데
얘네는 걔보다도 500년이나 더 오래된 애들이 아닌가...
관람을 마친 뒤 국립해양유물전시관 휴게공간에서 바다를 보며 쉬다가, 날씨가 다시 좋아진 것 같아 근처 갓바위에 다녀오기로 결정.
국립해양유물전시관 맞은 편은 목포자연사박물관인데, 아까 우박이 올땐 이 쪽 풍경이 안개가 껴서 완전 하얗게 변했었음ㅋㅋ
정말 변화무쌍했던 날씨.
아무튼 해가 나니까 넘 좋은 것 +_+
목포 바다 색깔 이쁘지 않아요? 심지어 목포 출신 지인분도 내가 목포 바다 색 이뻤다고 하니 약간 갸우뚱하시던데ㅋㅋ 이쁘지 않나 이정도면? +_+
기왕 이쪽까지 왔고 비도 멈췄으니 갓바위는 보고 가야할 것 같아 갓바위 쪽으로 걸어가는데 바람이 정말 장난 아님...
갓바위를 보기 위해 해상보행교 위를 걸어가는데, 날도 춥고, 바람 때문에 정신이 정말 혼미함ㅋㅋ
전날 야간 시티투어때도 원랜 이 갓바위가 포함되어 있었는데 강풍 때문에 해상보행교 출입 통제로 아예 못갔다ㅜ.ㅜ 그래도 다음날은 출입이 풀려서 다행.
푸른 목포바다.
바람을 온몸으로 막아내며 간신히 도달한 갓바위.
해상보행교가 놓이기 전까진 배를 타고 나가야만 볼 수 있었다고 한다.
근데 뭐..랄까
그냥 사진으로 봤을때도 별로였는데, 실물도 그냥 그럼 ㅎㅎ
확실히 내 취향은 아님 ㅎㅎ
오히려 좋았던 것은, 갓바위를 보기 위해 설치된 해상보행교였다.
해상보행교에서 바라보는 목포의 바다 풍경이 참 좋았다.
다른 각도에서 찍어본 갓바위.
역시 그다지...?
오히려 내 눈엔 이 쪽이 더 멋있었음.
저 바위 위 쪽으로 올라가 볼 수 있도록 길이 만들어져 있던데, 바람도 너무 심하게 불고 힘들어서 포기.
사진만 보면 그냥 평화로워보이는데... 허허...
눈보라 => 개임 => 비와 우박 => 다시 개임
이게 다 오전 몇시간만에 일어난, 참말이지 변화무쌍했던 4월초의 목포날씨.
갓바위 관람을 마치고 목포자연사박물관으로 걸어가는 길.
전날부터 계속된 강풍으로 인해 벚꽃이 많이 떨어졌다. 이틀 정도만 일찍 왔어도 환상이었을텐데.
이맘때쯤이 서울에서도 벚꽃 피크 시즌이었기 때문에, 서울의 예쁜 벚꽃을 뒤로 하고 목포에 와서 조금 아쉬운 감이 없지 않았는데, 비록 강풍 속에서긴 하나 벚꽃을 실컷 봐서 좋았다.
특히 이 동네 벚꽃이 좋았던 게, 서울 벚꽃나무들과는 다르게 벚꽃나무 키가 낮고 가지가 넓게 퍼져 있어서, 벚꽃과 같이 사진을 찍기 좋았다는 것. 기후 차이인지 벚꽃나무 품종차이인지 그것이 궁금하다.
바람 때문에 정신이 혼미해진 상태로 목포 자연사 박물관 입장.
메인 로비만 사진 촬영이 가능하고 다른 전시관은 사진 촬영이 불가능해서 사진이 없기도 하고, 또 너무 지쳐 있어서 자연사 박물관은 보는 둥 마는 둥...
우리나라에 흔치 않은 자연사 박물관이라 관람하러 들어갔는데, 뭐든 체력이 남아 있어야 즐길 수 있는 것이라서, 자연사 박물관에선 그저 지쳐 널부러져 있던 기억 밖에 안난다.
버스 시간에 맞춰 나와 자연사박물관 앞에서 다시 목포역 주변으로 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는데, 마침 택시 한대가 우리 앞에 와서 섰다 +_+
근데 이 택시기사님이 정말 대박이셨음!!!!!!!!!!!!!!
목포 자연사 박물관에서 목포역 주변으로 오는 길 내내, 목포의 역사와 주요 볼거리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해주셨는데, 정말 유익한 시간이었다. 1박 2일 목포 여행 내내 날씨는 정말 춥고 지랄맞았지만, 워낙 친절한 분들이 많으셔서 좋았던 것 같음ㅎㅎ
장터 식당으로 가는 길, 목포역 앞에 잠시 택시가 멈춰 있을때 찍은 사진. 수군 문화제에 참가하는 분들의 행렬.
그리고 드디어 꽃게살비빔밥, 꽃게무침으로 유명한 장터 식당 앞에 내렸는데,
이런... 줄이 어마어마하게 길다. 밖에만 줄을 서있는 게 아니라, 안에도 줄이 길었음ㅎㅎ
전날에도 이 앞을 지났는데, 그땐 분명히 줄이 없었는데, 평일 애매한 시간대와 주말 식사시간의 차이인가봄 ㅠ
잠시 줄을 서서 기다려보았지만, 날이 너무 춥고 바람이 매서워서 의욕 상실.
원래 줄 서서 기다리는 걸 싫어하는데, 춥고 피곤하기까지 하니 아무리 꽃게살비빔밥이 맛나다고 한들 더이상 기다릴 힘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주변 식당을 찾아봤는데, 영업을 하지 않는 곳도 많고, 또 한 식당은 주인 아주머니가 점심 영업을 접으려고 했는지 엄청 심드렁한 태도를 보여서 패스.
배고픔과 추위에 지친 우리는 그래서....
근처 행복이 가득한 집 카페에 또 갔다ㅎㅎㅎㅎ
1박 2일 여행에 같은 카페를 두번이나? 싶기도 하지만 뭐 어때.
워낙 마음에 드는 카페기도 하고, 목포에 가게 된 이유가 이 카페 때문이기도 하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오히려 두번 갈만 함ㅎㅎ
거품이 볼록 올라 온, 정말 마음에 드는 비주얼의 카푸치노.
점심 대신 간 거라 배가 고파서, 샐러드바의 음식을 가득 담아왔다.
행복이 가득한 집의 샐러드바를 거덜낸게 우리...;;;
사댱님 데둉합니다.
참고로 전날 갔을땐 적당하게 집어와서 먹었음;;; 둘째날은 배가 고파가지고;;;
(전날 행복이 가득한 집 첫번째 방문기는 이 쪽을 참조 : http://mooncake.tistory.com/1838 )
추위와 피곤에 지쳤을 때 먹는 행복한 가득한 집의 달콤한 호박죽과 커피,
정말 좋았다 ^-^
그렇게 행복이 가득한 집 창가 자리에 앉아 느긋하게 추위에 지친 몸을 녹이고 수다를 떨다가, 다음 일정을 향해 길을 나섰다.
또 언제 올 수 있을까 싶어, 많이 아쉬운 발걸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