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nderlust
포르투갈 여행 마지막 날 이야기 본문
사실 내가 지금 이럴때가 아닌데ㅋㅋ 빨리 짐 싸고, 여행 가서 어떻게 돌아다닐지(각 도시에 뭐가 있는지) 공부도 하고 이동 방법도 파악해 가야하는데
요 며칠 회사에서 너무 시달려서 다가올 여행에 대한 의욕도 꺽였다. 나쁜 사람들. 천벌 받아라. 흥!!
암튼 여행 준비를 해야 하지만 괜히 또 여행기를 써본다. 근데 이 여행기는 진짜 아무 재미도 없을 여행기. 왜냐면 리스본을 떠나오던 날, 포르투갈 여행 마지막 날이라서 사실상 특별히 여행기랄게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왠지 전부터 마지막 날 이야기는 꼭 써보고 싶었다ㅎㅎ
마지막날 아침
허겁지겁 짐을 쌌다.
짐 싸느라 바빠서 엄마랑 식사도 같이 앉아 하지 못하고 시간 나는 대로 대충 먹었다.
사다놓은 식재료가 꽤 많았는데 상당수 버리고 오느라 참 아까웠다. 여행지에 가서 열심히 먹고 다니는데도 지나고보면 못먹어서 아쉬운 것 천지다.
사진 속의 빵은 카스카이스 핑구 도스에서 사온 건데 보기보다 훨씬훨씬 맛있어서 완전 감동했다.
이 빵의 이름은 Bola berlim com creme (크림 도넛)
수퍼에서 사왔는데도 이렇게 맛있다니 제과점에서 직접 만들어 파는 건 훨씬 맛있을 듯. 포르투갈 어디가나 다 보이는 아주 흔한 빵이니 꼭 사드셔보길 바란다^^
낮 12시 비행기였고 9시 반까지 픽업 차량이 오기로 한 상태(호텔 프론트에 얘기해서 예약했다)
짐 쌀 시간이 부족할까봐 일찍 일어났는데 의외로 짐 싸기가 일찍 끝나서, 픽업 차량이 오기 전까지 약 50분 정도의 여유 시간이 남았다.
리스본 시내에서의 마지막 50분.
그냥 방에서 보내기가 아쉬워 잠시 아침 산책을 다녀오기로 했다. 엄마는 방에서 쉬고 계신다고 해서 혼자 길을 나섰다.
사진은 내가 묵었던 리스본 숙소 Lisbon Short Stay Apartment의 우리방 방번호.
방 마다 테마가 있었는데 우리 방은 포르투갈의 대표 문인 중 한 사람인 페르난두 페소아(Fernando Pessoa)의 방이었다^^
가격은 포르투갈 치고는 좀 비쌌지만(수페리어 트윈룸이 하룻밤에 대략 13만원? 비수기에 가신 분은 5만원에 묵은 경우도 있긴 하던데...)
위치 완벽하구 스텝들 친절하구 조리기구 잘 갖춰져있구 방 넓구 만족스러운 호텔이었다. 주변에 맛집도 많다^^
리스본 숏 스테이 아파트먼트는 나중에 자세히 리뷰하겠음 (정말?)
늘 트립어드바이져, 부킹닷컴, 익스피디아 같은 사이트의 호텔 리뷰를 정독하긴 하지만,
그래도 역시 같은 한국인들의 리뷰를 제일 좋아하므로
(한국인들은 제공하는 정보가 훨씬 구체적임. 외국인들은 그냥 "위치 좋음"이라고만 쓴다면 한국인들은 "위치가 왜 좋은지" 구구절절히 써줌ㅎㅎ
또 찾아가는 방법도 사진으로 자세히 남겨놓는 분들은 나같은 길치에겐 정말 감사한 존재임. 축복받으시라^^)
나도 나중에 그동안 간 숙소들만 모아서 리뷰하는 카테고리를 만들고 싶은 생각은 있는데
그러나 과연 언제쯤...(먼산)
일단 호텔 옥상 야외 라운지에 올라가 마지막으로 리스본 시내를 둘러보았다.
카르무 수도원과 산타 주스타 엘레바도르가 지척에 보이고
상 조르주 성도 보이고
사진 오른쪽, 저 멀리 테주강도 보임
호텔 밖으로 나와 동네 산책.
전날이 리스본의 연중 가장 큰 축제인 성 안토니우 성인을 기념하는 축제였기 때문에
곳곳에 축제의 흔적이 남아 있다^^
며칠전 맛난 밥을 먹었던 Acro. 여러번 더 갈 줄 알았는데 결국 못감.
음식도 맛있고 웨이터도 친절해서 팁 두둑히 주고 왔는데ㅎㅎ
그 옆은 또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해물요리집 우마(Uma)
그냥 호텔 건너편이라 들어갔는데 유랑에서도 유명한 맛집이었음! 그리고 정말 맛있었음!
큰길가로 나왔더니 이 곳에도 역시 곳곳에 전날 축제의 흔적이 남아 있다,
휴일(축제 다음날이 휴일이다)이라 한적한 거리
사실 10일째 여행을 하고 있으면서 웃기는 일이지만,
포르투갈을 떠나던 이 날, 잠깐의 아침 산책을 나왔을때서야 비로소 "진짜 여행"을 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더이상 꼭 해야 하는 일정이 없는 그 순간, 찾아가야만 하는 목적지가 없어진 그 순간,
진짜 여행이 시작되었다는 기분이 들었다.
마음이 마구 설레이며 피곤에 지친 발걸음이 갑자기 가벼워졌다.
결국 내가 마지막 날 이야기를 꼭 쓰고 싶었던 건, 이때의 이 기분 때문이다.
여행이 끝나가는 시점에서 진짜 여행이 시작된 기분이 들었던 그 신기한 경험 때문에.
그러니까... 늘 여행지에서 준비가 부족하다며 후회하지만ㅋ
여행의 본질은 어쩌면... 목적지가 없이 발길 닿는대로 쏘다니는 것, 그것인지도 모르겠다.
꼭 봐야 하는 것, 꼭 먹어봐야하는 것의 리스트를 만들고
핸드폰에 지도를 저장하고 각종 할인정보며 팁을 기록해 가는 것이 아니라
그냥 내키는대로 여행지에 부딪혀 보는 것,
적어도 나에겐 그것이 더 여행답고 즐거운 일일지도^^
포르투갈에 유명한 빵집이 한두개가 아니지만 그 중에서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콩페이따리아 나시오날(Confeitaria Nacional)
1829년부터 영업했고
포르투갈에서 명절에 먹는 어떤 빵(케익?)도 이 곳에서 처음 만든 것이라고.
오래돼서 자세한 내용이 기억안난다. 기억나면 다시 정확히 보충해놓겠음.
콩페이따리아 나시오날이 숙소 근처라서 기뻐했지만
사실
숙소 근처에 있는 유적지가 가게들은 오히려 더 못가게 되는 경우가 왕왕 발생한다.
예전에 런던 숙소도 V&A뮤지엄 옆이라고 그렇게 좋아했는데 오히려 거의 못봤음;;;
아무래도 아침 일찍 나가서 밤 늦게 돌아오다보니깐 숙소 주변을 오히려 더 이용을 못함...ㅠㅠ
그래서 리스본에 6박 7일을 머물면서도 숙소 지척인 이 가게마져 이용 못하구 가는구나...라며 슬퍼했다.
런던, 뉴욕, 파리 6박7일이야 당연히 짧지만
남들은 2~3박만 하고 스쳐지나가는 리스본을 6박7일 하면서도 못본 게 많아서 얼마나 아쉬운지 모르겠다.
피게이라 광장. 휴일이라 그런지 역시 한적.
저 멀리로 가면 테주 강변이 나오지만 거기까지 다녀올 시간은 없어 포기.
그리고 이 곳은?
동네를 한바퀴 돌고 오니깐 위에서 말한 그 콩페이따리아 나시오날이 문을 열었길래 엄청 기뻐하면서 냉큼 들어갔다.
(내 생각엔) 딱 포르투갈 사람처럼 생긴 콩페이따리아 나시오날 직원분!
내가 현지투어 하면서 현지인 가이드에게 들은 얘기가,
포르투갈에 오면 꼭 먹어봐야 하는 음식이 세가지 있다고. 그 세가지를 먹기 전까진 포르투갈을 떠나선 안된다고 ㅋㅋ
그 세가지는, 거창한 음식은 아니고, 아래 세가지였다.
1. Caldo Verde
포르투갈의 야채수프(직역하면 초록색 수프^^)
좀 이상한 비유지만 우리나라의 된장국 같은 존재로
거의 모든 식당에 다 있다. 포르투갈 여행 가기 전에 후기 봐도 이거 드셨다는 분 많았다. 값도 저렴하다.
근데 난 못먹어봄....또르르....
그 흔한 음식이 내가 들어간 식당엔 없어.. 말도 안되지만 진짜...
2. Pastéis de Belém
이것도 모든 분들이 다 아실만한 음식
우리에겐 "에그타르트"로 잘 알려져 있는 파스텔 드 나타(파스테이스 드 나타)
그리고 그 중에서도 특히, 벨렘(블렝) 지구의 수도원 옆 가게에서 파는 그 파스텔 드 나타를 꼭 먹어봐야만 한다고 했다.
근데... 포르투갈 다니면서 에그타르트는 참 많이 사먹었지만
정작 벨렘(블렝)의 것은 못먹었다. 바로 앞에 갔었지만 너무 너무 피곤해서 줄 서기가 싫었음.. 또르르..
우리를 공항으로 데려다 준 공항 프라이빗 셔틀 기사 청년이(20대 초중반이랄까)
아침은 항상 파스텔 드 나타와 커피 한잔으로 먹는다길래(술 먹은 다음날은 예외라고 했다ㅋㅋ)
전에 만난 현지인은 벨렘의 에그타르트와 시내의 일반 에그타르트가 완전 다르다(비교 불가능하게 맛있다)고 했는데 정말 그러냐?고 물었더니
벨렘 수도원의 레서피가 일반 에그타르트와 분명히 다르긴 다른데 자기는 그게 더 맛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단다. 그냥 취향 차이라고.
그래서 조금 마음을 놓았다.
그치만, 담에 리스본에 가게 되면 그땐 꼭 벨렘의 에그타르트도 먹어볼테닷!
3. Pastéis de Bacalhau
일명 바깔랴우 고로케^^
사진 속에선 윗칸 제일 왼쪽에 있는게 바깔랴우 고로케다.
이 세 가지를 전부 다 못먹어보고 포르투갈을 떠날 위기에 처했으니 내가 얼마나 아쉬웠겠는가
근데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바깔랴우 고로케가 딱~ 있어서 너무너무 반가웠다.
적어도 한개는 먹고 가는 셈이니 다행이라며ㅎㅎ
바깔랴우 고로케 2개랑 파스텔 드 코코 1개를 포장해 달라고 하고
에스프레소도 같이 주문했다.
흐흐.. 행복해 행복해
지금에서야 후회하는 건 왜 더 많은 빵을 싸오지 않았는가...하는 것
이때 빵을 포장해달라고 할때는 공항이나 비행기 안에서 먹을 생각이었는데
계속 먹을 기회가 없어서 결국 한국까지 가져와서 먹었다ㅋ
한국까지 안상하고 무사히 가져오게 될 줄 알았음 더 많이 포장해오는 거였는데 아쉽...
콩페이따리아 나시오날의 1층은 직접 주문하고 직접 받아다가 먹는 셀프 서비스 시스템이고
2층은 자리에 앉으면 주문 받아가서 서빙해주는 일반 식당인데(+빵만 파는 게 아니라 브런치처럼 식사도 가능하다는 듯) 아직 2층은 아직 열지 않았다.
2층도 구경해보고 싶었는데 사진엔 안나왔지만 계단을 막아놔서 올라가 볼 수도 없었음. 아쉽...
리스본에서 마시는 마지막 커피.
아... 아쉽다...
아쉬운 마음 탓에 쉴새없이 사진을 찍었다.
근데 사진 찍다보니깐
저 뒤쪽의 빨간 옷 입은 아저씨가 뭘 저렇게 찍어대냐는 듯한 표정으로 날 계속 쳐다보고 있었...ㅎㅎ
아저씨도 관광객이신 것 같은데 같은 관광객끼리 거 너무 그런 눈으로 보지 맙시다...ㅋ
나도 며칠 더 있을거면 커피마시며 여유를 즐겼겠지만
곧 여길 떠야한단 말이에욧!
커피 마시는 건 뒷전으로 밀어놓고 두리번두리번 둘러보며 열심히 사진을 찍을 수 밖에ㅠㅠ
어느덧 숙소로 돌아가야만 하는 시간이 되고
떠나려니 아쉽, 그저 아쉽.
그래도 마지막으로 콩페이따리아 나시오날을 잠깐이나마 들어가서 얼마나 좋았는지^^
저 멀리 아우구스투스 광장으로 향하는 문이 보이고...(근데 광장 이름이 맞나? 1년 가까이 지나 가물가물)
시간이 촉박해져 있어 엄마가 기다리고 있는 호텔로 발걸음을 옮겼다.
리스본 공항 라운지도 이용했는데 그건 전부 아이폰으로 찍었는지 디카 사진엔 없어서 패스.
마지막 사진은, 한국에 와서야 먹게된 바깔랴우 고로께와 코코넛빵.
바깔랴우 고로케 참 맛있었다^^ (코코넛빵도 물론ㅎㅎ)
일본의 고로케가 영국의 크로켓에서 최초 유래한 게 아니라
원래는 포르투갈 바깔랴우 고로케가 전해져서 고로케라는 음식이 생긴거라는 설도 있던데(이름은 나중에 크로켓에서 유래하고)
이 바깔랴우 고로케를 먹어보면 그 주장이 상당히 신빙성이 있게 느껴진다.
암튼
이렇게 첫날 이야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써본 마지막날 이야기 끝.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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