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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렁에서 건진 내 포르투갈 접시 본문

찻잔과 오래된 물건

수렁에서 건진 내 포르투갈 접시

mooncake 2015. 8. 26. 20:40



작년 6월, 엄마랑 같이 포르투갈에 갔을때, 난 포르투갈 전통 도자기가 몹시 탐이 났지만 

쇼핑의 감시자인 엄마가 항상 옆에 있는 관계로 마음껏 쇼핑을 할 수 없었다ㅠ


아예 사지 말라고는 안하시지만

뭔가 살때마다(특히 그릇 종류) "아휴 그건 또 어디다 둔다니", "쓰지도 않으면서 왜 자꾸 사니" 등의 말씀을 하시니 마음이 무겁다.

게다가 뭐, 나도 무거운 짐 들고 다니는 건 싫어하기두 하구^^;;


그래서 결국 포르투갈 전통 도자기는 이 작은 접시 하나를 사는 걸로 만족하기로 했는데

문제는,

한국에 돌아와 3개월 정도가 지난 시점에서야 이 접시가 안보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거다.


상 조르주 성 근처 기념품점에서 산 접시...

안샀을거야라고 생각하기엔 카드 명세서에도 금액이 확연하게 찍혀 있는 이 접시...


상 조르주 성을 보고 나와 이 접시를 사고 난 다음 엄마 가방에 넣어달라고 맡기고

리스본 도둑시장을 돌아다녔기 때문에 리스본 길거리에 두고 왔을리는 없었다.

그러면... 호텔에 두고 온걸까?ㅠ


호텔에 두고 온거라면 좀 문제가 심각해진다.

블로그에서 이런 얘기까지 구구절절히 하는 게 매우 우습지만

내가 물건 잃어버리는 것, 물건 두고 오는 것에 대한 약간의 강박증이 있어서 호텔방을 떠나올때마다 두번 세번씩 두고오는 물건이 없는지 체크를 하곤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고 온 물건이 있다면 그간 내가 쌓아온 믿음(호텔에 물건 두고 온 적 없으니 이번에도 괜찮을거야)에 금이 가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물건 두고 오는 것에 대한 강박증이 생긴 건 어릴때부터 하두 물건을 두고 다녀서 그렇다...

애기 때부터 가방(미니핸드백)도 자주 잃어버리고 온갖 물건을 다 두고 다니다가 대학생때는 아예 도서관에서 백오십만원을 잃어버린 적도 있...

대학생이 왜 도서관 갈때 현금을 백오십만원이나 들고 갔냐고 물으면... "그러게 말입니다. 가끔 저도 제가 이상합니다"

충격이 꽤 컸는지 그 이후론 계속 신용카드만 썼고 요즘도 지갑 속 현금은 삼만원을 넘는 일이 좀처럼 없다;;)


그래서 난 정말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접시가 아까운 것도 아까운거지만 도대체 이 접시가 왜 없는지 납득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내가 묵었던 리스본 호텔 - Lisbon Short Stay Apartment - 에 문의메일을 보낼까?란 생각까지 했었다.

그 접시가 아직 남아 있을 거란 기대가 있어서가 아니라 내가 정말 호텔방에 두고 온걸까?에 대한 답을 찾고 싶어서.

근데 메일을 쓰다보니깐 이건 내가 완전 제 정신이 아닌 사람처럼 들리는거다. 

대략,

"안녕, 내가 꼭 그 물건을 찾을 수 있을거란 기대가 있어서는 아닌데, 내 강박증 때문에 확인하고 싶어서 말이야,

혹시 3개월전에 페르난두 페소아의 방에서 작은 포르투갈 전통 접시가 발견되지 않았는지 알고 싶어.

돌려받고 싶어서 물어보는 건 아니야. 그냥 확인만 해줬음 좋겠어."

라는 내용이었는데 내가 호텔 직원이라도 이런 메일을 받으면 당황스러울 것 같았다.


내가 이 접시를 마지막으로 본 건 엄마한테 맡기고 난 다음이니깐 혹시 엄마 짐에 딸려 들어가지 않았을까 싶어서

"엄마 여행가방에 혹시 있지 않았수?" 라고 물어봤지만 "접시 같은 건 없었어. 있었으면 너 바로 줬지"라고 하셔서 애초에 엄마 쪽 짐가방에 대해선 기대를 버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몇달이 지난 어느날 엄마가 갑자기 매우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니가 저번에 찾던 포르투갈 접시가 혹시 이걸까?"라며 위의 꾸러미를 내미셨다;;;;

포장지만 봐도 리스본 상 조르주 성이 그려져 있으니 딱 맞다;;;;



급하게 봉투를 풀러본다. 크흡...ㅠㅠ



풀러보니깐 역시나 내가 애타게 찾고 있던 그 접시가 맞다.

엄마가 평소에 잘 안쓰시는 서랍에 들어가 있었다구 한다. 짐 정리 하시다가 다른 물건에 딸려 서랍으로 들어간 것 같다 하신다.


뭐 맘 고생을 좀 하긴 했지만 그래도 내가 호텔방에 뭘 놔두고 다니지 않는다는 확신을 다시 찾게 되어 그저 기뻤다.

게다가 영영 잃어버린 줄 알았던 포르투갈 접시를 다시 만나니 더할나위 없이 좋고^^



그냥 접시만 찍으면 밍밍한 것 같아 플레이모빌과 같이 찍어봄ㅎ



크기 비교를 위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앤틱샵에서 구입한 100년 넘은 앤슬리 에스프레소 잔과 같이 찍어봄.



이번엔 주변을 굴러다니던 미니어처 케익들과 같이 찍어봄^^






막간을 이용한 미니어처 케익 자랑. 호홋~



위 사진들을 찍을때 뒷면 찍는 건 깜빡하는 바람에 나중에 추가촬영한 접시의 뒷면 사진.


접시 뒷면을 보니 이 접시는

포르투갈 몬사라즈(Monsaraz, 몽사라즈, 몽사라스)지역에 위치한 샤라즈 아르트(Xaraz Arte)에서 제작한 접시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Xaraz Arte의 홈페이지도 있다. 궁금하신 분은 링크 클릭(http://www.xarazarte.pt/)


그리고 접시 아랫쪽에 찍혀 있는 "와인잔과 포크" 그림의 뜻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혹시 식용으로 써도 된다는 뜻인가?ㅎ 아시는 분 있음 알려주세요^^



마지막으로, 포르투갈 몽사라즈는 포르투갈 중부 내륙 알렌테주(Alentejo) 지역에 위치한 스페인 국경 근처 도시인데,

사진을 검색해보니 저 성이 몽사라즈의 랜드마크인가보다.

접시 뒷면에 찍혀 있는 몽사라즈 그림과 일치^^



몽사라즈(몬사라즈)의 코블드 스트릿 사진.

알렌테주의 유명 관광지 에보라(Evora)에서 약 1시간 거리로 나오는데 아무래도 차가 있어야 편히 찾아갈 수 있을 듯...?


포르투갈엔 못가본 곳이 참 많다. 

언젠가는 이 곳도 꼭 가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Canon 1000D & Lumix LX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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