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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콘서트홀) 칙 코리아 내한공연 Chick Corea Piano Solo

mooncake 2018. 11. 1. 23:00

 

 

 

2018년 10월 30일 화요일 저녁 8시, 칙 코리아 솔로 피아노 공연을 보고 왔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 탓에 컨디션이 좋지 않아, 회사를 조퇴하고 공연도 포기하고 싶은 충동을 강렬하게 느꼈지만, 1941년생, 올해 한국 나이로 78세인 칙 코리아의 나이를 생각하면 내가 아픈 것 좀 대수랴, 이런 기회가 언제 또 올지 모르니 꾹 참고 잠실 롯데콘서트홀로 향했다.

 

칙 코리아는 내가 10대 시절부터 좋아했던 재즈 뮤지션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Chick Corea and Return to Forever의 Light as a feather 음반은 나의 고등학생 시절, 가장 감수성이 예민했던 시기, 음 하나하나가 몸과 마음에 녹아들었다고 느껴질만큼 자주 듣곤 했었다. 역시 10대 시절에 읽었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집에서, 음악이나 소설이 10대~20대 초반만큼 강렬하게 다가오는 시기가 없다는 요지의 글을 읽고 "설마 말도 안돼 그럴리가 없어! 나이 들면 대체 무슨 재미로 살아?"라고 생각했는데 나이가 들고 보니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말이다. 10대 시절부터 좋아했던 칙 코리아의 음악이 나에게 이렇게 특별한 것을 보면. 

 

▷500 miles high

 

9월초 칙 코리아의 공연을 예약할 때 연주 프로그램이 나와 있지 않았다. 단지 시일이 많이 남아 확정이 안된 줄 알았는데, 공연이 임박해서 다시 롯데콘서트홀 홈페이지에 접속했을때에도, 여전히 공연 정보는 업데이트 되어 있지 않았다. 어쩐 일인가 싶어 조금 의아해했었는데, 공연장에 가서 팸플릿을 받아보니 아티스트의 요청으로 일부러 공개하지 않았다고 한다. 

 

연주 곡목을 사전에 공개하지 않은 칙 코리아의 의도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결과적으로는... 

매 곡이 연주될때마다 깜짝 선물을 받는 기분이 들어서 좋았다 : )

 

"Welcome to Corea"라는 농담을 건넨 칙 코리아가 처음으로 연주한 곡은 Armando's Rhumba

 

Armando's Rhumba

 

그리고는 본인이 좋아하는 작곡가들의 곡으로 1부를 채워나갔다. 

도미니코 스카를라티와 거슈인,

쇼팽과 조빔,

스티비 원더와 스펜서 윌리암스.

각각의 곡들과 작곡가에 대해 애정어린, 때로는 위트있는 멘트를 덧붙였으며, "친구 스티비 원더"라던가, "쇼팽과 조빔은 커피를 마시며 피아노 이야기를 하는, 잘 어울리는 친구였을 것 같다"라는 말들이 참 좋았다.

모든 곡들이 참으로 아름다웠지만, 쇼팽풍으로 연주한 조빔의 데사피나도, 그리고 칙 코리아의 솔로 피아노 연주로 듣는 스펜서 윌리암스의 Basin street blues는 정말로 좋았다.

 

▷피아노 연주 버젼은 못찾아서 대신 루이스 암스트롱의 Basin street blues

 

 

1부는 주로 칙 코리아가 좋아하는 작곡가의 곡들로 채워졌다면, 2부는 칙 코리아 본인이 작곡한 곡들이 연주되었다. 그 첫번째 곡은 절친이자 음악적 동반자 Paco De Lucia를 위해 만든 곡, The Yellow Nimbus였다.

 

The Yellow Nimbus

 

그리곤 본인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준 후-친척과 사촌이 굉장히 많았고, 할아버지 댁에 모여 모두 다같이 놀았으며, 지하실에 있던 피아노를 가지고 여러명이 즉홍연주를 즐기곤 했다고-, 관객을 무대로 불러내어, 관객의 이미지를 즉홍 연주로 표현해내는 음악적 초상이라던지, 또 관객들과의 즉홍 협연이 이어지며 분위기는 달아올랐다. 롯데콘서트홀 같이 큰 규모의 공연장에서, 마치 소극장 공연을 보러 온 듯 착각할 정도로 친밀한 분위기를 이끌어내는 것은 분명 칙 코리아 정도의 관록이 아니면 어려울 듯. 

 

한참동안의 Children's Songs 연주를 끝으로 아쉽게도 공연은 끝이 났다........

 

인 줄 알았지만, 긴 박수와 환호 끝에 칙 코리아는 다시 무대로 등장했고, 그의 대표곡 Spain을 앵콜곡으로 연주했다. 연주 전, 역시나 자신이 스페인을 어떻게 작곡하게 되었는지 설명하고, (인트로의 멜로디는 내가 만든 게 아니야, 로드리고의 아랑후에즈 콘체르토에서 따온 거야, 정말 좋은 곡이니 꼭 들어봐!!라고 말함ㅋㅋ) 멋진 연주가 시작되었다.

 

▷로드리고의 아랑후에즈 협주곡

 

▷칙코리아 & RTF의 Spian

 

스페인 연주가 정말 정말 좋았던 건 연주 자체가 훌륭했음은 두말할 나위 없고, 거기에 덧붙여, 관객의 허밍과 박수를 유도했기 때문(음원 기준, 각각 1:22과 1:32). 늘 듣기만 하던 음악의 일부가 된다는 것, 정말 신나고 행복한 순간이었다. 

 

멋진 공연이 끝나고, 칙 코리아는 우리 관객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열심히 담았다. 귀엽기도 하시지...^^

 

 

덧, 나름 긴축모드이던 때 예매를 해서 꼭대기 B석에서 공연을 관람했는데, 음악을 듣는 것 자체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지만, 저기 저 위에서 칙 코리아를 내려다보느라 목과 허리가 아팠다. 목디스크 허리디스크환자분들은 10층 꼭대기 좌석은 피하도록 합시다. 흑흐흐흐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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