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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문화회관) 전경호 마림바 리사이틀

mooncake 2017. 9. 30. 16:00



9월 27일 수요일 저녁 8시. 흔치않은 마림바 독주회가 열려 반가운 마음으로 공연을 보러갔다. 마림비스트 전경호의 두번째 마림바 연주회 제목은 Sound becomes ligh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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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림비스트 전경호가 시각장애인이라 팜플렛이 특별히 점​자로 제작되었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연주자가 시각장애인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공연이 시작되고 전경호가 피아노 반주자의 팔을 붙잡고 무대로 나오자 갑자기 가슴이 뭉클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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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경호 마림바 연주회의 프로그램. 바흐에서부터 현대작곡가까지, 그리고 클래식에서 재즈까지, 또 가급적 친숙한 곡이되 너무 뻔하지는 않도록, 다양한 음악을 공들여 골랐음이 보여지는 선곡이었다.


전반부의 무대는 피아노와 마림바로 심플하게,​


후반부의 무대는 드럼과 세컨드 마림바로 다채롭게.

일단 공연에서는, 음, 공연 중 민망한 사건 두개을 동시에 겪었다ㅋ (1) 첫번째 곡이 끝난 후 사람들이 박수 안침 (2) 네번째 곡의 악장과 악장 사이에 터진 박수;;; 물론 (1)보단 (2)가 백배 낫다. 거기에 내 옆자리엔 5분마다 기침을 하는 기침쟁이 어린아이가 앉았고, 내 앞좌석 사람은 전경호가 연주하는 장면을 2회 촬영했으며(아아 대체 왜...!) 마지막 곡을 연주할때는 구성진 가락의 전화벨까지 울렸다ㅋㅋㅋㅋㅋㅋㅋ 이쯤되면 그냥 해탈의 단계로...

이런 거슬리는 일들이 연거푸 일어나면 아 젠장 내가 왜 공연을 보러와가지고!!!!라며 후회하지만 그래도 확실히 실제로 공연을 보고 듣는 것은 CD나 유트브로 듣는 음악으로 대체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연주자의 에너지와 감정을 느끼고 공유하는 것은 분명히 특별한 경험이다.

전경호가 연주한 모든 곡이 다 좋았지만 특히 마음에 든 곡을 꼽아본다면
- 생상의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소. 진부한 표현이지만, 연주하는 모습이나 소리나, 마치 연주자가 소리의 마법사처럼 보였다.
-브라질 작곡가 네이 로사우루의 마림바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 1번. 각각의 악장이 강렬한 개성을 지닌 다채로운 곡이었다. 이번 공연에서는 피아노 반주가 오케스트라를 대신했는데, 나중엔 오케스트라 협주로도 꼭 들어보고 싶다.
-드럼과 함께한 데이빗 프리드먼의 트랜스. 정말 신나고 즐거웠다.
-장 시벨리우스의 발스 트리스트. 세컨드 마림바와 함께 연주되었는데, 마림바의 매력을 가장 잘 뽑아낸 연주였다. 물론 어디까지나 내 기준이지만ㅎㅎ (이번 공연에서 알게 된 건 내가 마림바의 뭉글뭉글한 저음보다는 가볍고 명징한 고음을 더 좋아한다는 것)
-그리고 에릭 사티의 Je te veux도 달콤했다^^

마지막 곡인 비토리오 몬티의 차르다시를 연주하기 전에, 수줍은 목소리로 연주회를 보러 와 고맙다는 이야기와 함께, 시각장애인인 자신이 공연을 보러갈때 공연 내용을 자세히 알 수 없어 아쉬웠는데, 복지재단의 후원을 통해 점자로 팜플렛을 만들게 되어 기쁘고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새삼 비장애인의 입장에서 당연히 누리는 것이, 장애인들에게는 얼마나 쉽지 않은 것이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앵콜은, 림스키 코르사코브의 왕벌로 마무리되었다.

연주 자체도 워낙 훌륭했고, 내가 좋아하는 마림바 소리를 원없이 들어 더 흡족했던 공연이었다. 또한 협연자인 피아니스트 유예리, 마림비스트 박석정, 드러머 김다빈 모두 훌륭했다. 좋은 공연이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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