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 해피밀 미니언 득템기 (또는 어른의 사정) - 미니언 뱀파이어 & 원시 미니언

나와 해피밀 장난감 모으기 취미를 같이 하는 P대리는 한참 전부터 이번달 미니언 출시만을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7월 23일, 그러니까 어제 3시에 "해피밀 미니언즈 스페셜 셋트"가 판매된다는 소식에 P대리는 겉잡을 수 없이 들떴고, 결국 출시 당일 오후 3시에 잠시 회사를 빠져나가 회사 건너편 맥도날드에 가기로 며칠전부터 작당모의를 해놓은 차였다.

그러나 미니언 스페셜 세트 발매 1일전, 감사실에서 갑자기 위원회에 대리 입회해달라는 통보를 해왔고, 나는 감사실느님을 거역할 수 없었고, 그 위원회는 하필이면 7월 23일 하루종일이고... 또르륵. 이 비보를 전하자, P대리는 나를 대신하여 미니언즈 셋트를 구입해줄 제3의 인물을 섭외하여 맥도날드에 다녀오겠다고 했다.

그렇게 하여 하루종일 위원회에 참석하고 있었는데 오후 3시 2분에 날아온 P대리의 카톡 메세지 "으아아아앙! 이미 끝났어! 2시에 100명 다 찼대ㅠㅠ"

사실 나는 미니언즈에 특별한 애착은 없었지만 하도 P대리가 미니언즈에 대한 강한 애정을 표현하길래 덩달아 살까? 싶었던 것이므로 미니언즈 스페셜 셋트를 못구하게 된 것에 대해 크게 아쉬움은 없었다. 그치만 P대리는 대략 패닉+멘붕 상태가 되어 나에게 계속 카톡으로 징징거렸다. 근데 문제는 내가 첨석한 위원회가 워낙 개판이라 P대리의 낙심을 받아줄 여력이 없는 상태였다는 것이다. 

위윈회 입회 시작 시간을 잘못 통보받은 데에서부터 하루 일정이 꼬이기 시작하더니 나의 정당한 업무 수행은 "직급으로 내려찍기"와 "니가 뭘 알아" 등으로 인해 엄청난 공격을 받았다. 서울 가본 사람과 안가본 사람이 다투면 안가본 사람이 이긴다더니... 정말 그 말이 딱이였다. 규정과 계획문에 명확히 나와 있는 내용을, 높으신 몇분이 "그렇게 안해도 된다"고 우기니 참 할말이 없었다. 나는 어디까지나 감사실 업무대행이었으므로 내 재량으로 승인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였고(애초에 재량이 가능한 영역도 아니지만) 결국 감사실과 긴급통화를 하게 되었는데 중간에 내 전화기를 낚아챈 높은 분께서 "우린 그냥 이대로 할거니까 나중에 감사 나와서 지적하라"는 말 한마디로 모든 상황 종료. 와 내가 진짜 직장생활 하다 이런 일은 또 처음임;;

그 상황에서 나만 완전 병신이 되었다. 내 일 하면서 욕먹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왜 남 일 하면서 욕을 먹어야 하는지... 사실 회사 생활하면서 이런 억울한 일이 한두번 있는 거 아니고 평소같음 "이런 젠장"하면서 그냥 넘길 일일텐데 6월말부터 계속 매우매우 vulnerable한 상태였기 때문에 이런 작은 일 하나도 나에겐 참 크게 느껴졌다. 안그래도 회사 다니기 싫어 죽겠고 회사에서 비젼도 못찾겠는데 더더더 짜증이 나는 거지. 

어제 일은 사실 정말 아무것도 아닌데 요즘 들어 점점 더 회사의 불합리, 부조리한 부분이 더 많이 보이고 왜 사람들이 서로를 괴롭힐 수 밖에 없는지, 왜 그래야 하는지 이유도 모르겠고 업무보다 훨씬 더 중요한 건 정치력인데 난 그런 능력도 없거니와 그런 것들 자체가 너무 싫고... 남 괴롭히고 짖밟아서 뭐 얼마나 부귀영화를 보겠다는 건지 이해도 안가고 앞으로 살면 얼마나 더 산다고 천년만년 살 것처럼 그렇게 욕심을 부리는지... 

암튼 지난달부터 계속되고 있는 회사 생활에 대한 회의와 우울로 내일도 출근을 해야 한다는 게 너무 괴롭게 느껴져 어젯밤엔 당장 사표내고 케냐 몸바사Mombasa로 가버릴까라는 얼토당토않은 생각을 하다 잠이 들었고, 오늘 새벽에도 여전히 우울한 기분으로 잠을 깼는데 그때 나에게 날아온 P대리의 카톡 메세지 "나 지금 해피밀 사러 가는 길. 이따 회사 와서 맥머핀 드셔"

어쩐지 이 메세지를 받는 순간 기분이 화악 좋아졌다ㅎㅎㅎㅎ

*P대리는 미니언 사려고 새벽 6시에 조심조심 나오다가 엄마랑 마주쳐서 "미친놈" 소리도 들었다구 한다ㅎㅎ

아마 이게 평범한 부모님들의 반응일 것이다. 우리 엄마아빠는 내가 하도 옛날부터 장난감을 사들여서 이제 무덤덤...^^;;;

P대리 득템 소식에 괜히 나도 기분이 좋아져서 회사로 와보니깐 P대리의 미니언즈 1차 출시분 다섯개 전부가 두둥!

난 스페셜 셋트 구입도 실패하고 해서 이번 미니언은 아예 손을 안대려고 했는데(취미생활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하는 건 싫다.)

 막상 실물을 보니 상당히 퀄리티가 좋은 것이다. 

특히 미니언 뱀파이어랑 원시 미니언이 너무 귀여웠다. 그래서 P대리를 끌고 아침의 맥도날드로 진격!

혹시 앞으로 맥도날드 해피밀 미니언즈를 구입하실 분을 위한 카탈로그 사진.

난 1차분 5종류 중에서 일단 2개만 샀다.

2번 미니언 뱀파이어와 5번 원시 미니언. 사실 10종류 다 사고 싶긴 하지만 진정해야지...

매장에서 해피밀 주문하고 기다리는데 대부분 1,2,5번 (특히 2,5번)을 사가더라. 큽... 역시 보는 눈은 다 비슷해.

2차분에선 영국병정 미니언들이랑 기타치는 스튜어트의 인기가 굉장히 높지 않을까 싶다. 

두둥

2번 미니언 뱀파이어와 5번 원시 미니언!

귀엽다 귀엽다

​

특히 이 미니언 뱀파이어가 완전 짱임^^

뒷쪽 레버를 누르면 이렇게 이가 나오고 팔은 올라가서 정말 귀엽다♡

​미니언 득템에 일조하고 사진 촬영에도 협조해준 P대리에게 무한한 감사를 표하며 이번 포스팅은 끝!

​PS

P대리의 해피밀 맥모닝 다섯개와 나의 해피밀 맥모닝 두개, 총 7개를 처리하는 것이 참 난감했는데

다행히 울 부서 젊은 직원들이 비밀리에 회의실에 모여 먹어치웠다ㅋㅋㅋㅋ

그래도 마음에 좀 여유있는 금요일이라 가능했던 아침의 맥도날드 해피밀 미니언 득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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