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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nderlust
밀라노에서 4박을 묵었던 밀라노 중앙역 옆의 작은 호텔 "호텔 아다"에선 매일매일 간단한 아침식사를 주었다. 여행 예약 사이트에는 조식 불포함이라 되어 있었지만, 예약을 마친 후 호텔에서 직접 보내온 긴 이메일에는 small breakfast를 제공한다고 적혀 있었다. 첫날밤을 자고 아침에 호텔 로비로 나가보니, 할머니 직원분이 반갑게 맞아주며, 잘 잤니? 아침 먹을거지? 커피 마실래 차 마실래? 주스는? 요거트도 줄까? 라고 물었다. 첫날이다보니 약간 얼떨떨한 채로 계속 끄덕끄덕 했더니 카푸치노와 주스와 요거트와 크로와상과 비스켓이 가득 담긴 아침상을 가져다주셨다. 어떤 사람들에겐 굉장히 실망스러운 아침식사였을수도 있다. 비닐봉지에 담긴 빵이며 과자며, 따듯한 음식이라곤 커피 뿐이니- 그러나 나에겐..
이 사진은 지난주 병가 기간 중 암검사를 받고 오던 날 찍었다. 몸은 안좋았지만 기분이 꿀렁꿀렁해서 커피가 몹시 땡겼다. 그래서 집 앞 카페에 들려 카푸치노와 쿠키를 주문해놓고 잠시 이런 저런 상념에 잠겼다가("환자의 사치") 카페가 너무 춥길래 곧 집에 돌아왔다. 그렇다고 내가 진짜 암일까봐 걱정한 건 아니였다. 의사선생님의 권고로 검사를 했지만, 혹시 설마?라는 마음은 0.5% 정도에 불과했고 99.5% 이상 암이 아닐거라 확신했다. 내 믿음의 강력한 근거는 내가 암일리 없어. 살이 안빠졌자나! 였다. 좀 웃프지만 한번 찌고 나니 빠질 기미가 없어 골치덩어리인 살도 이런 식으로 위안이 될때가 있으니, 역시 모든 일엔 명암이 있다. (참고로 오늘 검사 결과가 나왔는데 내 예상대로 암은 아니었다. 그..
컨디션이 좋아지기는 커녕 새로운 병을 얻어 삼일째 병가 중. 면역력이 바닥나니 온갖 병이 다 걸린다. 워낙 바쁜 시기라 쉬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다. 나 대신 고생할 동료도 걱정이고 복귀해서 밀린 일을 해치울 일도 걱정. 올해는 정말 끊임없이 아프다. 특히 요 몇달은 정말 죽을 맛. 풀리는 일은 없고 몸은 아프고 피곤하고. 그저 울고 싶다. 추석연휴에 여행을 다녀온 이후로는 회사 다닌 거 외엔 정말 아무것도 안하고 사람도 안만나고 그저 쉬기만 했는데도 면역력이 회복되지 않으니, 답은 회사를 쉬는 것 뿐인가. 이 정도에 자꾸 불평하면 안되지만, 사는 건 정말 벅차고 고되다. 빨리 나아서 사람도 만나고 공연도 보고 여행도 다니고 훨훨 날아다니고 싶은데 현실은 그저 침대 위. 예전 투병생활에 견주면 그래도 ..
숱하게 유럽여행을 다니면서도 딱히 인종차별이랄 것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기분 나쁜 상황이 없는 건 아니었는데, 나한테 까칠하거나 싸가지 없게 군 직원을 지켜보면 그 사람은 대개 현지인에게도 마찬가지더라. 한국에서 만나는 사람이 다 친절하고 예의바른 건 아니니 외국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여행 중엔 친절한 사람을 훨씬 더 많이 만났다. 포르투갈이나 네덜란드는 말할 것도 없고, 요즘 인종차별로 말이 많은 벨기에에서조차 친절한 사람들이 가득해서 "안더레흐트의 친절한 사람들"이런 글까지 썼을 정도인데, 그런데, 그런데, 그런데, 이번의 밀라노/니스 여행에서는 미묘하게 기분 나쁜 순간이 자주 있었다. 딱히 인종차별이라고 꼽을만한 사건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불친절하고 퉁명스러운 사람이 많았고 표정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