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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nderlust

포르보에서 만난 나의 카모메 식당 본문

외국 돌아다니기/2015.09 Finland & Tallinn

포르보에서 만난 나의 카모메 식당

mooncake 2015.10.07 12:30

헬싱키 근교 도시 포르보(Porvoo)에 도착하자마자 비를 만났다.

일기 예보엔 단지 흐릴 거라고만 했기 때문에 우산을 챙겨가지 않은 나는 비를 쫄딱 맞았다. 얇은 패딩 위에 방수가 되는 바람막이를 하나 더 입고 있어서 심하게 비에 젖은 건 아니였지만, 비와 동시에 기온이 급하강하여 굉장히 추웠다. 이틀전 헬싱키에 도착해 사람들에게 "헬싱키 안추운데? 낮엔 덥기까지 한데? 와하하"하고 자랑한 게 무색하리만큼 추운 날씨였다.(역시 입방정은 곤란하다ㅋ)


대형마트에서 몸을 말리며 시간을 때우다보니 - 마트에 흥미로운 물건이 없었다고는 못하겠지만 포르보를 돌아다녀야 하므로 무언가를 살 수는 없어 약간 애매한 상황이었다 - 뭔가 지치고 우울한 기분이 들었다. 포르보에 도착해서 한 일이라곤 비 맞고 마트에 40분 정도 머문 것 밖에 없는데 비와 추운 날씨 때문인지 의욕과 체력은 완전 방전되었다. 

결국 나는 비 때문에 지체된 일정을 서두르기는 커녕 마트에서 나오자마자 마트 근처 카페로 쏘옥 들어가버렸다. 만사가 다 귀찮기도 했거니와 뜨거운 커피를 마셔 몸을 따듯하게 하고 싶은 생각 뿐이었다.


외관은 그저, 아주 평범한 카페였다. 빵이나 커피가 맛있을거라고는 기대되진 않았지만, 당분 보충을 위해 빵을 하나 고르고 커피를 주문하는데 직원이 참 밝고 쾌활하고 친절했다. (내가 사진 속의 저 빵 이름을 핀란드어로 어떻게 발음하는지 물어봤는데 내가 알아들을때까지 웃으며 발음해주었다^^ 근데 결국 기억 못한다는 게 함정 흐흐흐)


자리에 앉아 한숨 돌린 다음 커피를 마시고 빵을 먹었다.

근데,

아니!

이럴수가!

빵이 맛있다!

커피도 맛있다!

@.@


이 카페에 들어오기 전까지 난 매우 지치고 우울한 상태였으며, 심지어는 오죽하면 그냥 헬싱키로 돌아갈까 하는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이날 아침, 포르보에 갈까 아님 헬싱키 시내를 볼까 고민하다 한국에서 예약해온 버스티켓을 날리기 뭐해 포르보에 오긴 했지만, 버스 관련해서도 좀 사연이 있어 포르보에 오는 길에 약간의 마음 고생을 한데다가 오자마자 비까지 쫄딱 맞으니 포르보에 괜히 왔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맛난 베리 패스트리를 커피와 함께 얌얌 먹다보니 점점 기분이 좋아지고 기력도 회복되면서, 포르보를 포기하지 않고 돌아볼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습관적으로 기분이 우울할때면 단 걸 찾지만 진짜로 기분이 나아진다거나 하는 느낌은 별로 받은 적이 없는데(사실은 다... 단 걸 먹기 위한 핑계ㅋㅋ) 이렇게 드라마틱하게 기분이 달라진 정말 처음이었다. 기왕 들어온 거 몸을 좀 더 녹이고 여기서 점심까지 해결하고 가자는 생각에 새우 샌드위치를 추가로 주문해서 먹었는데, 그때 응대해준 직원 역시 매우 밝고 친절했다. 하기야 핀란드에선 불친절한 사람을 보기가 더 힘들었지만...^^


처음에 주문한 커피와 베리 패스트리가 5유로, 나중에 따로 주문한 새우 샌드위치가 5유로.

베리 패스트리는 빵 부분이 많이 달지 않고 적당히 달면서 새콤한 베리의 맛과 잘 어우러졌고, 사진엔 없지만 새우 샌드위치는 정말 신선하고 맛있었다. 지나치게 달거나 느끼하지 않게, 맛의 균형이 잘 잡혀 있는 음식들이었다.


기대없이 들어갔지만 저렴한 가격으로 - 물론 핀란드 물가 대비 - 맛있는 음식과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하여 몸과 마음도 회복하게 해준 아주 고마운 포르보의 작은 카페, 마치 나만의 카모메 식당을 찾은 느낌이었다^^



포르보 사진 한장. 동네를 한참 산책하다보니 언제 비가 왔냐는 듯 이렇게 맑은 - 여전히 구름이 많긴 하지만 -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사실 내가 여행을 한 시기는 평년과 달리 비가 거의 안오고 날씨가 아주 좋았던, 매우 운이 좋은 시기였다고 한다.

6박 8일 여행 중 비가 온 날이 딱 하루였고 그마저도 짧은 소나기 두어번이 전부였는데 내가 눈치없이 강가로 가다 비를 쫄딱 맞은 거다. 버스에서 내려 길을 걷는 도중 갑자기 먹구름이 끼길래 설마.. 혹시.. 했는데 그때 식당이나 상점으로 향했으면 비를 안맞았을 걸 "무식하게" 비 피할 곳 없는 강가로 가다 비를 맞았다. 사람이 이 정도 나이를 먹었으면 비가 올 것 같을땐 미리 피하는 지혜 정도는 가져야 할텐데... 허허허...^^


* 포르보 카페랑 포르보 여행기는 나중에 정식으로 쓸 거에요^^ 언제가 될진 모르지만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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