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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도쿄] 1. 여행의 시작과 동방항공라운지, 일본항공, 긴자캐피탈호텔 그리고 데니스 본문

외국 돌아다니기/2013.06 Tokyo

[2013 도쿄] 1. 여행의 시작과 동방항공라운지, 일본항공, 긴자캐피탈호텔 그리고 데니스

mooncake 2016. 2. 14. 23:36

2013년 6월의 도쿄여행은 종종 그렇듯 급여행이었다. 출발 전날 오후에 팀장님에게 휴가를 허락받은 다음, 약 2시간 사이에 비행기표 예약과 호텔 예약과 환전을 해치우고, 야근까지 한 후에 집에 가서 짐싸고 다음날 아침 일찍 공항으로 출발했다. 내 친구 왈 "넌 남들이 부산이나 제주 급여행 가듯 해외를 가더라..." 내가 급여행 전문이긴 하지만 그래도 바로 전날 오후에 비행기표와 호텔을 예약해서 떠날 수 있었던 건 서울 지리 알 듯 잘 아는 도쿄라서 가능했다. 아무리 나라도 한번도 안가본 곳을 바로 전날 예약해서 가진 못한다. 적어도 이삼일 전엔 결정해야 하다못해 공항에서 호텔 찾아가는 법이라도 알아보고 갈 수 있으니까ㅋ

2013년 상반기의 나는, 연초부터 시시탐탐 여행 기회를 노리고 있었지만 너무 바쁜 업무 스케쥴과 워커홀릭 팀장님 덕에 6월 초까지 도통 휴가를 낼 수 없었다. 그런 울분이 극에 달했을때 지르는 심정으로 휴가 내겠다고 말한건데 팀장님이 너무 흔쾌히 "그래 휴가 내" 라고 하셔서 좀 허무할 정도였다. 게다가 무려 4년만에 가는 도쿄였다. 2009년에 마지막으로 다녀온 후 2010년엔 사정이 생겨서 못가고, 2011년 봄엔 꼭 가려고 했는데 원전 문제가 생기는 바람에 무기한 연기. 지금은 그닥 개의치 않는 분위기지만 2013년만 해도 도쿄 여행은 자제하는 분위기가 강했던지라 나 역시 찜찜해서 오사카는 가도 도쿄는 못가고 있었는데, 여행을 못가는 스트레스와 일로 스트레스를 받다보니 "이래죽나 저래죽나 뭐"란 생각이 들어서 도쿄 여행을 지르게 된 거였다. 그러니 이미 여러번 간 도쿄임에도 불구하고 나에겐 정말 감개무량한 여행이었다.

그러나 여행 당일 5시에 일어나 새벽에 공항에 도착했을땐 너무 피곤해서 정말 죽고 싶은 기분이었다. 급여행에 대한 후회가 쓰나미처럼 몰려왔다. 비행기를 타기 직전까지 "내가 미쳤지"를 수십번 되뇌인 것 같다ㅋㅋㅋㅋ 원래도 아침 비행을 싫어하는데 전날 야근까지 하고 새벽같이 공항에 가려니 정말 죽을 맛이었다. 몸을 생각하면 집에서 쉬는 게 응당 맞는 일이지만, 여행 중에 힘들어 죽을 것 같으면서도 기어코 무리를 해서 떠나는 나도 참;;;



수속을 마치고 면세품을 찾고 동방항공 라운지에 가서 수프랑 진저에일로 간단한 요기를 했다. 

아무리 시간이 없어도 쇼핑은 한다.

매번 면세점 쇼핑 거의 안했다고 생각하는데 받아보면 짐이 한보따리다.



많이 붐비지 않을때면 그럭저럭 시간 때울만한 동방항공 라운지.



일본항공(JAL)의 아침 기내식. 



그리고 커피. 다른 항공사와 다르게 커피컵에 뚜껑이 있어서 좋다.



나리타 공항에 도착해서 케이세이 스카이라이너 왕복티켓과 도쿄지하철 2-Day 콤비네이션 패스를 샀(었나보)다. 나처럼 제때제때 여행기를 안쓰는 사람은 이렇게 기록용 사진이라도 부지런히 찍어둬야 한다ㅋ

무려 4년만에 도쿄에 오다니 감격!



도쿄지하철 패스를 산 이유는 내가 묵었던 "긴자 캐피탈 호텔"이 도쿄지하철 츠키지역과 가까웠기 때문(으로 추정. 이번에 사진 편집하는데 세부 내용은 거의 기억이 안나서 식겁했다. 기억이 사라지는 속도가 한해 한해 가속도가 붙는 듯)

투숙 전날 예약하다보니 호텔 선택 폭이 매우 좁았는데 의외로 이 호텔,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실내는 전형적인 일본 비즈니스 호텔이지만 호텔 규모가 커서 그런지 직원들이 영어를 매우 잘하고 고객 응대 수준이 높았다. 또, 12시 반에 도착했는데 바로 체크인해준 것도 고마웠다. (단, 원래 나는 본관으로 예약이 되어 있었으나 빠른 체크인을 원하면 신관으로 가야한다고 해서 신관으로 옮겼는데 본관에서 신관까지는 대로를 건너 제법 걸어가야하는 길이라 무거운 짐 탓에 살짝 힘들었다. 그래도 얼리 체크인이 어디야...) 여튼 조용하고 깔끔했으며, 지하철역과 가깝고, 주변에 편의점이며 카페 등도 여럿 있고, 방 크기도 혼자 쓰기에 딱 좋아서 알아볼 틈 없이 후다닥 예약한 것 치고는 여러모로 만족스러운 호텔이었다.



츠키지역 바로 앞에 24시간 영업하는 패밀리 레스토랑 데니스가 있어서 무려 세번이나 이용했다. 첫째날은 점심, 둘째날은 아침, 셋째날은 늦은 저녁을 이 곳에서 먹었다. 내가 일본 패밀리 레스토랑을 좋아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3박 4일짜리 여행에서 3끼나 먹을 정도로 좋아하는 건 아닌데, 하루 세번 약을 꼬박 챙겨먹어야 하는 상황이다보니 위치적 이점이 있는 이곳을 자주 이용하게 됐다. 특히 세번째날 저녁은 에노시마 다녀오는 길에 헤매다 밤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는데 지치고 배고픈 나에게 데니스의 존재가 어찌나 고맙던지ㅋ



내가 일본의 패밀리 레스토랑을 좋아하는 이유는 24시간 내내 언제든 가서 먹을 수 있고(특히 밤 늦은 시간에 유용), 위 사진처럼 혼자 오는 사람이 많아서 혼자 먹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일본의 많은 식당이 그렇긴 하지만), 일식부터 양식, 그리고 각종 음료와 커피, 팬시한 디저트까지 매우 다양한 메뉴가 구비되어 있으며, 맛도 보통 중간은 되고, 가격도 저렴하고, 계산대 근처의 작은 매대에서는 가끔 괜찮은 캐릭터 상품이나 까까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굳이 이유들을 적어보지만

 

사실은 그냥 좋은 거ㅎㅎ


참, 이젠 기억하는 사람이 별로 없겠지만 우리나라에도 데니스가 있었다!

명동 사보이호텔 건물을 비롯 점포가 몇개 있었는데 그 당시 다소 고급 컨셉을 지향했다가 결국 망했...;;;



점심 메뉴로 텐동과 우동 셋트를 고르고 그리고 거기에 커피를 추가했는데 그때 당시 써놓은 메모를 찾아보니 "우동은 맛있고 텐동은 평범하고 커피는 밍밍하다"고 쓰여있다ㅋ 가격은 커피 포함 860엔.


데니스에서 배불리 점심을 먹고 드디어 첫 일정인 지유가오카를 향해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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