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wanderlust

일상잡담 본문

Trivia : 일상의 조각들

일상잡담

mooncake 2019. 7. 24. 01:00

드디어 휴직을 했다. 자발적 일시적 백수생활 한달차다. 그렇게도 바래오던 쉼이다. 그러나 누누이 말해오던 것처럼 세계 여행을 떠나지도 못했고 포르투갈로 어학연수를 빙자한 휴양을 떠나지도 못했다.

개인적으로 큰 프로젝트랄까 여튼 해야 할 중요한 일이 있어서 집에 있다. 그런데 하필이면 손목에 문제가 생겼다. 어릴 때 피겨 스케이트를 배우다 손목 부상을 입은 뒤로 손목은 늘 나의 아킬레스건이었다. 초등학교 때 피아노 콩쿨 준비를 하다가도 손목에 문제가 생겨서 연습을 할 수 없었고, 논문을 쓸 때도 손목에 문제가 생겨서 고생했고, 회사에서도 문서작업을 많이 하다가 손목 통증으로 고생을 꽤 했다. 근데 이 중요한 시점에 손목에 또 문제가 생겼다. 의사는 무조건 쓰지 말아야 한단다. 지금 이 글도 음성인식으로 쓰고 있는데 내 발음이 문제인 건지 어마어마한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

아무튼 그래서 백수는 백수지만 해야 할 일이 많은 백수였었는데 손목을 쓸 수 없게 된 다음부터는 레알 백수 생활을 하고 있다. 돈도 안 벌고 있지, 휴직의 목적인 해야 할 일을 못하고 있지, 그렇다고 여행을 갈 수도 없지, 여러 가지로 부글부글 거리는 상황이지만 긍정적으로 지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계시일지도 몰라.

손목에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는 휴직 생활이 나름 즐거웠다. 돈 걱정이나 미래 걱정이 안 되는 건 아니었지만 일단 회사에 안가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했었는데 손목에 문제가 생겨서 거의 모든 활동에 제약이 생기니까 기분이 울적하다. 아침에 일어나서 밥 먹고 피아노 치고 우쿨렐레를 연주하는 한량의 삶이 너무 좋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젠 그것도 못한다. 블로그도 못하고 찻잔 정리도 못하고 장난감 조립도 못하고 여행도 못감. 으아아 ㅜㅜ 이럴 거면 휴직 왜 했...

아니 이게 아니다. 이렇게 투덜투덜 하려던 게 아니었는데. 징징거리는 습관이 몸에 밴 탓이다. 이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두가지였던것 같다.
-일단 당분간은 음성인식으로 글을 써야 하니까 블로그에 맛집 리뷰 정도의 간단한 글만 쓸 수 있을 것 같다는것.
-두번째는 사람이 돈을 정말 조금 쓰고도 살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는 것. 물론 나의 경우 부모님 집에서 살고 있고 부모님이 밥도 먹여 주시니까 생활비는 애초에 고려 대상이 아니긴 한데, 기본 생활비 이외의 지출이 정말 줄었다. 7월 한달동안 쇼핑도 전혀 안 했고 사람 만날 때 외에는 까페도 안감. 근데 쇼핑 같은 경우는 수입이 없으니 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해서 자제한 게 아니라 하도 집안에 버리고 정리해야하는 물건이 많다 보니까 물건에 질려서 쇼핑 의욕이 완전히 사라졌다. 미니멀 라이프 까페의 글을 읽어 보니까 많은 사람들이 같은 말을 하더라. 계속 이런 상태라면 많지 않은 돈으로도 충분히 잘 살 수 있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로 돌아가서 돈을 벌어야 하는 이유는 내가 언제까지 이렇게 물욕이 없을 지도 모르겠고;; 일반 소비는 줄였어도 고정적인 병원비 지출은 어쩔 거며 여행경비는 어쩔 거냐는ㅠㅠ 건강과 여행과 쾌적한 환경을 위해서는 돈이 꼭 필요하다. 횡설수설하는게 아니라ㅎㅎ 기본 지출 때문에 돈을 벌어야 하긴 하지만 지금처럼 쓸 데 없는 소비를 줄이면 예전보다 작은 돈으로는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것. 소비를 줄이고 적게 짧게 버는 쪽이 나에게는 더 맞다는 걸 이번 백수 생활을 통해 확실히 깨달았다. 이전의 나는 새로운 것을 향해 질주했다면, 앞으로의 나는 가급적 내가 이미 갖고 있는 것들을 바라 보고 그 안에서 단순한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나의 바람은 빨리 손목이 나아서 해야 하는 일들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하고 또 간만의 백수 생활도 최대한으로 즐기는 것. 여행도 가고 싶다. 언제 또 이런 날이 올지 모르는데... 물론 로또가 되어주면 더 좋고ㅋ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