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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analogue life - SP와 LP (턴테이블과 축음기판, 바이닐 재생 후기)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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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analogue life - SP와 LP (턴테이블과 축음기판, 바이닐 재생 후기)

mooncake 2019. 10. 13. 15:30

며칠전에, 할아버지의 오래된 축음기판을 들어보기 위해, 78rpm이 지원되는 턴테이블을 장만한 후기를 썼었다 (https://mooncake.tistory.com/2088)​​


집에 턴테이블이 달린 오디오시스템은 있었지만, 엄마가 축음기판은 요즘 기계로는 재생이 안된다고 했고(일반적인 턴테이블은 33 1/3과 45rpm만 지원하므로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지금도 인터넷엔 축음기판과 LP는 호환이 안된다거나, 혹은 별도의 카트리지를 마련하는 등 여러가지 까다로운 조건을 맞춰야한다는 이야기가 있어 나는 몇십년동안 할아버지의 축음기판을 들으려면 굉장히 비싼 골동품 축음기를 구해야하는 줄로만 알았다. 아니 근데 이게 왠일 10만원 정도 밖에 안하는 기계로도 충분히 재생이 가능하잖아? 게다가 LP를 재생시키려면 최소 턴테이블 + 앰프 + 스피커가 있어야 하는 줄 알았더니 그 10만원짜리 기계는 무려 앰프와 스피커도 내장형이었다. 세상 참 좋아졌네!!! (물론 원래집에 있던 오디오만큼 소리가 좋지는 않지만, 가격과 크기 편리성을 따져보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아무튼 사운드룩의 턴테이블은 가격 대비 매우 만족스럽다. 다만, 저렴한 턴테이블은 레코드판을 손상시킬 위험이 있기에 (대표적으로 크로슬리 턴테이블이라던가...) 조금 고민이 된다. 턴테이블에 대한 지식이 미천하여 내가 산 사운드룩의 턴테이블이 과연 레코드판을 손상시킬 정도인지 아닌지 자체 판단이 불가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고사양의 턴테이블을 사기엔, 할아버지의 SP판이 재생이 될지 확신이 없었다 T.T) 


집에 축음기판, LP판이 적잖이 있었지만, 내가 마지막으로 LP를 들은 것이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도 않을만큼 오래되었고 (원래도 자주 듣는 편이 아니었다. 귀찮아서;;;) 레코드판에 대한 지식도 거의 없어서, 이번 일을 기회로 집에 있는 레코드판의 종류에 대해 조금이나마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축음기판이 그냥 LP보다 좀 더 두꺼운 판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LP와는 아예 재질도 달랐고, LP가 Long play record인 건 알고 있었기 때문에 축음기판인 SP는 당연히 Short의 약자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Standard play record (표준시간음반)이라는 것도 이번에서야 알았다.


정리하자면

☆ 할아버지의 축음기판(일명 "돌판") = SP / 재질은 셀락(LP보다 충격에 약함, 재생 수명도 짧음) / 78rpm / 1950년대까지 활발하게 제작되었으며, 1963년 완전히 생산이 중단됨 / 규격이 표준화 되지 않음 - 우리집 축음기판들도 사이즈가 엄청 다양함.

☆ 현재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레코드판("Vinyl") = LP / 재질은 말 그대로 Vinyl / 33 1/3rpm / 12인치 

그 외에, EP (Extend play) 판이 있는데 역시 LP와 마찬가지로 Vinyl 이며, 45rpm / 7인치, 주로 싱글음반 포맷으로 사용되었고 "도너츠판"으로 불림.


CD(내지는 음원)과 LP 음질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 내가 이해한 것이 맞다면 일반적으로는 CD나 음원의 음질이 LP 보다 좋지만, 특정 상황에서는 LP가 더 좋을수도 있다... 정도인 듯 하다. 당연히 우리집 상황에서는 CD와 음원의 음질이 압승일 수 밖에 없다. 내장 스피커가 달린 저렴한 턴테이블에, 레코드판도 먼지가 가득 쌓여 음질이 좋을래야 좋을수가 없으니까. 야마하 오디오에 연결하면 소리가 좀 더 좋아지겠지만 임시집의 내 방은 야마하 오디오와 사운드룩 턴테이블을 나란히 놓을 공간이 없고, 레코드판 클리너는 아직 구입을 하지 못했다. 


한마디로 70년전 축음기판을 들어본다는 신기함과, 오랜만에 들어보는 LP에 대한 반가움 같은 감성적 요소를 제하고 나면 굳이 턴테이블로 음악을 들을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인데


그런데 말입니다



이상은의 음반을 올려놓고 무심히 침대에 누웠다가

"언젠가는"을 듣고는

소리가 너무 좋아서 깜짝 놀랐다.

이렇게 LP 재생이 잘 어울리는 곡도 드물지 않을까


아이폰으로 찍어 다시 유튜브에 올린 이 영상으로는 실제 음색이나 음질이 전달되기는 어렵겠지만,

객관적인 수치만으로는 견줄 수 없는, LP만의 장점이 분명히 있는 것은 확실하다.

(그러니까 여전히 그렇게 많은 매니아들이 전세계에 존재하고 있겠지...)


그래서 LP로 들어보면 좋을 것 같은 곡이 또 뭐가 있을까 찾아보다가, 빌리 조엘의 곡을 유튜브에 올렸는데 저작권 문제로 짤렸다ㅠ

대신 또 다른 LP들을 주섬주섬 찾아보았는데....



Renaissance - Carpet Of The Sun


르네상스 음반은 생각보다 별로...인 듯. LP 매체의 문제가 아니라, 이 레코드판의 음질 자체가 원래 별로인 것 같다.



Chet Atkins -  "Spats 'N Hats"

간만에 듣는 쳇 앳킨스도 참 좋았다.

동영상 찍고 올리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려서 음반 재킷은 거의 안올리고 있는데, 

이 음반의 재킷을 특별히 찍어 올리는 이유는 

신세계 백화점에서 사은품으로 제작된 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 LP 라서 ^-^



음반은 총 두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한장엔 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이, 다른 한장엔 한국 가곡이 수록되어 있다.



신세계 백화점의 신세계 교향곡 음반 사은품이라니 +_+

옛날엔 지금보다 뭔가 더 낭만과 운치가 있었던 느낌이랄까... 


그러고보니 1989.10.12 - 지금으로부터 딱 30년 전이다.



이 글의 마지막 레코드판은 할아버지의 78rpm SP판.

야사 하이페츠가 바이올린을 연주한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이다.

정확한 연대는 알 수 없지만, 대략 1950년대에 제작된 음반으로 추정 중이다.



저번에 올렸던 슈만 첼로협주곡의 첼로 연주자 루트비히 횔셔는 잘 모르는 첼리스트라 세월의 흐름을 느꼈는데, 

이 바이올린 협주곡의 야샤 하이페츠는 워낙 익숙한 연주자라, 나 태어나기 전에 돌아가셔서 한번도 뵌 적 없는 할아버지와 나름 동시대를 살았다는 기분이 들어 감회가 새로웠다.



SP판에 대한 글을 읽다보니, SP판은 LP판보다 충격에 약하기도 하지만, 열화도 빨라서 50번 정도만 들어도 수명이 다한다 - 는 얘기가 있어서, 최대한 아껴 듣기로 마음을 먹었다. 다시 한번 생각해도 비싸지, 재생시간도 짧지, 잘 깨지지, 내구성이 약해 많이 들을수도 없지... 온통 불편한 점 투성이인 SP판을 열심히 사모으고 들은 분들은 진짜 대단한 것 같다. 요즘의 LP 매니아들도 물론 대단하고 말이지. 


* 워낙 집에 내가 사모은 CD도 많고, SP와 LP도 부담이 되는 무게라 LP를 더 사는 건 지양하고 싶지만 그러면서도 Jobim이나 Gilberto의 음반들을 LP로 사서 들어보고 싶은 욕망이 솟구친다. 또 전에 잃어버려 안타까운 영화 화양연화 OST도 LP로 다시 장만하고 싶고 말이지. 하지만 가격이... 가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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