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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과 인종차별 본문

외국 돌아다니기/2017.10 Italy, Swiss & France

유럽여행과 인종차별

mooncake 2017. 11. 3. 11:25

숱하게 유럽여행을 다니면서도 딱히 인종차별이랄 것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기분 나쁜 상황이 없는 건 아니었는데, 나한테 까칠하거나 싸가지 없게 군 직원을 지켜보면 그 사람은 대개 현지인에게도 마찬가지더라. 한국에서 만나는 사람이 다 친절하고 예의바른 건 아니니 외국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여행 중엔 친절한 사람을 훨씬 더 많이 만났다. 포르투갈이나 네덜란드는 말할 것도 없고, 요즘 인종차별로 말이 많은 벨기에에서조차 친절한 사람들이 가득해서 "안더레흐트의 친절한 사람들"이런 글까지 썼을 정도인데, 그런데,
그런데,
그런데,

이번의 밀라노/니스 여행에서는 미묘하게 기분 나쁜 순간이 자주 있었다. 딱히 인종차별이라고 꼽을만한 사건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불친절하고 퉁명스러운 사람이 많았고 표정이나 말투에서 환영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여러번 받았다. 그렇다고 친절한 사람들이 없었던 건 아니고 어디까지나 "비율"의 문제지만, 여행 다니는 내내 기분이 썩 좋진 않았다.

이것이 이번에 내가 여행 다닌 지역이 "하필이면" 밀라노와 니스여서인지(유럽을 10번 넘게 갔고, 이탈리아와 프랑스 역시 처음 간 것도 아니건만...), 아니면 숱한 테러로 유럽 내에 반외국인 정서가 강해졌기 때문인지, 그저 그동안은 운이 좋다가 이번엔 운이 나빴던건지, 아님 내가 예민해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여행에서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이 여행의 전반적인 느낌에 미치는 영향이 참 크다는 것이다. 그래서 주위 사람들이 이번 여행이 어떻냐고 물을때 "아 너무 좋았어!!!"가 아닌 "좋긴 좋았지만..."이라고 답하게 된다.

특히 이 기분나쁨의 정점을 찍은 곳은 니스에서 4박을 묵은 "베스트웨스턴 소코 바이 해피컬쳐"인데, 3-4일차 프론트 데스크 흑인 남자 직원의 언행이 너무 불쾌해서 그 호텔을 떠올리면 아직까지도 기분이 좋지 않다. 원래 근처의 다른 호텔을 예약했다가 "그래도 글로벌 체인이 낫겠지"라고 생각해서 출발 이틀전에 후다닥 바꿨는데 이번 여행의 가장 큰 실수였다.

제목을 인종차별이라 쓰긴 했는데, 사실 내가 겪은 일들이 "백인(내지는 현지인)과 나를 대하는 게 달랐다"고 구체적으로 조목조목 언급할만한 것은 없어서, 그냥 "밀라노(와 그 주변)/니스(와 그 주변) 애들이 싸가지 없고 못됐더라, 프렌치 시크는 무슨 얼어죽을" 이렇게 쓰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ㅎㅎ

아무튼간에 풍경은 정말 좋았되 쎄-한 기분을 남긴 지난 여행. 그래도 시간이 지날수록 나쁜 기억은 희석되고 좋은 기억만 남는 것이 다행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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