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nderlust
군자역 카페 단지커피 (세종대 후문 카페) 본문
며칠 전 저녁 세종대에 일이 있었다. 초행길이라 서둘렀더니 1시간 정도 여유가 있어서, 세종대 후문 쪽에 있는 단지커피에 갔다. 주변에 많은 카페가 있었지만 단지커피를 선택한 이유는 카카오맵에 뜨는 사진들이 취향 저격이었고, “라떼 플레이트” 라는 메뉴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5시 10분 쯤 단지 커피에 도착했는데, 라떼 플레이트를 주문했더니 마침 크림과 우유가 딱 떨어진 상황이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스페셜 블렌드를 작은 컵에 담아 주시고는 이 커피는 어떠냐고 물으셨다.
사실 조금 난감하기는 했다. 까페를 찾은 이유는 일을 하기 전에 가볍게 끼니를 때울 요량도 있었고, “단지커피“에는 디저트 메뉴가 없어보이기는 했지만, 우유와 크림이 들어간 커피들을 마시면 어느 정도 배가 부를 것 같아서였다. 그러나 내가 방문한 시점에 단지커피에는 오로지 아메리카노와 드립 커피만이 가능했다. 배는 채워 지지 않는데, 괜히 카페인을 마셔서 잠을 설칠 가능성만 만드는 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떨결에 ”블렌드 디셈버“라는 오늘의 드립커피를 아이스로 마시게 됐다. 이유는 모르겠다. 에스닉 재즈가 흘러 나오고 있던, 멋진 물건들로 꽉찬 작은 카페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일지도. 커피를 마시면서 잠시 멍때리고 있었더니 사장님께서 매년 연말에 준비하시곤 하셨다는 “블렌드 디셈버” 이야기를 꺼내시면서, 벌써 일 년이 다 가고 있다, 시간이 참 빠르다, 올해 어떤 일을 하셨어요? 라고 물어 보셨다. 약간 당황해서, 글쎄요 별로 한 게 없어요. 라고 했더니 다른 손님들에게 비슷한 질문을 여러번 던졌는데, 대부분 나처럼 한 게 없다 했다고. 사실은 한 게 많으실텐데도, 라고 덧붙이셔서 나도 다시 생각해보니 회사를 안때려치고 다닌 것만 해도 큰 일을 한 것 같다ㅋㅋ
그때부터 사장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중간에 단골 손님이 오셔서 잠깐 대화가 끊어지기도 했지먼 다시 대화를 이어 나갔다. 원래 커피만 호로록 마신 뒤에 근처 샐러드 가게에 가서 요기를 할 생각도 했었지만 사장님과의 대화가 재밌어서 결국 저녁은 커피 한 잔으로 때웠다. (가 끝이면 좋았겠지만 밤 늦게 집에 가서 시오콘부 파스타 해먹고 잠 ㅋㅋ)
카페, 물건들, 인생에 대해 대화를 나누다 카페를 나올 때 사장님이 국화 한 송이를 포장해 주셔서 감동받았다❤️ 또 가야지.
아래 사진 네 장은 카카오맵에서 퍼 온 것. ”매장주 제공“이라 쎠있느니 퍼와도 되겠지.


사진 느낌 좋다.

내가 못마신라떼 플레이트 사진. 스몰사이즈 라떼+ 콘파나의 구성이 5,500원. 사장님 본인이 마시고 싶은 구성으로 만드셨다고 한다. (내가 커피를 마시고 있을때 크림과 우유 등 유제품 배달이 옴. 인생은 역시 타이밍...)

여기까지가 카카오맵에서 퍼온 사진이고, 아래부터는 나의 비루한 사진.

단지 커피. 군자역과 세종대 후문 사이에 있다. 테이블 4개의 아담한 매장이지만 직접 로스팅도 하심.

사진 정면의 가구가 마음에 들어 사장님께 여쭤보니 멀바우 나무로 직접 제작했는데 아주 튼튼하다고 하셨다.

내 사진 내가 봐도 구려
해 잘 들때 가고 싶다.

단지커피 메뉴판
다음번엔 에스프레소 플레이트, 라떼 플레이트 둘 다 먹어 보고 싶다!

내가 마신 오늘의 드립커피
“블렌드 디셈버”
온기가 느껴지는 한겨울의 커피
계핀, 와인, 달큰한 마무리
크리스마스의 향기
라는 설명이 붙어 있는데 아이스로 마셔서일까, 맛있는 커피이긴 했지만 사장님이 붙여놓으신 설명을 잘 느끼지는 못함. 커피 엄청 좋아하지만.. 아무래도 막입인 듯

단지커피의 더치커피
케이스가 마음에 든다.

좋은 카페를 발견 하는 기쁨

가게는 작지만 특색이 있는 소품으로 채워져 있었다. 선반 위 빨간 새 시계가 매우 독특했는데 (새가 계속 움직임!!!) 가게 오픈 할 때부터 10년 넘게 있었던 것이라고 한다. 또, 한 단골 손님이 이 새 모양을 따서 도장을 만들어 주었다고. 단지커피 에서 제작한 컵이나 단지커피 테이크아웃 잔에서도 이 새 모티브를 찾아 볼 수 있다.

자세히 보면 위해서 말한 빨간 새 모티브를 액자 속 그림이나 머그컵 등에서 찾을 수 있음.
가게에 있는 여러 가지 물건들은 사장님의 취향이나 이야기가 반영된 것이 많았는데 사장님 말로는 그게 꼭 좋지만은 않다고 한다. 카페의 개성이 강하다는 건 그만큼 또 손님들의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이라고. 나는 항상 개성 있는 카페를 좋아해서, 사장님의 취향이 뚜렷한 게 좋다고만 생각했는데, 장사를 하는 입장에서는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 하긴 매장에 흘러나오는 음악 부터 범상치 않았다. 에스닉 재즈라고해야 될까. 이를테면 엄청 넓은 공간에 오브제하나 덜렁 있는 갤러리라던가 밀라노의 굉장히 비싸고 힙한 편집샵에서 흘러 나올 것 같은 음악이었음.

사장님이 포장해주신 국화꽃.
가지고 가기 편하게 테이크아웃 비닐에 한번 더 넣어주셨다. 덕분에 주말 내내 즐겁게 감상 중.
+ 나로 말하자면 스몰토크를 좋아하는 편인데 한국 사람들은 대부분 스몰토크를 즐겨 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 내가 먼저 말을 시키지는 않는 편. 그래서 내가 MBTI E와 I가 반반인가 보다. (한국 사람들이 스몰토크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쓰고 보니 부산 사람들은 스몰토크를 잘한다는 썰을 봤고, 나 역시 부산 갔을 때 부산분들이 나한테 말 건 경험이 여러번 있기에 서울 사람이라고 정정해본다ㅎㅎ)
'먹고 다닌 기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용산 삼각지 카페 올웨이즈어거스트로스터리 (0) | 2026.10.20 |
|---|---|
| 소소한 음식들 - 냉비빔칼국수, 찰옥수수, 마들렌, 홍옥, 매콤야끼만두, 클라푸티, 브라우니, 시오콘부 파스타, 인더비엣, 우동정식, 포차이 분짜 등등 (6) | 2026.10.07 |
| 은평한옥마을, 카페 1인1잔, 진관사 (2) | 2026.09.30 |
| 카페 오프더시티 :: 마포구 대흥동 골목 카페 - 취향에 꼭 맞는 카페를 만나는 일에 대하여 (0) | 2026.09.28 |
| 이춘복참치 잠실점 :: 점심 특정식 (0) | 2026.09.2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