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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via : 일상의 조각들

[퍼온글] 공대 조교가 학부 시험을 채점하는 방법

mooncake 2010. 12. 15. 18:30


공대 조교가 학부 시험을 채점하는 방법



1. 중간고사를 본다.

2. 시험지를 모은다.

3. 최대한 눈이 닿지 않는 곳에 던져둔다.

4. 잊어버린다.

5. 교수님이 슬슬 압박을 주기 시작하면 요즘 일이 바쁘다고 조금 더 버틴다.

6. 결국 기말고사 날짜가 잡히면 채점을 시작한다.

7. 먼저 시험 문제를 풀어본다.

8. 5년전에 배웠던게 기억이 나지 않으면서 학부생의 입장을 조금은 동정하게 된다.

9. 예전 교과서, 인터넷, 솔루션, 선배, 그리고 그 과목을 지금 듣고 있는 후배까지 동원해 모범 답안을 만든다.

10. 모범 답안을 바탕으로 채점에 들어간다.

11. 답안 상태는 총체적 난국이다. 제대로 쓴 답안도 없고, 글씨는 개떡같아 알아보기도 힘들고, 전혀 이상한 헛소리를 써놓은 답안이 대부분이다.

12. 10명정도 채점을 하고나자 특정 문제에서 부분점수를 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13. 부분점수를 주려면 이미 채점한 10명을 다시 채점해야 한다는 생각도 같이 떠오른다.

14. 귀찮으니까 일단 좀 더 채점해본다.

15. 30명 쯤 채점을 하고나니 아까 거기서 부분점수를 주지 않으면 평균이 너무 낮게 나올것 같다.

16. 결국 부분점수를 줘서 처음부터 다시 채점한다.

17. 30+ 31명쯤 채점하다가 답안을 개판으로 작성해놔서 알아보긴 힘든데 자세히보니 답은 약간 다르지만 틀린 공식을 쓰진 않은 답안이 등장한다.

18. 이대로 틀렸다고 하면 분명 재검때 와서 난리를 부릴테니까 부분점수를 주기로 한다.

19. 근데 아까 뭔 소린지 알아볼 수 없어서 틀렸다고 하고 넘어갔던 한 명이 바로 이 방법을 써서 풀었다는게 떠올랐다.

20. 거기도 부분점수를 줘야되니까 다시 그 답안지를 찾길 시작한다.

21. 지금까지 채점한 61장을 다 뒤져서 간신히 문제의 답안지를 찾았는데, 공식을 쓰긴 했지만 제일 중요한 부분을 틀리게 써서 부분점수를 줄 수 없을것 같다.

22. 답안지를 파쇄기에 넣고 갈아버리려다가 간신히 참는다. 채점을 진행한다.

23. 거의 다 채점했다 싶은데, 이상하게 한 문제에서 오답율이 90%가 넘는다.

24. 설마 내가 잘못풀었나 하면서 답안지를 확인한다.

25. 학생들의 답안도 뭔가 틀린건 아닌데 내꺼랑 미묘하게 달라서 자세히 보니 내가 푼 계산과정 중간에 부호 하나가 잘못된것 처럼 보여 자살을 결심하려다가 다시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니 그래도 다행이 내 결과가 맞다.

26. 소신을 갖고 그대로 채점한다.

27. 채점이 끝나고 증거인멸을 위해 시험지를 모두 불태우려다가 선배한테 제지당한다.

28. 채점결과를 교수님께 보내드리고 인터넷에 게재한다.

29. 학부생들이 가장 바쁜날을 골라서 답안지 열람 및 재검 날짜를 정한다.

30. 재검날 천재지변이 일어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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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는 아니고 경영대지만 읽다가 넘 공감돼서..ㅋㅋㅋ
특히 11번부터 26번까지가 완전 공감ㅜ.ㅜ

지금은 웃으며 말하지만 그 당시에는 정말 미치는 줄 알았슴둥ㅜ.ㅜ
지나고 나니까 다 추억이네..^^
살짝 그리워질락 할때도 있어요. 집에서 시험지 뭉치 끼고 혼자서 막 할때는 우울했지만
좋아하던 오빠랑 둘이서 조교실에서 음악 틀어놓고 채점할때는 나름 잼났음..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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