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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가오슝 & 타이난 여행 - 매우 사소하고 지극히 주관적인 후기 + 여행경비 본문

외국 돌아다니기/2018.09 Taiwan

대만 가오슝 & 타이난 여행 - 매우 사소하고 지극히 주관적인 후기 + 여행경비

mooncake 2018. 10. 2. 15:00

 

 

 

(1) 여행 중에 무리한 것도 별로 없는데 여행 후 앓아누워서 몹시 억울함. 흑흐흐흑흑흑. 내가 환절기라 많이 아플까봐 유럽 포기하고, 일부러 비행시간도 짧고 시차도 별로 안나는 대만에 갔는데 정말 이러면 안되는 것이다. 워낙 여유있는 일정이었던지라 여행 중에도 엄청 널럴하게 다녔는데...

 

(2) 곧 정식 여행기를 쓰겠지만 대만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딱히 도움은 안되는 여행기일 것 같다ㅎ 왜냐하면

-펑리수 안샀음 (펑리수 원래 안좋아함)

-누가 크래커 안샀음 (누가 크래커는 싫어하진 않지만, 안보이길래 굳이 찾진 않았음)

-그 외에 망고젤리, 곰돌이 방향제 등 대표적인 대만여행 쇼핑템 한개도 안삼

-하지만 닥터큐젤리는 샀음. 닥터큐젤리 완전 최고임!

-까르푸 안갔음

-야시장에서 별 재미 못봤음

-마사지 안받음

-마라훠궈, 딘타이펑, 향원우육면 등 유명한 맛집 안갔음

또 뭐가 있지?

암튼 귀찮아서 안한 게 많음ㅎㅎㅎㅎ 이렇게 게으르게 여행 했는데도 여행 후유증으로 아프다니 억울하다.

 

(3) 나는 원래 특정 여행지에 대해 "볼 거 없어"라던가 "시시해"라고 단언하는 사람을 참 싫어했는데, 슬프게도 까오슝은 좀 시시한 편이었다. 하지만 남들에게도 다 시시할 거라는 건 아니고, 나에겐 그다지 이국적이거나 새롭지 못한 장소였다고 말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그동안 갔던 중국, 중화권 내지는 중국의 영향을 받은 도시들이 계속해서 떠오르는 풍경이라, (홍콩, 마카오, 싱가포르, 말라카, 하이난, 상해 등등등...) 예전에 왔던 친숙한 동네를 걷는 기분이었다. 

 

가오슝보다는 타이난 쪽이 훨씬 취향이었는데, 타이난은 대중교통이 썩 발달하질 않아서, 더위에 쏘다니기엔 좀 어려움이 있다.

 

(4) 그나마 외국 여행을 왔다!라는 기분이 든 곳이 위 사진 속의 "치진섬"이었는데, 주위 사람들에게 "여기 오니깐 그나마 이국적인 기분이 드네"라며 사진을 보내니깐 "걍 제주도 같은디?"라고 놀려서 상심했다ㅋㅋ 사실 바다색으로 따지면 제주도가 더 이쁘지ㅋㅋㅋㅋ

 

(5) 수면 문제와 컨디션 조절 문제로 외국 여행은 혼자 다니는 걸 선호하지만, 카오슝은 조금 심심해서인지, 동행없이 온 것이 살짝 후회되었다. 

 

(6) 그리고 카오슝에 가서야 알게 된 사실... 카오슝의 공기 오염이 매우 심각하다!!!!! 공기가 정말 너무너무 안좋았다. 막연히 대만은 공기가 좋을 것 같았는데, 미리 확인하지 못한 나의 불찰. 카오슝의 공기가 안좋은 것은 대표적인 공업지대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사람들의 일상교통수단이 오토바이인 탓도 있지만(베트남 못지 않다), 가장 큰 원인은 "석탄발전" 때문이라고 한다. 2011년 일본 원전 사태 이전까지는 대만도 핵 발전 위주였는데, 핵 발전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석탄 발전으로 전환하면서 공기질이 급락했다고. 일본처럼 지진위험지대에 있으면서 핵발전을 고집하는 나라들을 이기적이라 생각했는데, 정작 석탄발전을 하는 도시의 공기가 너무 안좋은 걸 보니까 참 난감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한국은 모처럼 공기가 청명한데, 그런 한국을 두고 공기가 나쁜 곳에 가있으니 새삼 억울했다(...)

 

(7) 하지만 카오슝 여행 자체를 후회하는 것은 아님! 대단한 장점이 여러가지 있었는데 무엇보다 물가가 정말 싸다!!!!!! 괜찮은 4성급 호텔을 7만원에 묵을 수 있고, 동네 식당에선 2500원이면 한끼를 먹을 수 있고, 아이스티는 700원에 마실 수 있다. 물론 이 식사나 음료 가격은 현지인 위주의 식당 가격이고,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곳은 가격이 훨씬 비싼 곳도 많지만... (*관광지 식당 물가는 한국 못지 않아서 아이스모카 한잔을 6,000원 내고 마신 카페도 있다ㅎㅎ) 

 

(8) 카오슝이 또다른 장점은 너무나 친절한 사람들!!!! 

대만 사람들이 원래 친절하단 말은 많이 들었지만, 내가 간 동네가 비교적 관광객이 적은 편인 남부라서 그런지, 상상 이상으로 순박하고 친절한 분들이 많아서 감동받았다. 가게에서 음료 하나만 사먹어도 얼마나 다정하게 웃어주시는지 ^-^

 

여행지의 이미지는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이 50% 이상 차지한다는 것이 과언이 아닌 것 같다. 작년에 간 프랑스 니스는 천혜의 자연환경과 볼거리가 그득그득했지만 어찌나 시크하고 불친절한 사람들이 많던지 여행지를 떠올리면 좀 쎄한 기분이 들 정도인데 까오슝은 볼거리가 전반적으로 좀 시시했고 공기가 나빠 별로였다면서도 까오슝을 떠올리면 그리운 기분이 들고 또 가고 싶어지니 말이다... 헤헤

 

해서... 결론적으로 가오슝은 기분전환 삼아 다녀오기 괜찮은 장소임!^-^

 

(9) 까오슝에 가서 새삼 문맹의 슬픔을 깨달았다. 

물론 중국어 1도 못해도 여행 다니는데 지장은 없지만, 호텔 근처 식당들이 뭘 파는 식당인지 전혀 알 수 없어 애를 먹었다. 메뉴판이야 안에 들어가서 구글 번역기로 사진 찍어보면 어떻게든 시킬 수 있는데, "뭘 파는 가게인지" 알아야 일단 들어갈 게 아닌가.... (간판은 정자체가 아닌 경우가 많아서 구글번역기로 찍어도 번역이 잘 안됨 ㅠㅠ) 게다가 내가 "고기 종류 음식"에 대해 거부감과 두려움을 갖고 있다보니 아무데나 들어가서 먹기가 더 쉽지 않았다. 다른 나라를 여행다닐땐 특별히 못겪었던 일인데, 카오슝은 유독 한자로만 쓰인 가게가 많아서 그랬나... 

 

(10) 급여행으로 까오슝 비행기표를 끊어놓고 더위와 모기 걱정을 하다가, 갑작스러운 태풍 소식에 "더워도 좋으니 제발 비행기만 떠다오ㅠㅠ"라고 바랬는데, 결국 다행히도 4박 5일동안 태풍은 커녕 소나기 한번 안왔다;;;; 매일매일이 쨍쨍했다;;;; 

원래 외국여행 때 날씨운이 좋은 편이어서, 이번엔 어떻게 될까?+_+ 두근두근했는데 다행히 24호 태풍 짜미는 대만을 빗겨갔다. 그래도 태풍영향권이라 그런지 바람이 세서, 아끼던 양산이 사망하셨습니다... 또르륵... 하지만 태풍 때문에 비행기 못뜨고 어쩌고 생고생했을 걸 생각해보면 양산 망가진 걸 불평할 수는 없다ㅠㅠ 

 

(11) 평소에 모기 알러지가 있어서, 그리고 이 모기 알러지는 유독 외국에서 물리면 증상이 심하곤 해서 (의사선생님 말로는 여행 중에 피곤해서 컨디션이 안좋으니 더 격렬한 알러지 반응이 일어나는 걸 거라고) 이번 대만 여행때도 모기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한국산 모기기피제는 대만 토종모기에겐 잘 안듣는대서 대만에 가자마자 제일 먼저 한 일이 모기기피제 구입이었을 정도. 근데 막상 돌아다녀보니 모기기피제를 뿌리는 사람도 나뿐인 것 같고 다른 여행자들이나 현지인들은 모기에 별 신경을 안쓰길래 내가 오바하는 건가? 싶었는데 그렇게 긴장이 풀어졌을 때, 호텔 라운지에서 모기에 한방 물렸다. 퉁퉁 부풀어 올랐음. 대만 토종모기는 우리나라 모기들과는 다르게 웽~하는 소리 없이 다가와 물고 간다고 한다. 늘 짜증나던 웽~소리가 그나마 고마운 소리였다는 걸 대만가서 알았다. 여튼 모기 알러지 있는 분들은 내가 유난인가?싶어도 역시 조심하는 게 나을 것 같다.

 

(11) 대만엔 커다란 검은 개가 유독 많이 보여서 신기했다. 대만토종개인가?!

 

(12) 高雄 Kaohsiung 의 한글 기재는 참 어렵다. 

가,까,카 (3) x 오,우 (2) x 숑,슝 (2) = 총 12개의 가짓수가 존재해서 뭐로 써야할지 고민된다.

대충 "가오슝"이 가장 일반적인 표기인 것 같긴 한데, 현지에 가서 현지인들이 가오슝을 어떻게 발음하는지 열심히 들어보았으나

진짜로 가오숑, 가오슝, 카오슝, 카오숑, 까오슝, 까오슝이 다 들렸음...;;;;

중국어 잘아시는 분 있으면 현지 발음에 제일 가까운 표기를 알려주셔요...

 

(13) 요즘은 순위가 많이 떨어졌다지만, 10여년전까지만 해도 가오슝은 세계 4위의 항구였단다. 

하지만 나는 타이난 여행을 가려고 검색하다 가오슝의 존재를 알게 됐고, 대만을 가로지르는 높은 산맥이 있다는 것도 대만에 가서야 알게 되었다. 확실히 여행을 다니면 견문이 넓어지는 건 맞나보다 (라고 굳이 가오슝 여행의 의의를 찾아보려는 노력ㅋㅋ)

 

(14) 여행 중엔 뭔가 이것저것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쓰다보니 지쳐 이 정도에서 마무리. 못다한 이야기들은 여행기에서 할께요^-^   

빨리 컨디션 회복해서 다음 여행을 계획해야하는데... 아이코... 

 

+추가) 여행비용정리

○ 여행기간 : 2018.9.25~9.29 (4박 5일)

○ 비행기표 : 276,100원 (롯데관광에서 발권, 왕복 수화물 포함, 추석연휴기간인데 출발 5일전 발권치고는 선방한 듯)

○ 호텔 : 가오슝 La Hotel 2박 76,996원 (익스피디아), 가오슝 La inn 2박 130,764원 (부킹닷컴) / 총 207,760원 

○ 환전 : 7천대만달러 - 255,000원 (명동 대신환전소에서 환율 36.5원에 환전) / 여행 후 1,595 대만달러 남음 - 총 사용한 현금은 197,283원

○ 신용카드 : 왓슨스와 스타벅스에서 22,165원 사용 

○ 현지일일투어 : 72,600원

○ 로밍요금 : 33,000원인데 KT 데이터로밍 쿠폰 이벤트에 당첨돼서 아마도 무료일듯;

○ 여행자보험 : 크로스마일카드로 비행기표 결제하여 무료

 

해서, 면세점 쇼핑과 공항철도, 환전 잔여금을 제외한 현지 총 여행경비는 775,908원! +_+ 이고,

이 중 기념품 구입비는 3,007대만달러 * 36.5 = 109,756원이니까 순수여행경비는 666,152원.

우와, 4박 5일인데 정말 저렴하게 다녀온 듯 : )

나에겐 몹시 드문 알뜰한 여행이었다 ㅎㅎ

*내친 김에 식비를 계산해봤더니 1,548대만달러 밖에 안쓴 게 실화임?;; 물론 오징어채나 닥터큐젤리 같은 건 계산하기 애매해서 기념품 쪽에 몰아넣긴 했지만, 또 호텔에서 주는 애프터눈티 간식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너무 조금 먹고 온 것 같아 후회된다. 심지어 출발 전날 맛있는 거 먹고 오라고 아빠가 용돈까지 주셨는데 허허허허허. 근데 현지에선 만사가 귀찮아 맛집 찾아다닐 기력이 없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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