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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룩 턴테이블 SLT-2080 + 우리집 골동품 레코드판 재생 후기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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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룩 턴테이블 SLT-2080 + 우리집 골동품 레코드판 재생 후기

mooncake 2019. 10. 9. 14:25

어제 오후 3시에 구입한 사운드룩 턴테이블 SLT-2080.

쿠팡 로켓배송 덕에 휴일인 오늘 아침 7시에 도착했다. 꼭 이렇게 인력을 갈아넣어 로켓배송을 해야 하나 싶을때도 적지 않지만, 이번엔 마음이 급했던지라 로켓배송이 엄청 고마웠다. 

https://link.coupang.com/re/CSHARESDP?lptag=CFM30844041&pageKey=58984549&itemId=204149854&vendorItemId=3483773001

사운드룩 LP 라디오 턴테이블 SLT-2080

COUPANG

www.coupang.com

*사운드룩 홈페이지에서 구입하면 LP 한장을 껴준다고 하니, 나처럼 급하지 않은 분들은 사운드룩 홈페이지에서 구매하시라.

 

내가 이렇게 갑자기 턴테이블을 지른 이유는, 

이 턴테이블이 78rpm도 지원하고, 7인치 레코드판도 재생이 된다길래 +_+

나는 우리집에 있는 할아버지의 소위 "돌판"들은 현대의 기기로는 재생이 안되는 줄 알았는데 (실제로 우리집 오디오 턴테이블은 33rpm과 45rpm만 가능해서 어릴때 이미 할아버지의 두꺼운 옛날 판을 재생시켜 보려다 처참한 실패를 겪은 적이 있다.) 지난번에 블로그에 올린 적 있는 할아버지의 슈만 첼로협주곡 돌판(첼리스트 Ludwig Hoelsher, 지휘자 Joseph Keilberth) 및 다른 음반들을 들어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설레였다.

 

시간이 촉박해서 다양한 제품을 알아볼 시간은 없었기에 78rpm을 지원하는 턴테이블 중 일단 사운드룩 제품으로 범위를 좁힌 뒤, 내가 원하는 사양을 전부 갖고 있는 제품 중 기능이 제일 간단한 SLT-2080으로 마음을 정했다. 모양이 더 예쁜 제품들은 78rpm 지원이 되지 않아 포기해야 했고, 내가 산 SLT-2080에 CD 플레이어가 추가로 달린 제품(SLT-3080)을 놓고 고민했는데(지금 쓰고 있는 야마하 오디오의 씨디 플레이어 성능이 안좋아서...T.T) 아무래도 씨디플레이어가 추가된 모델은 부피가 많이 커져서 SLT-2080으로 구입했다. 제품을 받아보니 생각보다 작고 가벼워서 놀랐다. (돌판 한셋트보다 가벼운 듯^^)

 

새벽에 턴테이블을 배송받고, 아침에 원래집에 가서 레코드판 몇장을 가져와 떨리는 마음으로 재생해봤는데

재생이 된다.

잘 된다. 생각보다 훨씬 더!!!!

 

사실 워낙 저렴한 제품이라 (9만8천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가격 대비 음질이 나쁘지 않다.

물론 집에 있는 훨씬 더 오래된 턴테이블보다도 사양이 떨어져 사용이 번거롭긴 하지만 (자동이 아님;;) 

그래도 이 가격에 이 성능이면, 이건 거저라고 할 수 있다.

집에 있는 오래된 돌판이 재생이 될지 안될지 확실할 수 없어 일단 제일 저렴한 제품으로 샀는데, 만족도가 매우 높다. 감동!

이 저렴한 기계로 70년전 돌판을 재생할 수 있다니, 사운드룩 관계자분들께 점핑 큰절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ㅎㅎ

 

 

제일 먼저 재생해 본 건 조 다상의 샹젤리제. 이 레코드판은 내꺼다.

물론 이 것도 오래되긴 했지만, 그래도 우리집 레코드판 중에선 그나마 최근꺼라 할 수 있기에 부담없이 올려놓았음.

 

 

 

그 다음엔 70년대에 만들어진, 아빠의 레코드판을 재생해봤다. "빌리 본"의 "라 팔로마" 음반이다.

오래됐지만 요즘 가장 일반적으로 쓰는 33 1/3rpm LP라서 문제없이 재생이 잘된다.

* 일반적인 검은 레코드판이 아닌, 투명한 파란색 레코드판이다. 옛날에도 이런 레코드판이 나왔는지 몰랐네... 

 

 

이번엔 떨리는 마음으로 할아버지의 78rpm SP돌판을 걸어보았다. 대략 70년 정도 된 것으로 추정된다.

첼리스트 루트비히 횔셔가 연주한 슈만의 첼로협주곡이다. 

설마 설마했는데,

우와... 재생이 된다.

진짜 엄청나게 감격적인 순간이었다.

 

 

 

이번엔 다시 33rpm으로 돌아와, 아빠의 70년대 레코드판 중 에디트 피아프의 음반을 재생시켰다.

처음엔 Non Je ne regrette rien 을 업로드했는데 유튜브에서 계속 저작권 문제로 차단해서 라 비 앙 로즈를 올려보는데, 이것두 곧 차단될지도 모름.

물론 저작권은 소중한 것이지만 전체 음원도 아니고 음질이 좋은 것도 아니고 50년 된 레코드판 돌아가는 40초 정도 영상인데 너무합니다아아

 

할아버지의 78rpm 슈만 첼로 협주곡 레코드판은 (위에서 세번째 영상)

약 50분 정도의 곡을 듣기 위해 레코드판을 6번 올려놔야하고, 앞뒤로 뒤집는 것까지 생각하면 총 12번 판을 옮겨야 한다.

요즘 기준으로 생각하면 저걸 귀찮아서 도대체 어떻게 하나 싶고,

차라리 한곡의 길이가 짧은 팝이나 재즈나 가요는 괜찮지만 곡이 계속 이어지는 첼로 협주곡은 감상 중에 자꾸만 끊기면 매우 짜증이 날 것 같은데

그 귀찮음을 무릅쓰고도 음반을 사모으고 열심히 들은, 우리 할아버지를 포함한 인류의 선조분들 존경합니다.

이분들 덕에 음반산업이 무럭무럭 발전해서, 현재의 스트리밍 시장까지 온 것이 아니겠나.

 

다시 한번 집에 가서, 이번엔 더 오래된 작은 사이즈의 레코드판들을 가져올 생각이다. 만약 작은 사이즈의 축음기판까지 재생이 되면 정말 대박이라 할 수 있겠어요. 

 

*아 이럴 줄 알았으면 레코드판들 포장이사할때 가져올 걸... 특히 돌판은 정말 정말 무거운데 이걸 내 힘으로 옮길 생각하니 걱정이다. 

*아빠에게 할아버지의 옛날 레코드판이 재생되는 감격스러운 장면(내 기준에서ㅎㅎ)을 보여드렸더니, 옛날엔 정말 정말 정말 판이 많았는데 오래전에 이사 두번 하면서 거의 다 없어지고 지금 남아 있는 건 매우 소량이라고 하심. 하... 내가 태어나기도 전의 일인데 왜이렇게 아깝냐...

*뜬금없는 얘기로 들릴 수 있는데, "사람은 일을 해야지, 놀면 안돼"라는 신조로 살면서 남에게도 강요하는 분들 보면 정말 안타깝다. 사람이 돈 많고 시간 많으면 할 수 있는게 얼마나 많은데!! 나만 해도 짐정리 하느라 휴직한 김에 옛날 음반들도 찾고 78rpm 지원되는 턴테이블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된거지 만약에 계속 회사 다니고 있었으면 택도 없었음. 그냥 정신없이 짐들 다 쓸어다 버리거나 헐값에 매각했을 것임... 아, 진짜 회사 안다닐 재력만 있다면 돌아다니며 옛날 음반들 사모으고, 집에서 맨날 그거 듣고 살면 얼마나 좋을까? 

*올해는 이런저런 사유로 여행을 못떠나서 좀 시무룩했는데, 꼭 다른 장소에 가야지만 여행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가족이 듣던 오래된 음반을 듣고, 잊었던 물건을 찾고, 기억에서 잊혀졌던 책을 다시 읽는 것도 일종의 여행일 수 있으니까.

 

+) 추가

작은 사이즈 (10인치, 7인치) 레코드판을 추가로 가져왔다.

전부 다 재생이 된다. 할렐루야!

 

 

Perry Como의 징글벨.

한면에 딱 한 곡씩만 들어 있다. 10인치, 78rpm

 

 

이것도 10인치 돌판이다. 전부다 앞뒷면에 딱 한곡씩 들어 있다.

신신레코드에서 나온 "서울부기"

 

 

그리고 7인치 레코드판들.

케이스도 없이 켜켜이 쌓여 있던 판들인데, 재생해보니까 일본 아이가 부르는 동요들이다.

집에 일본동요가 이렇게 많이 있었을 줄이야...? 누가 샀고 누가 듣던건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음반들. 물어볼 사람도 없고...

 

 

 

마지막은 다시 12인치, 33rpm. 

슈베트 미완성 교향곡. 지휘자는 카라얀. 음반 상태가 좋지 않아서 치직거리는 잡음도 심하다. 이 음반이야 굳이 옛날 레코드판으로 들을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레코드판 앞뒷면을 보니 여러가지 재밌는 점이 많다^^

 

 

 

 

슈우베르트와 부라암스 ㅎㅎ

턴테이블 바늘 다루는 법도 레코드 뒷면에 실어주다니, 친절하다.

 

오늘 이것저것 할일이 많았는데, 옛날 레코드판을 듣느라 하루가 훌쩍 다 가버렸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레코드판도 그렇지만, 오랜만에 내 레코드판들도 보고 들으니까 감회가 새롭다.

LP보다는 훨씬 간편한 CD도 잘 안찾아듣는데, 앞으로 얼마나 듣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간에 매우 즐거운 시간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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