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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nderlust

[2013 도쿄] 2. 지유가오카 산책 - 자유의 언덕에서 본문

외국 돌아다니기/2013.06 Tokyo

[2013 도쿄] 2. 지유가오카 산책 - 자유의 언덕에서

mooncake 2016. 2. 18. 21:50

호텔 앞에서 점심을 먹은 뒤 나카메구로에서 환승하여 지유가오카自由が丘 역에 도착했다. 새벽에 집을 나와 아침 8시 비행기를 탔지만, 지유가오카에 다다랐을땐 이미 오후가 깊었다.

 

조급해지는 마음을 다잡으며 지유가오카의 한적한 동네 골목길을 산책했다. 곳곳에는 주먹만한 수국이 가득 피어있었다. 일본 여행은 셀수도 없을만큼 많이 다녔음에도 이토록 수국이 가득 피어있는 풍경은 처음이었다. 깨끗하고 소박한 동네의 작은 골목에서 수국 사진을 찍고 있노라니 어디선가 다소 서투른 G선상의 아리아 피아노 연주가 흘러나왔다. 오후의 단독주택가를 걷고 있을 때 문득 듣게 되는 피아노 연주는 항상 나의 발걸음을 오래 붙들어 놓곤 한다. 불현듯 나의 어린 시절과 조우하는 느낌이랄까.

 

"창가의 토토"의 저자 구로야나기 테츠코가 다닌 토모에 학원이 있었다던 지유가오카는, 취향이 잘 맞는 사람에겐 그야말로 토탈 패키지 같은 곳이다. 세련된 명품샵과 아기자기한 빈티지샵이 가득하고, 대로변 한블럭 뒤엔 조용하고 개성 넘치는 건물들이 가득한 예쁜 주택가가 펼쳐진다. 빌레르이 앤 보흐 매장과 근사한 옷가게, 80년대부터 영업해왔음직한 단층짜리 병원, 귀여운 동네 빵집, 정겨운 수퍼마켓, 향수를 자아내는 기찻길 풍경, 멋진 일본 고택과 빨간 도리이가 있는 오래된 신사를 전부 다 한 곳에서 볼 수 있다. 근사한 디저트를 맛볼 수 있는 가게들은 또 얼마나 많은지, 단 한곳만 고르기가 쉽지 않았지만 결국 나는 고소안古桑庵을 선택했다.

 

새삼 고백하자면, 길치로서의 명성에 어긋남 없이 나는 지유가오카에서도 몇 번이고 길을 잃었다. 지유가오카역에서 5분 거리인 고소안에 가는데 한시간이 걸렸고(물론 다른 곳도 구경하긴 했지만), 고소안에서 나와 루피시아에서 홍차를 사고 일본 신사에 들렸다 지유가오카역으로 돌아오는 길에 또 길을 잘못 들어 30분 이상 지유가오카의 주택가를 헤매 다녔다. 지나다니는 사람이라곤 하교를 마친 초등학생들이 드문 드문 나타날 뿐이고, 점점 더 번화가와 멀어지고 있는 풍경에 살짝 겁이 날 때 쯤, 다행히 문 밖에 나와계신 친절한 할머니를 만났고 지유가오카 역으로 가는 방향을 물어 간신히 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건 전부 다 데이터 로밍 비용 좀 아껴보겠다고 일정 중 48시간만 데이터로밍을 신청했던 탓인데, 2014년 하반기부터는 반드시 전 일정 동안 사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로밍을 하고 떠나므로 예전처럼 어마무시하게 헤매는 일은 많지 않다. (심카드 교체가 더 저렴하지만 급한 업무 연락을 놓칠 수도 있기에 데이터로밍을 쓴다.) 그래도 여전히 헤매긴 헤맨다. 구글맵을 보며 걷다보면 주변 풍경을 놓치는 일이 종종 있어 구글맵을 손에 쥐고도 잘 안들여다보는 까닭이다.

 

간신히 지유가오카 역에 도착한 나는 에비스로 향했다. 고소안 이야기와 에비스 여행기는 다음 편에서...^^


▷ 어디에나 가득가득 피어 있었던 수국. 색이 정말 곱다.


▷ 피아노를 연습하는 소리가 들려와, 한참을 서성거리게 만들었던 골목.

한적한 오후의 주택가에서 들려오는 피아노 연주소리는 마음의 고향으로 돌아가게 하는 마력이 있다.


▷ 카메라 다이얼이 잘못 돌아가 있는지 모르고 한참 동안 사진을 찍어서,

지유가오카에서 찍은 초반 사진은 전부 저화질로 찍혔다.

그 중 한장이 바로 이 사진. 예쁜 풍경이 많았는데 너무 저화질이라 차마 올릴 수가 없다ㅠ

 

 


▷ 들어가보고 싶었던 카페

 

 


▷ 도쿄 주택가에 독일어로만 된 표지판이 너무 태연하게 붙어 있어 재미있었다

 

▷ 귀여운 동네 빵집

 

▷ 이발관 건물은 또 이렇게 깜찍하다


▷ 우리 동네에 이렇게 예쁜 빈티지 잡화가게가 있었다면 내 잔고는 이미 탈탈 털렸을 듯


▷ 묘하게 컬러풀한 지유가오카 동네 풍경


▷ 80년대에 지유가오카는 패션의 거리로 유명했지만, 이제는 주부들이 제일 좋아하는 거리가 되었다고 한다.

예쁜 인테리어 샵들, 그릇 가게가 어찌나 많은지^^

 

▷ 빌레로이 운트 보흐를 딱히 좋아하지는 않으나 그래도 길거리에서 마주치면 반갑다

 

▷ Tippy Top, 마음에 쏙 드는 가게

 

▷ 고양이 캐릭터로 유명한 와치필드 매장

 

▷ 린트 초콜릿 역시 그닥 좋아하지 않지만, 우연히 마주치면 반갑다ㅎㅎ

 

 

 

▷ 베네치아를 모티브로 만든 상점가 "라 비타"

 

▷ 베네치아??

 

▷ 일부러 찾아갈만큼은 아니나, 날씨가 좋을때 가면 배경삼아 사진 찍기 좋을 듯^^

내가 갔을땐 날이 흐려 사진들이 다 그냥 그렇다.


▷ 그리고 고소안(고소앙, 코소안, 코소앙ㅎㅎ) 이야기는 별도로 포스팅 예정

 



▷ 루피시아 매장 앞 풍경

 

▷ 사놓고 안마시는 차가 워낙 많아서 구경만 하고 나오려고 했는데 결국 강매당했다...

는 농담이고

계속 생글생글 웃으며 이 차 저 차를 권해주는데, 차마 안사고 나올 수가 없더라ㅋ

물론 그 차는 결국 딱 한번 먹고 아직도 그대로다...

 


 


▷ 그리고 지유가오카의 이 신사.

이 곳에 들어갔다 나온뒤로 뭔가 씌인 듯 정줄을 놓고 미친 듯이 헤매기 시작했다...

는 것은 길치의 하찮은 변명이지만, 암튼 이 신사, 어쩐지 기분이 썩 좋진 않았다.




 

 

 


▷ 토끼들 표정이 개성있다

 

▷ 보석 가게 Precious Chroma

 

▷ 이 즈음부터 길을 잃고 헤매기 시작했다.

마치 방금 전의 번화가는 꿈이었던 것마냥 평범하고 인적 드문 주택가가 한도 없이 펼쳐지는데 

방향감각이 완전히 사라져 고생했다.

확실히 당황했다는 증거는, 헤매고 다닌 동안 찍은 사진이 한장도 없다.

 

▷ 친절한 할머니를 만나 간신히 찾아올 수 있었던 지유가오카 역 뒷편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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