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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수면 위내시경 후기 본문

Trivia : 일상의 조각들

비수면 위내시경 후기

mooncake 2019. 7. 10. 23:00

지난달 난생 처음 위내시경을 받았다.

평소 이런저런 지병을 달고 살고, 학교 다닐때도 아파서 수술 받느라 도합 2년 반이나 휴학, 회사 와서도 병가를 여러번 써서 그런지 위내시경이 처음이라고 하니까 다들 굉장히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내 몸에서 제일 튼튼한 장기가 위라는 사실ㅎㅎ

엄청 춥다거나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이상은, 소화가 안돼서 고생하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에 위내시경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다. 또한, 내가 수면마취가 잘 안되는 체질이라는 것도 위내시경을 꺼리는데 한몫했다. 쓸데없이 예민한 탓에 수면마취 중간에 자꾸 깬다. 그러니 불편함을 무릅쓰고 굳이 위내시경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회사 종합검진에서도 위내시경은 늘 패스했는데 어쩌다보니 지난달, 위내시경을 받게 됐다. 

어차피 수면마취는 잘 안되니까 비수면으로 예약했다.

내시경 전에 몇가지 문진이 있었는데...

천식 진단 받은 적 있으세요? 네 있는데요, 근데 지금은 흡입기도 안쓰고 큰 문제는 없습니다. 

심장질환 있으세요? 부정맥이 있긴 한데 역시 요즘은 베타차단제만 비상용으로 들고 다닐 뿐, 별 문제 없어요.

녹내장은요? 녹내장은 아닌데 원래 안압이 높아서 정기적으로 검사는 받고 있습니다. 문제가 되나요?;;


세가지 모두 문제가 됐다.

천식이 있어서 위험하다며 목에 마취제도 뿌려주지 않고

부정맥이 있어서 위험하다며 위장 운동을 억제하기 위한 주사도 놔주지 않았다.

높은 안압은 위내시경 검사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간호사님이 "선생님 이분 원래 안압이 높으시대요"를 다섯번이나 말해서 민망했다.


여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나의 별 것도 아닌 지병들 때문에 쌩으로 위내시경을 받았다는 것이다. 

비수면이야 각오했지만 목에 마취제도 안뿌려줄줄은... 엉엉 흑흑...

천식 부정맥 있는 분들은 참고하시라. 


결과적으로 침과 눈물 범벅이 된 처참한 상태로 검사를 끝마치긴 했지만 그래도 뭐 검사 시간이 길지도 않고, 예전에 다른 병으로 받은 검사나 치료에 비하면 이 정도야 매우 수월했다고 할 수 있겠다. 물론 검사를 받는 순간은 괴롭기도 하고 지시대로 숨을 잘 못쉬면 호흡곤란도 오고 그렇긴 한데 다행히 검사시간이 매우 짧다 . 그래서 결론적으로는 비수면 위내시경은 받을만하다는 것. 그렇지만 나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몇가지 불편함이 더 추가되므로, 위 관리를 잘해서 다음 위내시경은 10년 뒤에나 받을 생각이다. 내 맘처럼 될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검사결과지가 날라왔는데 그렇게 왕성한 소화력을 자랑하는 나에게도 위전정부 대만에 "만성위염"은 존재하고 있었다.

나는 내 위가 정말 깨끗할 줄 알았는데, 역시 위염 없는 직장인이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생물인가보다ㅎㅎ


"해필 위만 튼튼해서" 살이 자꾸 찐다고 투덜거리기는 하는데, 그래도 위가 튼튼한게 얼마나 다행인지는 잘 알고 있다. 주변에 소화 잘안되는 사람, 위 약한 사람이 여러명 있는데 커피도 맘대로 못마시고 찬 음식도 조심해야 하고 심지어 빵도 잘 못먹고, 그런 모습을 보면 참 안쓰럽기에.... 

아무튼 지금까지는 위 하나 튼튼한 거 믿고 방치해왔는데 나이도 있고 하니 이제 관리를 잘해봐야겠다. 일단 과식과 야식부터 금지. 흐규흐규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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