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nderlust
신의를 지키는 길 - 속쓰린 황금연휴 도쿄항공권 본문
일단 요약 : 선약이 있어 어쩔 수 없이 안좋은 조건으로 비행기표를 구매했더니 사자마자 선약이 변경되어 허무함ㅋ
올해초부터 건강 문제로 인해 여행지를 쉽게 정하지 못하고 계속 망설이다가 결국 5월 황금연휴 여행은 포기했었지만, 4월 초 마카오를 다녀온 이후, 다시 짧게라도 황금연휴에 여행을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문제는 4월 29일 토요일에 선약이 있었다는 것.
보통때 같았으면 모임 날짜를 조정해보자고 쉽게 말을 꺼냈겠지만, 작년말부터 나의 건강 상태로 인해 모임 약속을 쉽게 잡지 못하고 있었던 바, 쉽게 날짜를 바꾸자는 말을 꺼낼 수 없었다. 그러다 조심스럽게 "혹시 4.22 토요일로 날짜를 바꿀 수 있냐"고 물어봤지만 멤버 중 한 명이 안된다길래 결국 4월 29일 토요일 정오 모임에 참석했다가, 그날 저녁에 도쿄로 가는 비행기표를 구입했다.
내가 발권할 당시만 해도 저녁 출발 비행기표가 가격도 더 비싸 속이 쓰렸지만, 그래도 선약을 지키는 일이 우선이라 생각했기에 어쩔 수 없었다. 차라리 저녁 출발 비행기가 오전 혹은 오후 일찍 출발하는 비행기표보다 값이라도 쌌다면 돈을 아낀다는 작은 위안이라도 있었겠지만, 여행 시간은 줄어드는데, 가격은 더 비싸니 좀 속상한 기분이 들었다. 아무리 황금연휴고, 2주전에 예약하는 거긴 하지만 인천-도쿄 나리타 구간에 525,100원이나 내고 가는 게 말이 됩니까. 흥칫뿡. (출장처럼 피치 못할 사유로 가는 것도 아니고, 수차례 방문한 도쿄이다보니 더더욱...)
그런데...!!
어쩔 수 없이 비행기표를 발권해버리고 나자마자 4월 22일로 약속을 바꿀 수 없다던 멤버가 갑자기 4월 29일에 예약되어 있는 호텔 A가 마음에 안든다며 호텔 B로 바꾸고 싶다는 말을 꺼냈고, 호텔 B는 4월 29일 예약이 전부 차 있어 4월 22일로 약속을 바꾸잔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겠지만, 내가 물어봤을땐 일정 조절이 안된다던 멤버가 단지 호텔 식당을 바꾸고 싶단 이유로 약속을 바꾸자고 하니 어이가 탈탈 털렸다. 호텔 A 식당도 애초부터 본인이 가자고 한거였고, 나는 이미 발권을 해버려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후인데...ㅠㅠ
선약과 항공권 발권 사이에서 한참 고민한 자신이 바보가 되어버린 느낌.
휴가를 하루만 내도 4박5일짜리 여행을 할 수 있다며 비행기표를 끊었지만, 사실 여행의 첫날은 도쿄 호텔에 도착하면 빨라야 밤 10시이므로 4박5일의 의미가 퇴색해버리는데다가, 일이 이렇게 꼬여버리니 아 몰랑! 상태가 되어서 4.22 모임도 나가기 싫고 4.29 여행도 가기가 싫어진다. 끝도 알 수 없이 유치한 내 마음.
게다가, 황금연휴에 도쿄라도 가기로 한 또다른 이유는, 자꾸만 5월말에 유럽여행을 가고 싶은 마음이 솟구쳐 그 욕구를 억누르기 위함이었는데, 위와 같은 일련의 사태 덕에 "아 그냥 위약금 내버리고(11만원이나 하지만ㅠ) 유럽 가버릴까?"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는 것도 문제. 한 번 결정을 내리면, 뒤를 돌아보지 않아야 하는데, 우유부단한 나는 힘들게 결정을 내려도, 자꾸만 뒤를 돌아보고, 비용을 지불하고라도 그 결정을 바꿀 생각을 해서 탈이다. 한번 정해지면 정해진대로 따르는 사람들이 참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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