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nderlust
헬싱키의 빈티지 그릇 가게 본문
아침에 출근 준비하다 힘들어서 잠시 넋을 놓고 앉아 있었는데, 그때 내 눈에 사진 속 헬싱키 빈티지 그릇 가게에서 사온 찻잔 세 개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문득, 아, 저 찻잔들을 고를때가 참 행복한 순간이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내 눈 앞에 잔뜩 펼쳐진 이딸라와 아라비아 핀란드의 향연. 난 그저 그릇들을 실컷 감상하고, 원하는 걸 고르기만 하면 된다. 이토록 즐거운 일이 또 있을까.
하지만 사실 이 당시의 내 심정은,
아침 일찍 마켓에 갔더니 문 연 가게도 몇 개 없고, 날은 춥고, 졸리고 피곤하고, 포르보행 버스를 예약해놓은터라 시간은 촉박하고, 빈티지 그릇은 생각보다 너무 비싸고, 거기에다 그릇들을 보면 볼수록 내가 진짜 사고 싶은 게 뭔지 미친듯이 헷갈리기 시작해서 마음이 무지 복잡하고 여유가 하나도 없었다ㅋ
비단 여행 뿐만이 아니더라도,
왜 이토록 그 당시엔 전혀 모르다가 "지난 후에" 사실은 그때가 아름다운 순간이었구나, 행복한 순간이었구나...라고 느끼는 일이 많은 걸까.
여러가지로 힘에 부쳐 허덕거리는 지금 이 순간도, 언젠가는 나름 아름다운 순간이었다고 회상하는 날이 올까?
+)덧.
그래서 결국 이 가게에서 사온 찻잔 두개랑 유리잔 한개는 예쁘긴 예쁜데 그래도 이렇게 사진으로 다시 핀란드의 찻잔들을 보고 있노라니 다른 찻잔들이 훨씬 더 예뻐보여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마음 같아선 정말 다 싸짊어지고 오고 싶...지만 지금 이 순간도 현재 갖고 있는 물건들만으로도 벅차서 허우적대고 있으니 물욕은 이쯤에서 접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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