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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로모를 꺼내다 + 오래된 필름 현상 본문

사진놀이

오랜만에 로모를 꺼내다 + 오래된 필름 현상

mooncake 2008. 12. 13. 22:55

로모를 처음 만난 것은 2000년 초였다. 설레이는 마음으로 로모패키지를 받아들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지만, 구입 전의 기대와는 달리 나의 로모라이프는 그닥 즐겁지 못했다. 필름을 잘못 장착하여 사진이 하나도 안찍혔던 사건이라던지, 로모그라피를 이해하지 못했던 사진관 아저씨가 건질만한 사진이 거의 없네요,라면서 한롤에 고작 4장만 인화해준 일이라던지, 또, 주위에 사진하는 선배들이 싸구려 카메라를 쓸데없이 비싸게 샀다고 비웃은 일이라던지... 그리고 로모를 구입한지 몇달이 채 지나지 않아 몸이 많이 아파져 환자 생활을 하게 되면서, 집과 병원에만 있다보니 로모를 쓸 일은 더더욱 없어졌다. 자신의 기대치에 훨씬 못미치는 결과물과 그에 비해 엄청나게 들어가던 필름값과 현상비용도 부담으로 작용했고, 결국 2002년에 디지털 카메라를 장만하면서 로모는 손에서 완전히 놓게 되었다.

그러다가 올 11월, 회사 선배의 로모를 보고, 나도 다시 써볼까...라는 생각이 들어 집에 와서 로모를 꺼냈다. 필름이 장착되어 있었다. 몇년전에도 잠시 바람이 불어 로모에 필름을 넣고 몇번 찍은 것 까진 기억이 나는데, 그게 정확히 언제인지도, 또 어떤 필름이 넣었는지도 기억이 안났다. 로모 안에 들어있는 필름을 꺼내보니 코닥 맥스 400. 유효기간은 2004년 3월. 지나도 한참 지난거다;; 더군다나 그냥 유효기간만 오래 지난 것이 아니라, 필름을 로모에 장착하여 촬영한 것이 언제인지 기억도 안날 정도로 오래 되었으니, 과연 현상이 되기는 할까...라고 걱정하며 사진관에 필름을 맡겼다.

그 결과물은, 다행히 현상이 되기는 했다. 입자가 많이 거칠고, 아사 400짜리 필름인데 설정은 100에 맞춰져 있어 노출과다이고, 몇몇 컷들은 아무것도 없이 그저 파랗기만 하지만.. 현상이 되었다는 것 자체가 기뻤고 또 사진 중엔 개인적으로 너무 반가운 사진도 있어서 조금 눈물이 날뻔했다. 사진들을 보니 2006년도 가을에 필름을 넣고 찍은 것으로 추정. 이미 카메라에 넣었을때도 유통기한이 2년 이상 지나있었던 것. 나름 들은 건 있어서 (로모그래퍼들은 특수한 효과를 내기 위해 일부러 유통기한이 지난 필름을 쓰기도 한다더라..등등의) 필름 유효기간 지난 건 별로 걱정 안했지만, 카메라에 끼운 뒤 사진을 찍고 시간이 오래 지나면 아예 현상이 안될 수도 있다고 해서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정말로 다행이였다.

결과물 중에 몇 개 (2008.12.10, 후지FDI, 필름스캔, 무보정)
(1) 2006년에 찍은 것 

푸른 접시 위의 히요꼬



(2) 현상을 맡기기 전에 찍은 것 (2008.12)

이태원 시드&멜의 브런치. 필름이 오래돼서 입자가 굉장히 거칠다.

오래된 필름을 현상해본 뒤 느낀점은, 제때제때 현상하자는 것ㅋ
그래도 가끔 유통기한 지난 오래된 필름 쓰는 건 나름대로 재미있을지도 모르겠다는 것^^ 안그래도 로모 처음 살때 받은 필름이 하나 남아 있는데 (유통기한 2001.05) 이번엔 이 걸 사용해 볼까 생각 중이다.

덧. 2000년 초반엔 필름스캔이 보편화되지 않았을때라, 인화 비용이 제법 많이 들고 또 보관도 만만치 않았는데 이젠 현상+필름스캔하여 씨디에 구워주는 값이 4천원이니까 비용부담도 덜해지고 보관도 용이해졌다. 역시 세상은 좋아지고 있어...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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