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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벨기에 여행에서 사온 찻잔들 - 사비나 항공 르네 마그리뜨 찻잔, 시에나, 로얄 달튼, 리모주 등 본문

찻잔과 오래된 물건

이탈리아&벨기에 여행에서 사온 찻잔들 - 사비나 항공 르네 마그리뜨 찻잔, 시에나, 로얄 달튼, 리모주 등

mooncake 2015. 6. 14. 18:39


이번 여행의 소비 심리는 사실상 0에 수렴했는데.... 몸이 너무 힘든 탓에 무언가를 구경하고 + 구매하고 + 그걸 들고 다니는 행위 자체가 너무 버겹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오르비에또에서는 정말 사고 싶은 그릇을 하나 만났는데 기차 시간을 맞추느라 급하게 오르비에또를 떠나게 되는 바람에 그 그릇을 사지 못했다. 그러고 나니까 더욱더 쇼핑에 대한 의욕이 꺾였다. (오르비에또에서 못샀으니 대신 다른 데서 더 이쁜 걸 사자!가 아니라 오르비에또에서도 못샀으니 이번 여행은 아예 쇼핑 포기할거야ㅠㅠ 뭐 이런 마음이었달까. 내 마음의 행방은 나도 알 수가 없음;;;;)



그랬던 소비심리가, 피렌체 산 로렌초 성당 근처의 어떤 그릇 가게에서 살짝 되살아났는데, 결정적인 계기는 바로 이 영국산 찻잔이었다^^

문제는 사자마자 5분도 안지나 바로 후회했다는 거였지만. 

그릇 자체는 마음에 들었다. 근데 이 그릇을 들고 시에나까지 다녀오느라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였다는ㅋ

상자 부피도 큰데다가 도자기는 깨지기 쉬우니 신경이 배로 쓰여서... 아오... 


여행 중 쇼핑의 딜레마 : 엽서 같이 부담없는 물건이 아니고서는 무언가를 사면 구매와 동시에 후회가 시작된다. 무거울수록 부피가 클수록 그리고 그날 하루 일정이 많이 남아있을수록 그 후회는 더욱더 커진다. 그런데 또 여행 중 불편하다고 해서 구입을 나중으로 미루면, 그 물건은 영영 못사게 될 확률이 99.5%가 된다 ㅠㅠㅠㅠ 결국, 물건을 아예 포기하느냐 아님 하루종일 이고지고 고생스럽게 다닐것이냐 사이에서의 치열한 갈등.



이탈리아에서 산 영국산 찻잔, Crown Chester의 백스탬프. 처음 들어보는 브랜드인데 찻잔 2조에 16.9 유로로, 값도 엄청 쌌다 (마감도 그닥, 단지 디자인이 예뻐서ㅎㅎ)

나에게 훨씬 비싼 리차드 지노리(Richard Ginori, 사실 이탈리아 발음으론 "리카르드 지노리"가 맞을 텐데 리차드 지노리가 워낙 익숙해서 리차드 지노리로 씁니다) 찻잔을 열심히 권하던 직원은 "이탈리아에선 이탈리아 찻잔을 사야하는 거 아닐까요" 라는 식으로 말을 했는데 나도 그 말엔 동감하지만 리카르드 지노리는 가격이 너무 비쌌다. 


원래 이탈리아 가기 전엔 리차드 지노리 그릇 꼭 사와야지♡ 했는데 

현실의 벽은 높았다. 리차드 지노리는 현지에서도 엄청 비쌌다. 원래 엄청나게 비싼 몸이셨던 것이다!!!!!!!!!!!!!

* 나중에 포스팅하겠지만 피렌체에 있는 리차드 지노리 쇼룸 갔다가 완전 기절하는 줄. 너무 아름다워서....!! 지노리 매장 하나만으로도 피렌체에 간 가치가 있었다. 근데 내가 사고 싶었던 찻잔 1조가 102유로래서 깨갱... 이런 식의 가격 비교는 매우 덧없긴 하지만 바로 위의 크라운 체스터 찻잔 12개를 살 수 있는 돈이니;;



그렇게 쬐끔 소비심리가 회복된 다음 위의 영국산 찻잔 상자를 껴안고 시에나(Siena)를 돌아다니다가 구입한 시에나산 작은 접시^^

매우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가게 주인분의 가문이 운영하는 도자기 공방에서 제작하는 제품이라고 한다. (주인분의 말로는 시에나에서 제일 오래된 도자기 공방이라고 함)

*이탈리아 돌아다니다보면 유난히 "우리 가족이 만든 거"라는 제품이 많았다.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사진까지 보여주면서 막 자랑하는데, 상술도 좀 있긴 하겠지만 괜히 정이 가고 귀엽고 그랬음ㅋㅋ

삐뚤빼뚤, 물감이 흐린 부분도 있고 그렇지만 "손맛"이 느껴져서 참 마음에 쏙 드는 접시다. 가격은 15유로 였던 걸로 기억.



백스탬프

무심하게 쓴 듯 하지만 왠지 아름답다하면 오바일까...ㅋ



한장만 올리기 아쉬우니 괜히 또 한장 올려봄ㅋ



그리고, 이제 벨기에로 넘어가서, 

르네 마그리뜨 박물관에서 구입한, 

르네 마그리뜨가 디자인한, 사비나 항공(Sabena Air) 퍼스트클래스용 찻잔과 작은 접시.


*벨기에의 국영 항공사였던 사비나 항공(사베나 항공)은 2001년에 파산했고

이후 브뤼셀 항공이 지분을 인수하여 브뤼셀 항공으로 운영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화가 중 한명이 바로 르네 마그리뜨인데

그 르네 마그리뜨가 디자인한 찻잔을 갖게 되어서 (그 곳에 가기 전까지는 이 찻잔의 존재 자체도 몰랐는데 말이다) 정말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뭐, 그렇다. 인생과 여행은 힘든 일 투성이이지만

그래도 가끔은 기대하지 않은 근사한 선물을 안겨준다. 바로 이 르네 마그리뜨 찻잔처럼^^ 



제작은 독일의 젤트만 바이덴(셀트만 바이덴)에서 했다.

박물관 직원분의 말씀으로는 70년대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근데 나중에서야 생각난 건, 르네 마그리뜨는 1967년에 사망했다는 것.

디자인은 예전부터 있던 것이고 이 찻잔의 제작만 70년대에 한 것인지

아님 찻잔이 르네 마그리뜨 생전에 만들어진 것인지

또는 르네 마그리뜨 디자인 모티브만 따와서 다른 사람이 디자인한 것인지

그것이 궁금하다.

근데 웹에도 별로 자료가 없다...T.T 

르네 마그리뜨 뮤지엄에 이메일 보내서 물어보면 진상일까? ㅎㅎ



그리고, 르네 마그리뜨가 디자인한 작은 접시

찻잔도 작은 접시도 가격은 모두 5유로씩.



이 작은 접시는 젤트만 바이덴이 아닌 다른 곳에서 제작한 것 같다. 저 R 마크는 어디일까... 

눈에 익은 것 같으면서도 모르겠다.

언젠가 저절로 알게 되겠지.



봐도 봐도 디자인 너무 예쁨! 꺅

기왕 이렇게 된 거 항공사 찻잔 모으기를 해볼까?ㅎㅎ



그리고 마지막으로, 브뤼셀의 그랑 사블롱 주말 벼룩시장에서 득템한 찻잔 세개!

프랑스 리모주, 독일 젤트만 바이덴, 영국 로얄 달튼

삼개국 찻잔을 한 가게(노부부 두분)에서 구입했다^^ 가격은 각각 10유로씩, 총 30유로. 

좀 깍아달라고 어설프게 흥정을 시도했으나 "이미 깍아준 가격임^^" 하셔서 그냥 깨갱하고 구입ㅎㅎ



먼저 독일 젤트만 바이텐(Seltmann Weiden, 셀트만 바이덴)의 China Blau 찻잔.



백스탬프



예쁘다 완전 예쁘다 히힛

지금 이 글 쓰면서 검색해보니까 굉장히 많은 자료가 나오는 게,

상당히 유명하고 인기있는 패턴인 듯하다



그 다음 찻잔은 프랑스 리모주(Limoges)

백스탬프는 없다. (소서에 뭔가 표시가 있긴 있는데 백스탬프 형식은 아니라 사진은 안찍음)

판매하신 할머니께서 리모주에서 1910~20년대경에 만들어진 제품이라고 하셔서

그냥 그런가보다 하는 중ㅎㅎ



찻잔 바닥에 이렇게 굽이 있는 제품이라 더 마음에 든다.

패턴 자체는 원래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닌데, 그냥 갑자기 사고싶어져서 샀다.

다 좋은데 오늘 풀어보니깐 상단(입이 닿는 부분)에 칩이 하나 있다ㅠ

어차피 실사용하는 일은 드무니 뭐... 괜찮음 ㅠ



사실, 지난 1~2년간 국내외 셀러에게서 앤틱&빈티지 찻잔을 구입하면서 피곤함을 많이 느꼈다.

인기 많은 셀러에게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선 너무 치열한 선착순 경쟁을 거쳐야 하고(사실 그런 셀러는 아예 스킵한다. 물건 사면서까지 경쟁하기 싫음ㅎ)

제품의 상태에 대한 묘사나 평가도 사람마다 완전 제각각이라 아무리 사진을 뚫어져라 본들 물건을 받고 보면 읭? 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

(예민해지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설명에 없던 큰 흠집이 있으면 참 애매하다)

앤틱&빈티지 찻잔 판매자의 고충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간혹 너무 어처구니 없이 비싼 가격을 붙이는 경우도 보이고...

또 한번은 배송 중에 제품이 파손된 적도 있는데 정말 마음이 아팠다.

물론, 나에게 배송하기 전에 우체국 쪽에서 판매자에게 연락하여 자신들의 실수(바닥에 떨어트렸는데 손상이 의심된다고)를 인정한 경우라 

나에게 파손된 제품이 배달된 것도 아니고 내가 금전적인 손해를 입은 것도 아니였으나

두근두근 기대하고 있다가 아예 그 찻잔들을 만나볼 수 없게 되었다는 건 참 슬픈 일이였다ㅠㅠ 판매자님은 오죽하랴ㅠㅠ


그래서 당분간은... 더이상 웹으로 앤틱&빈티지 찻잔 구입은 안하리라 마음 먹었다. 그냥 내가 여행 중에 만나 직접 보고 사는 녀석들만 데려오기로.



그랑 사블롱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세번째 찻잔은 로얄 달튼(Royal Doulton)의 Provencal 패턴의 커피캔(Coffee can)

똑딱이 렌즈가 광각이라 사진이 왜곡되게 나왔는데 실제로는 그냥 일자형 컵이다...;;



백스탬프.



얌전하고 곱다.


워낙 쇼핑을 못해서(근데 맨날 어떤 여행을 가든 쇼핑 못했다고 함ㅋㅋㅋㅋ) 아쉬웠지만

그래도 이 찻잔과 그릇들이 있어서 위안이 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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